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북한이 평양-인천 노선 개설을 요구했으며, 고위관계자들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해 국제항로 신설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도 해당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CAO는 이날 "한국행 새로운 항공노선을 열어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윌리엄 클라크 국제민간항공기구 대변인은 4일 미국의 소리(VOA)에 항공기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과 스티븐 크리머 항공 담당 국장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해 평양-인천 노선을 비롯한 다른 국제항로와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당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클라크 대변인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는 지난 2월 북한 민항공사로부터 평양 비행정보구역(FIR)과 인천 비행정보구역을 잇는 항공로(ATS route) 개설을 제안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이후 해당 요청을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KOCA)에 전달했으며,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촉진시키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한국의 항공정책실로부터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게 가장 최근의 진전 상황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설명했다.

지난 2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당시였으며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 등이 포함된 북측 대표단이 개막식 참석을 위해 7일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요구한 국제항로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며 “한국 영공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노선이 신설되더라도 실제 운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한국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21호는 북한을 출발한 모든 항공기의 화물을 검색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은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북한의 국제항공 노선은 최근 이런 제재들로 인해 크게 준 상태이다. 고려항공은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 5개 도시를 비롯해 러시아와 태국,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을 취항했지만, 대북 제재 결의 이행 등으로 정기노선은 중국과 러시아에만 남게 됐다.

한편 북한의 사전 통보 없는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클라크 대변인은 민간 항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회원국들 간의 협조를 계속해서 돕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6년 2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4호’ 발사 이후 한 번도 미사일 발사 계획을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사전 통보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 측은 2017년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 관련 결정문을 채택하고 역내 민간 항공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야기했다고 명시했다. 이후에도 11월 ‘화성-15형’ 발사 이후 VOA에 영토나 영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통보해야 할 책임은 주권 국가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세계 항공업계의 정책과 질서를 총괄하는 유엔 산하기구로 1947년에 설립돼 191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기구이다. 한국은 지난 1952년 11월에 이 기구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1977년에 가입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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