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전례없이 '반지성주의'를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본질적 문제로 지적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각종 위기의 기저에는 '반지성주의'에 병든 민주주의 정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우렁차고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전 세계와 한국이 나란히 목도하고 있는 작금의 다양한 위기를 하나씩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며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의 오늘 취임 연설의 핵심은 '반지성주의'였다. 시대적 난제들을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민주주의 정치가 근본에서부터 오염돼 이를 방치하면 더는 국가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반지성주의'를 공개석상 연설에서 전면 부각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은 많은 위기에 처했지만 그럴 때마다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지혜롭게, 또 용기있게 극복해 왔다"며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것은 바로 '자유'"라며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지성주의'로 인해 상호 소통과 협력이 불가능하도록 분열된 사회, 그리고 정치가 다시금 깨닫고 공유해야 할 가치는 바로 '자유'임을 이렇게 강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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