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정당화 의도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친서를 교환한 것과 관련,향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기고 북한이 무력시위를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문 대통령에게 보낸 김정은의 친서는 차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한국의 차기 정부에 대해 정말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은 윤석열 당선인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서 윤 당선인과 김정은과의 남북대화 실패의 비난을 돌리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길 원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 앞으로 계속될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즉 ‘우리(북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무기개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남북관계 실패의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관여하지 않은 김정은의 의도적인 결정 때문”이라며 “적대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도 김정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개선되고 강화될 한미정책과 전략공조, 한미동맹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국정부가 우리의 조건에 동의한다면”이란 전제가 깔린 것으로, 대화재개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친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다르게 행동했어야 했다”며 “한국과 미국이 제안한 대화를 거부하지 말았어야 했고, 잇따른 미사일 시험으로 위협을 제기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모욕하는 행동을 진작 중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이런 모든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지를 액면가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온다면 한국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을 북한으로 넘길 수 있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난 수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두 정상이 주고받은 말보다 행동이 훨씬 중요하다”며 “대화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열린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는 것은 김정은이 당분간 협상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김정은은 북한의 핵 추구를 정당화하려고 한다”며 “차기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김정은에게 명분을 제공할 것이며 남북관계의 어떤 후퇴나 악화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빚어낸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 북한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이번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 당선인 등 한국 측에 “한국이 추진한 이런 종류의 관여는 긍정적이며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엄 연구원은 “그러나 정상 간 친서교환과 군사행동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친서 교환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미사일과 잠재적 핵실험 등 무기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도 대북제재 이행을 지속하며 북한문제에 대해 계속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김정은의 이번 친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북한이 더 정교한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하는 등 소위 ‘핵 억지력’을 강화하면서도 한국의 새 정부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게 도전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북한을 비핵화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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