尹 메시지팀으로 일한 A씨 "이번 연설 문투를 보니 확실히 대통령이 전체를 다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취임 연설이 '반지성주의' 비판과 '자유'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찬 데 대해 민주당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의 전날 연설을 옹호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파격적인 취임연설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 사회적 약자는 보이지 않았다"며 "자유가 35번 나오는 동안 공정은 단 3번 언급됐고, 통합이나 협치, 평등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어제 취임식장 밖에서 장애인 권리보장, 차별방지법 제정, 여가부 폐지 철회를 외치는 간절한 목소리는 새 대통령의 거대한 취임사 스피커에 묻혔다"며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자유는 양극화와 차별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주주의 위기 원인을 반지성주의라 규정하고 비판 세력을 반지성주의로 공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결핍된 언어가 지성"이라면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하고, 외국인 건강보험을 개선하겠다며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게 바로 반지성주의"라고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감스럽게도 어제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은 한차례도 거론되지 않았고 상식이라는 표현도 사라졌다"고 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11일 B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 "신자유주의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그렇게 해서 과연 우리 사회나 경제가 지속 가능하겠냐는 측면에서 걱정된다. 시장만능주의로 갈 것 같다. 시장의 원리는 존중하되 시장의 과정에서의 불공정과 결과에서의 불형평을 해결하는 식으로 가야 할 텐데 시장 만능은 경제를 하는 사람으로서 걱정된다"고 혹평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재오 상임고문이 11일 CBS라디오에서 "취임사라는 것은 지식인이 아닌 국민들 마음에 확 와 닿아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무슨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것 같더라"며 "취임사에 밑줄을 그어가며 세 번을 읽었다. 정치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전날 취임사에선 이론만 이야기했지 실천적 과제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거듭 "(취임사에) 너무 개념적이고 관념적인 말이 많았다"면서 "(취임사에) '자유'라는 말이 35번 나왔다. 일상적으로 자유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자유의 실천적 과제가 몸에 와 닿아야 한다. 자유와 성장과 평등, 분배가 함께 이뤄지려면 결국은 국민과 소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취임 연설은 윤 대통령이 25분 분량으로 작성해 보고한 실무진의 취임사 초안을 직접 16분 분량으로 퇴고한 것이라고 한다.

정계 입문 이후 윤 대통령의 연설 및 메시지 작성을 꾸준히 도왔던 A씨는 11일 펜앤드마이크에 "경험상 대통령 본인 생각이 강하게 들어갔을 것"이라며 "이번 취임 연설의 문투를 보니 확실히 대통령이 전체를 다 잡았다. 원래 큰 판에서 메시지의 가치 지향점이나 주요 워딩은 윤 대통령이 잡고 갔었다"고 전했다.

화제가 된 '반지성주의' 주제에 대해서도 그는 "'반지성주의'는 대통령이 예전에 캠프 안에서 종종 했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을 비판할 때 '반지성주의' 표현이 잦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설의 초안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지성에 의해 성립한다"였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반지성주의'를 새로 넣어 확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가 35차례나 언급된 데 반해 정치인 연설의 단골 소재인 '통합'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실무진에 "자유와 공정이 없는 통합은 무의미하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원칙 없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KBS라디오에서 '자유'가 한껏 강조된 윤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해 "'자유'로 국수를 삶아서 '자유'로 양념을 얹고 결국 원샷했다"며 "거의 '자유'를 한 사발 하셨다"고 호평했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등의 언급을 한 것을 두고 "굉장히 정상적인 표현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도 세계 시민으로서 역할을 취임사에 강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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