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칼럼] 최재성의 용단과 ‘송나땡’
[여명 칼럼] 최재성의 용단과 ‘송나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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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4월 6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제 20년 전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시대에는 새 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84학번인 최 전 수석은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2기에서 학원자주화투쟁위원장으로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투신한 인물이다. 자타공인 ‘그 86세대’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것이다.

70년대부터 태동한 학생운동 세력은 87년 5월 체계를 갖추고 전대협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주사파(:김일성 주체사상파) 지하조직을 배후로 두고 각 대학을 장악, ‘민주화’ 구호를 방패 삼아 자주(반미)·민주(국가보안법 철폐)·민족(연방제통일) 이념 투쟁을 전개했다. 국민은 이들의 ‘위수김동(위대한 수령님 김일성 동지)’ 실체를 알 리 없었기에 ‘민주화에 대한 염원’으로 학생운동을 지지했다.

노태우 정권 때부터 시작한 민주화 작업이 90년대 들어와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학생운동권은 폭행치사사건, 외대 밀가루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과격 학생운동’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에 386은 노동계로, 시민사회로, 그리고 많은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DJ·김근태 등 선배 민주화운동세대를 따라 정계에 진입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날개 중 한 축이 ‘대한민국이 우리의 몸통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우리’ 새의 날개에 비유해도 되는 걸까. 정계에 진입한 전대협 인사들의 발의법안 목록과 발언들을 추적하면 학생운동 시절 구호였던 자주(주한미군 철수)·민주(국가보안법 폐지)·민족(연방제통일) 투쟁의 연장 선상이었다. 민주당 주류에서마저 그들은 ‘치기 어림’으로 치부됐고 위험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동시에 정계에서 물러나게 됐다.

시간이 흘러 이들 세력에게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다시 ‘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또한, 동시에, 명실상부한 ‘기득권’으로서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이들 스스로가 ‘주류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인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정부 들어와 86세대 기득권화와 그들의 여러 가지 국민 상식에 어긋난 위선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에 “우리는 늘 누군가의 참모 그룹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권력을 독점하고 주류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궤변으로 되받았다. 이들의 욕심으로 인해 ‘자유분방함’으로 상징되는 70년대 X세대들은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가까운 시일 안에 86세대 타도론이 전면 부각할 때 함께 은퇴 당하게 생겼다.

잠시 변화의 조짐이 보였던 것은 대선 정국을 이끌던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86세대 책임론을 주장하며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때다. 그러나 동조하는 ‘동지들’은 없었다. 또 다른 86세대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전대협 1기 부의장)은 기존의 불출마 의사를 접고 22대 총선에서 5선에 도전한다. 송 전 대표 역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을 뒤로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의 서울시장 차출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애쓴 끝에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단행했다. (물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송나땡’, 즉 ‘송영길 나오면 땡큐’ 이다.)

전 수석의 정계 은퇴 선언은 진영을 떠나 3세대 아래의 정치 후배로서 존경스러운 용단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어떤 주의·주장을 가졌든 간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정의가 있고, 시대적 역할과 소명이 있다. 그는 적어도 이 시대가 자신의 시대적 소명이 통할 때가 아니란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현재, 나머지 86세대의 애국이 대한민국을 향한 것이 맞다면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또한, 그것이 전대협 세력의 일생 단 한 번의 애국이 아닐까.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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