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종이에 현혹돼선 안 돼...한국 현 정부가 잘못된 길로 이끌어"
“문정권,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 고집...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해야”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VOA)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VOA)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중국과의 관계에 더 무게를 두면서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는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종전선언이라는 종이 한 장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은 '잘못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국의 민간단체 허드슨 연구소가 개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주한대사 재임 시절 한미관계에 대해 평가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것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 무게를 뒀다”며 사드(THAAD)에 대한 중공과의 합의(3불 합의)에 대해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그는 또 문 정권이 한국방어를 위한 연합군의 준비태세 강화가 목적인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도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 정권이 이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를 폐기하려고 했다며 당시 미국 정부는 자신을 포함해 모든 수준에서 한국에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 측은 “지소미아가 한일 정보교환협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언급했고, 한국의 차기 정부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모두 양국 관계 개선에 의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한미일 3자 협력 진전에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재인 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한 종전선언에 대해 “서명이 이뤄진 다음날 무엇이 변할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어서 휴전 상태와 미국의 한국 방어 의무가 계속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생화학무기, 핵무기 역시 여전하다며 “김정은이 서명하는 또 다른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자”고 했다.

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몇 년간 노력했지만 실패라고 입증된 방법이었다”고 했다. 그는 협상의 결과로서 훈련과 제재를 줄이면 좋지만 미리 유인책을 주는 것은 헛수고가 될 수 있다며 이상주의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북한과의 대화 추구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한미의 능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현 정부가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국과 한국, 일본 등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전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VOA는 전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이 해상과 지상, 공중에서 연합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이 연합 군사훈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국이나 일본 영공에 전개될 때 한국과 일본의 전투기도 함께 작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기동함대’를 언급하며 역내에서 미국, 한국, 일본 해군이 함께하는 ‘상설 해군’ 창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갈라놓은 문제를 넘어서서 협력이 필요한 안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락 함께 노력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본이 3자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3자 협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3국 정상들이 만나 ‘톱다운 방식’의 접근을 통해 3자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정상 차원의 확고하고 분명한 지침 없이는 양국 쟁점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쿼드’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의 역내 순방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 쿼드 정상회담만 열리고 한미일 3국 회담은 열리지 않는다면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한편 전임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북한이 최근 김정은의 참관 아래 전술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전술 미사일이 소형화된 핵탄도를 장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며 역내 핵전쟁 위험을 고조한다”며 “매우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이 없다면 이러한 종류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고하는 것일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 방향이 ‘한반도 안보에 최상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켄 짐보 일보 게이오대 교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미국과 동맹 간 ‘디커플링’ 즉 균열을 조장하려는 시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에서 핵 공유 논쟁, 한국에서 전술핵무기 재도입 논쟁이 불거지는 것은 동맹 균열에 대한 잠재적인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확장억지대화’, 미국과 한국의 ‘확장억지 전략협의체’를 격상하고 향후 두 협의체를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런 방안들이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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