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브라질·터키·러시아 통화가치 급락
美 연준 기준금리 인상 확실시되는 6월이 고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터키 등의 신흥국이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 적자와 고물가 등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디폴트 위험이 커지면서 '신흥국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국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이들 국가에서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자금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신흥국 중 일부는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신흥국 6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다음 달 13일(이하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100%(지난 5일 기준)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확률은 지난달 말 88.1%였으나 지난 2일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올해 금리 인상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확률은 2일 95%로 뛰어오른 데 이어 다시 사흘 만에 100%를 찍었다.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이 100% 확실하다는 얘기다.

미 연준의 6월 금리 추가 인상은 그동안 금융 시장에서도 예견해왔던 것이지만 유독 신흥국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몇 년간 재정난에 시달려온 중남미에서는 자칫 미국 금리 인상이 자금유출로 이어질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아르헨티나다.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물가가 연간 25%나 뛰는 살인적 인플레가 이어지면서 페소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환율 방어에 나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지난달 27일부터 한 주 동안 무려 세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해 40%까지 끌어올렸으나 페소화는 지난 4일 달러당 22페소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0%나 폭락했다.

브라질도 비상이다. 올해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헤알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알화가 5일 현재 달러당 3.5헤알까지 떨어지며 연초 대비 6.6% 하락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급기야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바다 건너 신흥국들도 환율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발 경제 제재의 직격탄을 맞아 이달 들어서만 8.9%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도 물가 폭등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지난 4일 달러당 4.28리라까지 내려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들 신흥국을 둘러싼 신용 리스크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5년물 국채를 기준으로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이 지난 3일 346까지 치솟으며 올해 고점을 찍었고, 브라질도 같은 날 193으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연초 대비 47.8%, 17.8% 뛰어오른 것이다.

러시아도 지난 4일 기준으로 연초보다 8.7% 오른 141을 보였고, 터키는 35.4% 뛴 225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망도 녹록지 않다. 연준의 금리 인상 말고도 이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 달러 강세 등 악재가 첩첩산중으로 쌓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5일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 등급을 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피치는 아르헨티나의 고물가, 경제적 변동성, 정치적 역풍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이머징마켓(GEM) 채권펀드에서 10억 달러(약 1조800억 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이는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투자은행인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씬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신흥국이나 제2의 신흥국, 또는 다른 위험 자산들로부터 발을 빼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들이 고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경고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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