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칼럼] 검수완박 입법 논란에서 돌아보는 정당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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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4.28 10:58:15
  • 최종수정 2022.04.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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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방향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정당의 모습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4.25. 법의 날에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수완박 법안에 관한 여야 정치권의 합의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합의안이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특히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찰의 수사대상에서 삭제하는 것은 선거범죄를 암장시킬 가능성을 높이는등 치외법권 내지 특별계급을 창설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개혁의 명분이나 입법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성급한 입법을 중지하고 진정한 개혁에 나설 것을 국회에 주문했다. 검수완박 법안의 여야간 졸속 합의 자체가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대선후 한달이 지난 4.12. 민주당은 제도 개선의 명분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속칭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여 4월 말 입법 강행을 선언하였다.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법체계를 바꾸는 국가적 과제를 신정부 출범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속전속결로 입법을 강행하고자 하는 행태는 특정 정당의 당파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입법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어서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다.

개정 법안에 대한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4.22. 국민의 힘은 국회의장이 전날 내놓은 중재안에 쉽게 합의하면서 4월말 입법에 동조하고 나섰다. 양당간의 합의가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는 졸속 합의라는 국민적 비판이 나오고 양당의 지지층에서도 반대의사가 줄을 잇자, 국민의 힘 당대표가 뒤늦게 재검토를 말하고 대통령 당선인도 뒤늦게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형사 사법제도의 중대한 변경이 이렇게 쉽게 정당 간의 합의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법학자는 물론 법실무가들은 검찰 수사권을 전면 없애는 방향의 입법은 경찰수사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림으로써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검찰 수사권의 향방이라는 사법제도의 중대한 변화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서둘러 진척되다가 정당간의 정치적 합의로 타결된다는 것이 문제다. 대한변협의 지적처럼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의 검찰수사 대상 제외는 민생범죄에는 눈감고 정치권은 치외법권화하는데 의기투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원칙과 방향이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정당의 모습이다. 법안을 당론으로까지 채택해서 밀어붙이는 다수당이나 위헌론을 제기하면서 그렇게 반발하던 반대 정당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꾸는 모습은 일관성 없이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협상력 부족 현실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한다면 그동안 지향하는 가치 구현이라는 책무를 다하였느냐는 질문이 던져질 것이고, 합의를 통해서 협치를 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헌법 질서에 문제를 초래할 사항도 합의의 대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칙과 방향의 소멸은 물론이고 절차조차도 무너진 것이 문제이다. 민주당은 여야간의 논의가 있기 전에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지어서 당내는 물론 국회에서의 논의의 여지를 일축해 버렸고, 법안 통과를 위한 수단으로서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를 부렸으며, 국민의 힘은 무엇이 급한지 구체적인 논의를 생략한 채 명확하지 아니한 중재안을 합의문의 방식으로 4월말까지 입법을 약속하였다. 당론이 우선하고 당 차원의 합의가 모든 다른 절차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어서 정당간 이해관계의 합치에 의해서 국가 제도를 쉽게 변경하는 위험성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국민의 분노는 법안 내용을 떠나서라도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절차를 뛰어넘어 권한을 행사하는 정당 정치에 있다.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채택된 당론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합의문이라는 것은 무엇이든 거래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는 듯 하다. 세상에는 거래될 수 없는 것이 있다. 포괄적이고 불확실한 합의 문서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법 조항으로 만들어져야 할 법안 구성에서 어디까지 지침이 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에 대해서 정당의 지침이나 합의문은 국민에 대한 책무보다 우월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당론의 책정이나 합의문에 의한 정당간의 합의에서 보듯이 입법권력의 실체는 정당 권력이다.

국민국가의 운영은 대의제를 취할 수 밖에 없고, 대립되는 양당 구도는 유권자의 선택을 얻기에 좋은 방법이므로 선거는 정당에 대한 선거로 되어가면서 정당 정치가 민주정의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사회갈등이 사회 양극화의 양상으로 진전되고 여기에 정체성정치와 포퓰리즘이 가세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를 정치 지형으로 삼을 때에, 정치적 양극화를 이용하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극화된 진영 정치가 전개되는 것이다.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양극화된 진영 정당에 의해서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지속될 때 공화정의 기반이 흔들리고 헌법질서는 무너질수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강행과 이어진 양당간 졸속 합의 사태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현실에서 정당이 원칙과 방향이 없이 절차를 무너뜨리기까지 하면서 양당 체제 자체의 유지와 존속만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게된다. 보수를 지향하던 진보를 내세우던 그러한 가치 표방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듬은 물론 가치의 실천 자체를 무력화하게 하는 양극화된 정치현실에서의 정당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국가의 어떤 다른 제도보다도 양극화된 진영 정치의 현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양당 합의의 본질이 정치권을 특권층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정한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면서 성급한 입법을 중단하고 진정한 개혁에 나설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 대한변협의 성명을 보면서, 거대 정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우리와 우리 자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에 대한 입법 과정을 주시해 본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전 MB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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