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증거의 증거라던 '장시호 태블릿PC'...최근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당시 특검은 최 씨의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들을 압수한 사실이 없었음이 확인됐고, 이규철 당시 특검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몇몇 언론들은 정정보도를 내야 했다. 세상의 어떤 수사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특검4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윤 당선인 밑에서 수사를 수행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누가 이같은 기획을 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수사권' 쥐고 정치질을 하는 검찰에 수갑 채우는 일은 당연한 귀결이다.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전국 평검사들이 대표단의 명의로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취지의 성명을 낸 데 이어 21일에는 부장검사들도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22일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불법적인 출국 금지 조처’ 사건에 수사 외압을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포함해 6명의 전국 고검장 전원이 사표를 쓰겠다고 밝혔다.

언론들도 난리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일간지들이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취지의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나면 이 나라는 범죄자들이 활개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써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입법의 주요 취지는 검찰에 남은 모든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고, 공소 제기와 관련한 수사는 전부 경찰과 협력해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큰 권력을 갖게 된다.

옷을 벗어도 변호사로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검사들과 달리, 경찰관들은 직(職)에서 물러나고 나면 ‘한량’(閑良)이 되고 만다는 점에서, 굳이 따지자면 경찰보다 검찰이 낫다는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태에 있어 이 나라 검찰을 두고 그저 무고한 ‘정치적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은 그간 ‘수사권’을 무기 삼아 이 나라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소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에 개입했다고 하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는 최근 검찰을 상대로 의미 있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위 ‘박근혜 탄핵’의 방아쇠가 된 태블릿PC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증거물을 보관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특검 측 답변은 황당무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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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 씨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압수물 반환 소송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측 답변서 내용.(제공=미디어워치)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자신들이 보관 중인 태블릿PC(JTBC 조택수 기자가 2016년 10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임의 제출한 것으로 소위 ‘제1의 태블릿PC’)가 최 씨의 소유라는 사실과 최 씨가 해당 태블릿PC를 전속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최 씨가 특검이 보관 중인 태블릿PC(소위 ‘제2의 태블릿PC’)의 제출자인 장시호 씨에게 소유권을 넘겼으므로 최 씨에게 해당 태블릿PC를 돌려받을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물론 검찰과 특검 측 주장은 모두 법원에서 인용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직접적인 해명을 해야 할 책임은 다름아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박영수 변호사가 맡았던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 제4팀에 소속돼 있으면서 장시호 씨가 임의 제출한 태블릿PC를 수사한 인물들이다.

장 씨 제출 태블릿PC와 관련해서는 이규철 당시 특검보가 2017년 1월11일 ‘제2의 태블릿PC’ 실물을 들고 나와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최 씨의 휴대전화 단말기들을 모두 압수해 분석해 본 결과 잠금패턴이 ‘L자(字)’로 동일했다며 ‘제1의 태블릿PC’의 잠금패턴도 ‘L자’이므로 ‘제1의 태블릿PC’가 최 씨 소유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JTBC가 ‘제1의 태블릿PC’의 잠금해제를 어떤 방식으로 했느냐에 대한 논란을 진압하기 위한 특검 차원의 대응이었다.

2017년 1월11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의 이규철 당시 특검보가 공개한 ‘제2의 태블릿PC’ 실물.(사진=연합뉴스)
2017년 1월11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의 이규철 당시 특검보가 공개한 ‘제2의 태블릿PC’ 실물.(사진=연합뉴스)

최근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당시 특검은 최 씨의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들을 압수한 사실이 없었음이 확인됐고, 이규철 당시 특검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들 가운데 몇몇은 정정보도를 냈다.

세상의 어떤 수사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특검4팀장을 맡았던 윤 당선인과 윤 당선인 밑에서 ‘제2의 태블릿PC’ 수사를 수행한 한 후보자는 누가 이같은 기획을 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위시한 검찰 수뇌부는 어떤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민주당에 부역하지 않았나? 다른 검사들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뭣들 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벌떼처럼 들고 일어서는 모양을 보고 어느 국민이 응원을 보내줄 수 있겠나? 이제 권력을 내놔야 할 처지가 되니, 자기 이해가 침해되는 것은 못 보겠다는 것 아닌가? 그저 ‘월급쟁이’에 불과한 소인배들이 따로 없다.

이번 사태는 검찰이 자초했다. ‘수사권’을 쥐고 정치 놀음을 한 검찰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검찰 수뇌부만 옷 벗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검찰이라면, 나는 ‘검수완박’ 대찬성이다. 전국 검사 2000명, 당신들 전부 옷 벗고 나와라.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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