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비판언론-'눈엣가시 인물' 겨냥한 청원 쇄도...'그들만의 소통'
文정권 기조와 호응하는 청원에 대해서도 높은 지지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 게시하는 방법과 동의 방법도 문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운영중인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좌편향적 여론 형성과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친(親)정부적 여론만 일방적으로 형성되고 이것이 '국민 여론'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정권 입맛에만 맞는 여론몰이식 '인민재판'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7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건의 청원이 20만 명의 동의가 이뤄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는 현 정권의 정책이나 노선을 뒷받침하는 청원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TV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 청원', '세월호 관련 청문회 위증한 조여옥대위 징계바랍니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등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다.

또한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25만 명을 넘어 최다 추천 청원으로 올라있다. 해당 청원은 최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여성 인턴비서와 외유출장'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측근인 김기식 전 원장을 비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이미 답변을 완료한 청원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지만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직접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 전달해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야당의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라는 청원은 36만 명을 넘었다. 반면, 평창올림픽 당시 ‘통제 구역에 특혜’ 논란과 그에 대한 거짓 해명을 한 여당의원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문제 제기 청원은 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듯한 기조의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라는 청원도 27만 명이 넘었다.

강경 우파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사이트 폐쇄 청원도 눈에 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 청원 동의는 각각 23만 명, 24만 명을 넘었다.

이와 같은 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청원에 청와대가 직접나서 "많은 국민들께서 분노했다", “일베 사이트 폐쇄할 수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고 이에 "청와대가 대놓고 여론재판을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해산심판 요청', '김기식 금감원장님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주세요'와 같은 청원은 10만 명이 육박하는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무기한 노숙단식투쟁 장소에 카메라 설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응원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 칼을 뽑았으니~ 끝까지 ~ 가즈아~~!!"와 같은 비아냥거리는 식의 내용의 청원도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반면, 최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여성 인턴비서와 외유출장' 논란과 더불어민주당의 댓글조작,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개입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검 요구와 같은 청원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전 정권과 야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만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3월 게시판에 올라온 '경제민주화'라는 짧은 제목 하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정의 구현을 위한 정책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시다! 정치민주화보다 더 지난한 일로써 많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은 무려 20만700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호응하는 청원에 대해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을 게시하는 방법과 동의 방법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해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청원 글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평양옥류관 냉면을 배달시켜주세요", "단식투쟁 후 위내시경을 청원합니다", "범정부 치킨파티를 제안합니다", "단식하는 현장 앞에 노점 열어주기를 청원합니다" 등의 무책임한 청원도 쉽게 볼 수 있다.

청원 동의 방법도 한 사람이 세 개의 아이디로 세 번의 동의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20만 명이 아닌 7만 명이 동의를 하더라도 20만 명의 동의가 이뤄질 수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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