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인 국민이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능력과 도덕성의 두 가지를 갖춘 공직자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부터 주민센터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각기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이 다를 뿐이다. 주목할 점은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특정 시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10년 전에 공직자로 임명될 당시에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이후 전혀 발전이 없거나 심지어 퇴보한 사람의 경우에는 현재의 공직 수행에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공직자들에게도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요구되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공직윤리와 공직자의 덕목

공무원과 공직자는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을 가리키지만,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으로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법상의 법적 의무보다 공직자윤리법상의 공직윤리는 더욱 넓은 개념이며,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일단 국민들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의무를 진다. 이러한 공직윤리의 핵심은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사기업의 경우에는 사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만, 공직자는 공익을 위해 활동하며 이러한 공직 수행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국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국민 전체를 위한 공직 수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직윤리의 핵심은 공익 우선이며,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법은 제2조의2에서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애초에 공직자의 개인적 이익이 공익과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주식백지신탁이다. 국가정책의 결정에 관여하는 고위공직자가 그 정책결정 여하에 따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내지 그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에는 개인적 이익에 유리하게 결정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러한 공직에 취임하기 이전에 보유주식을 백지신탁하고, 수탁기관이 이를 처분하여 동일한 가치의 다른 주식으로 변경하되, 어떤 주식인지를 본인이 알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이해충돌을 방직하기 위하여 고위공직자들의 퇴직 후에 일정 기간 유관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조항들이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등록 및 공개도 공직윤리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법에 의해서만 규율할 수는 없으며, 법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공직윤리 이외에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이 적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은 정권교체기에 공직자들이 얼마나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느냐에 따라 국정의 혼란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공직자들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는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직업공무원제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정권교체기는 공직자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속된 말로 어떤 줄을 잡느냐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쪽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공직자들이 줄서기를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정무직 공무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공직 수행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직업공무원의 경우에는 ‘줄서기’ 자체가, 그 방식 여하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공무원들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가 주장되고 있다. 예컨대 공무원들의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논거로는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공무원의 정치활동이 어느 정도로 인정되는지는 각국의 정치문화 및 공직문화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처럼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일처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및 공직문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 공무원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이는 업무 외의 시간과 장소에서 사적인 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고,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소속 정당이나 지지하는 후보자에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가 충분한 경우에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그러한 신뢰가 부족한 경우에는 적어도 당분간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공공연한 비밀인 현재 상황에서 성숙된 정치문화와 공직문화를 전제로 공무원의 정당가입 등에도 불구하고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국민들이 신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위공무원단의 구성으로 인해 직업공무원의 범위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하려는 공무원들에게 줄서기가 불가피한 제도적 현실도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공직윤리 내지 공직자의 덕목을 위한 핵심적 요소이다.

첫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깨질 경우에는 관권선거의 위험이 현저하게 커진다. 제2, 제3의 3⋅15부정선거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장래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둘째, 공무원 줄서기가 공공연해지는 것은 사실상 직업공무원제를 포기하고 엽관제를 채택하는 것이 된다. 이는 직무상의 능력이 아닌 정치적 배경을 통해 공무원의 승진 등이 결정되는 것이며, 공직의 효율성 나아가 공직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셋째,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에는 그 파급효가 국가 전체, 국민 전체에 미친다. 각종 인⋅허가, 부담의 부과 및 면제 등에서 불합리성이 확대되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생활이 불편해지며,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정권교체기 공기업, 공공기관의 ‘알박기’ 논란

정권교체기에 반복되는 문제의 하나가 주요 공직 내지 공공기관의 자리를 둘러싼 신⋅구 정권의 갈등이다. 구 정권에서는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법적 권한이 있다는 점을 들어서 인사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신 정권에서는 임명 후에는 신 정권과 호흡을 맞춰서 일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서 신 정권과의 협의를 통한 인사권 행사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도 관련 공직의 성격에 따라 구분될 필요가 있다.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통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차기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의 인사는 임기가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정한 업무수행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에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도 각종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인사와 관련하여 알박기 논란은 성격이 다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던 민주당 정부에서 청와대 출신 및 친여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였다는 점이나, 관련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임명되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인사가 차기 정부의 정책집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은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과 협의하여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임기가 종료할 때까지는 현직 대통령이 법적으로 인사권의 주체라는 점을 존중하되, 차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할 인물에 대한 인사에는 차기 대통령의 의사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권교체기의 타협이 항상 원만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공직자들 스스로의 진퇴 결정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제대로 알고 행하는 것의 중요성은 한고조가 초패왕 항우를 이겨 중국을 통일했을 때, 때를 알고 물러난 장량과 계속 자리를 지키다가 죽임을 당한 한신의 비교에서 잘 드러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공직자의 진퇴가 군주국가와 같은 방식,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대통령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살피면서 진퇴를 결정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직 수행의 공정성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

주권자인 국민이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능력과 도덕성의 두 가지를 갖춘 공직자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부터 주민센터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각기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이 다를 뿐이다.

주목할 점은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특정 시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10년 전에 공직자로 임명될 당시에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이후 전혀 발전이 없거나 심지어 퇴보한 사람의 경우에는 현재의 공직 수행에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공직자들에게도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요구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직자로 임용될 당시의 도덕성 평가에서는 각종 불법이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장기간 공직을 수행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직 수행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게 된다. 한편으로는 공직 수행의 공정성이,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부동의 자세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자세가 공직자의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덕목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어야 함에도 가장 지켜지기 어려운 때가 바로 정권교체기가 아닐지…….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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