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프레임 씌우는 데에 '무당 굿' 허위보도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축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라는 오명 쓴 최서원 씨, 5년여 세월 흘러 명예회복에 나서
연합뉴스 측, "변호사 선임해 대응하겠다"...한국경제TV 등은 '허위' 인정하고 정정·사과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오명을 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지난 2016년 ‘무당 굿’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소위 ‘국정농단’ 파동이 일어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 최 씨가 자신과 관련된 가짜 뉴스들을 바로잡고 명예회복에 나서는 것이다.

29일 펜앤드마이크의 취재 결과 최 씨는 지난 1월29일 연합뉴스(2억원)와 부산일보(3천만원), 한국경제TV(3천만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1억원),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1억원) 등 총 4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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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사진=연합뉴스)

최 씨의 ‘무속신앙’ 관련 보도는 2016년 11월14일자 연합뉴스 기사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 차례 굿…올해 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가 그 시발점이 됐다.

동(同) 언론사 소속의 한지훈·방현덕·박경준 기자의 공동 취재로 작성된 해당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익명의 70대 무속인 A씨의 말을 빌려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해 봄까지 한 무속인의 신당(神堂)을 찾아 한 번에 200~300만원짜리 굿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면서 “그동안 최 씨가 사이비 종교 신자이거나 무당일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파다했으나, 그가 무속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간 소문으로 나돌던 ‘최순실 무당설’에 관한 실체 있는 증언을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취지다.

연합뉴스는 이어 2016년 11월15일자 기사 〈무속인 “최순실, 장관 인사도 내게 물어…대답 안 했다”〉(오예진·방현덕 기자 공동 취재)를 통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 씨가 무속인과 현 정부 장관 인사를 의논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앞서 인용한 A씨를 다시 인용해 최 씨가 A씨의 신당을 종종 찾아 어떤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힐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A씨는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최 씨의 최측근 차은택(47·구속) 씨는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을 해당 자리에 앉혔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씨는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최 씨가 차 씨가 고른 인사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직·간접적으로 추천해 수용시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확인되지 않은 증언을 빌어 최 씨가 청와대 인선에 개입했을 개연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 측은 “연합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속인 A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게재하였으며, 혹시나 허위사실일 경우 원고(최서원)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피해에 관하여는 일말의 고민의 흔적도 없이 무속인 특유의 극단적인 과장 표현과 맡도 끝도 없는 주술적 발언까지도 무분별하게 사실인 양 게재하였다”며 “연합뉴스의 허위 단독 보도는 이후 다수 언론사들이 동일한 허위보도를 하도록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므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어서 그 책임이 막대하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최서원)는 과거 서울 소재 모 교회 곽 모 목사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았고, 원고의 외동딸(정유라)도 100일 때 그 목사님으로부터 영아 세례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때문에 원고는 평생 신당이라는 곳엔 가보지도 않았고, 그런 무속신앙이나 무당 굿 같은 것은 원고가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반박했다.

5년여가 지난 현재 시점에 와서 소(訴)를 제기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해당 보도가 나왔을 당시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같은 허위 보도가 있었는지 몰랐고,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무속신앙’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됐다는 사실을 알고 과거 ‘무당 굿’ 관련 보도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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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2016년 11월14일자 기사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 차례 굿…올해 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에서 소개된 신당의 모습. 연합뉴스는 “서울 근교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70대 여성 무속인 A씨는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순실이 가끔 찾아와서 내가 굿을 해줬다’고 말했다”는 설명문을 달았다.(캡처=연합뉴스)

그러면서 최 씨 측은 “(당시) 언론은 원고를 ‘비선실세’라고 부르며, 원고가 민간인임에도 사전(事前)에 대통령의 연설문을 받아 태블릿PC로 이를 수정하고 국정 현안에도 개입하여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였다는 ‘국정농단’ 프레임을 뒤집어 씌웠는데, 이 프레임에서 ‘최순실은 무당 굿을 하는 주술적인 사람’이라는 피고들의 허위보도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축이었다”며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거나 등의 허위보도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운 원고가 무당 굿을 하는 사람’이라는 피고인들의 허위사실에 기초하여 파생된 이야기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 피고들 가운데 한 당사자인 한국경제TV는 지난 26일 동(同) 매체가 전재한 연합뉴스 기사 〈“최순실 작년 봄까지 수 차례 굿…죽을 수 넘으려 사건 터져〉의 내용이 전부 허위임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냈다.

해당 정정보도문에서 한국경제TV는 “최서원 씨는 어렸을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자라왔다고 밝혔으며, 무속신앙에 대해서는 일체 알지 못하고, 기사에 나온 내용처럼 굿을 하거나 신당에 방문한다거나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허위사실을 보도함으로써 최서원 씨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첫 보도를 낸 연합뉴스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현재까지 문제의 기사들을 삭제하거나 정정하지 않은 상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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