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객원 칼럼니스트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현 정부조직체계에 따라 조각(組閣)한다고 밝혔다. 여소야대가 낳은 기이한 현상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정치·군사·경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이은 북한미사일 도발과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김여정의 핵위협까지...설상가상이다. 이처럼 안팎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 전후로 맞닥뜨릴 첫 위기대응의 성패여부는 향후 임기 5년 향방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부담은 크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정권이 평화타령으로 안보 인프라를 형해화(形骸化)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의 책무가 중차대한 까닭이다. 기존 시스템에 보완이 요구되는 필수기능을 더해 제 몫을 다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기능별 비서관체제를 변환해야 한다. 현 부처기반 비서관 편성은 다층적· 다원적 스펙트럼인 21세기 안보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다. 제2의 물결시대의 틀과 콘텐츠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 즉 미주·중동·EU·아프리카·동북아 지역별 담당과 국제경제·WMD·사이버·테러·전략커뮤니케이션 등 기능별 담당이 혼합된 체제다. 미국의 NSC사무처가 사례가 될 수 있다. 각 정권의 국가안보목표와 전략에 따라 조직을 신축성 있게 증감하며 안정성·지속성 유지 시스템은 눈여겨 볼만하다.

둘째, 국가핵심기반 담당을 신설해야 한다. 국가안보, 통치, 경제, 국민편익에 사활적인 에너지, 금융, 교통수송, 정보통신 등은 북한의 테러·드론·사이버침해·미사일·장사정포는 물론 재난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유사시 북한의 효과중심작전(EBO)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정원, 합참 등의 분산관리체제로 업무중복과 위기대응에 문제가 많다. 국가핵심기반보호 없는 안보는 허구다.

셋째, 비상대비기능을 정위치(定位置)해야 한다. 유사시 국가동원은 군사작전과 함께 대통령 전쟁지도·의사결정의 핵심 척도이자 지표이다. 하지만 DJ, MB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대통령지휘계선에서 이완·괴리시켜 등한시함으로써 기능발휘조차 걱정하는 처지로 만들었다. 안보행정을 평시 행정과 동일시하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만 높인 꼴이다. 현 부조리 상황을 방치·외면하다 낭패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넷째, 국가위기대응 컨트롤 역량 강화이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현 상황근무와 위기대응조직으로 재편·운영해야 한다. 정보수집·상황판단·대응방안제시·대통령의사결정보좌 등이 상호 연계되어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각 부처와 중대본부 입만 쳐다보는 대응행태는 대국민 안전 서비스에 적폐가 될 뿐이다. 또한 이원화된 중대본부장은 국무총리로 단일화하고, 그의 의사결정 보좌를 위해 서울상황센터는 총리실로 이관이 필요하다. 중대본의 운영개념도 중수본·지대본의 지휘통제보다 협조·지원으로 전환하는 게 옳다.

끝으로, 국제사회와 정보공유협력강화이다. 국가위기대응 성패는 적시 정확한 정보제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기존 안보는 물론 기후변화, 감염병, 사이버공격 등 신흥안보위협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와 협력한 공동대처가 불가피하다. 동맹·우방국은 물론 중·러와도 정보협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장차 Quad· AUKUS 참여와 국방 핫라인(ADI), ARF 등과 소통과 유대강화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계절 변화에 맞게 옷을 갈아입듯이 안보위협과 시대환경변화에 따라 국가안보실의 인프라 재구축은 아방가르드(Avant-garde)이자 시대적 요구(Sollen)다. 기존 경로 의존적 조직과 인력운영 시스템으론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격랑을 헤치고 국가이익을 지킬 수 없다. 향후 정부조직 개편은 작은 정부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국가이익에 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정찬권(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前국가위기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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