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돈재 객원 칼럼니스트
염돈재 객원 칼럼니스트

아직 출범 전인데 윤석열 정부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많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열악한 환경과 취약한 기반에서 출범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데다 정치경험도 없고 콘트리트 지지층도 없다. 과거 70~80%를 상회하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정부에는 55%에 불과하다. 국민을 즐겁게 할 경제전망도 어둡다. 문 정부의 실정(失政)과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 수출적자, 고실업의 지속이 예상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인플레 및 재정적자 우려로 정책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다.

정치 현실은 더욱 어렵다. 민주당은 40% 안팍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는데 윤석열 지지층은 매우 유동적이다. 윤석열 좋아서보다는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찍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2024년까지는 거대 야당과 진보·좌파 세력이 국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고 사사건건 ‘뒷다리 걸기’를 계속할 것이다. 거기다 좌파세력의 선전·선동 기술은 더욱 능수능란해져 ‘공정과 상식’으로는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많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안보환경 변화이다. 북핵 리스크는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은 핵전력 고도화를 위해 금년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열차 발사 미사일 등 미사일 실험을 11번이나 했고 머지않아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에는 김여정이 군사 대결 시에는 핵 사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 강화, 킬체인·한국미사일방어체제(KAMD)·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제제 완비와 선제타격 의지로 북핵에 대응하겠다지만, 그건 몇 년 후의 얘기이고 더 시급한 것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도발 시 핵 무장한 북한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더 시급하다.

한반도에서의 신냉전 리스크도 어려운 도전이다. 미·중 패권전쟁과 미·러 관계의 악화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더욱 어렵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추가제재에 반대하면서 대북한 경제·군사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 앞으로 북한의 군사도발 억제를 위해 중·러의 협조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참여가 불가피해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대체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대외안보 위협보다 더 위험한 것이 종북·좌파 리스크다. 미선·효순이 사건, 광우병 시위, 세월호 사건, 박근혜 탄핵 시위를 거치는 동안 종북·좌파 세력은 거리투쟁과 여론조작에 기술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박원순 시장 9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노총, 전교조, 전공노 및 좌파·종북 세력의 조직과 자금력이 대폭 강화됐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자 및 불법 시위에 대한 대처도 매우 느슨해져 대부분 국민들은 종북·좌파 세력의 친북 및 김일성·김정은 찬양과 반미활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종북·좌파 세력에 대한 대응활동은 대폭 위축됐다.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국정원과 군의 대응심리전 활동이 불법으로 판결되고 국정원장 4명과 40여 명의 국정원 간부들이 국고손실 및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갔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으로 2024년 1월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토록 돼 국정원 대공업무는 완전히 무력화됐다.

대선 이후 종북·좌파세력들은 ‘윤석열 정부 흔들기’를 위해 백낙청, 이석기, 이재명 등의 주도하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들은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거리투쟁과 흑색선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대응할 우파세력은 지쳐있다. 대부분 7~80대인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김밥 한 줄, 설렁탕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웠다. 매주 시위에 나가다가 건강을 해친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일부 젊은이들은 ‘아스팔트 세력’을 ‘틀딱’으로 비하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국회의장, 총리 출신도 있고 장·차관, 대법관, 대학총장, 대기업 CEO 출신도 허다하다. 그러나 정말 이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무신경이다. ‘틀딱’들이 없었다면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성, 몰염치성과 친북성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 수 있었을까? 윤석열 당선에는 나라 걱정하며 많은 밤 잠 못 이뤘던 틀딱들, “애비 소원이니 이번에는 윤석열 좀 찍어 줘” 라고 애원한 틀딱들의 기여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달 초 틀딱들의 ‘위대한 지도자’ 김일두 고교연합 초대회장의 장례식과 시민단체 추도식에 조문 온 국민의힘 정치인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우파 정치인들의 오만함, 무감각, 무신경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종북·좌파세력은 국정은 파탄냈지만 선전·선동과 대중심리 조작에는 매우 능란하다. 지금 종북·좌파 세력 재정비에 나선 백낙청, 이석기, 이재명은 문빠들보다는 훨씬 영악하고 지략도 뛰어나다. 더욱이 이제 이들은 이념을 넘어 ‘먹거리 공동체’로 결속돼 있다. 지난 5년 동안 나랏돈 빼 먹는데 이골이 난 이들의 결속력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약점을 송곳같이 파고들 것이다.

당선 후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대통령집무실 이전, 장관 인선, 안철수 홀대, 제주 4·3 사건 관련 언급 등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흔히 검사 출신은 겸손이 부족하고 ‘자기판단에 대한 과신’이 많다는 얘기, 윤 당선인은 말로는 소통을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스타일이라는 얘기, 책임총리 임명하고 벌써부터 물 먹인다는 얘기, 엘리트 참모가 많다지만 바른 말하는 참모는 없는 것 같다는 얘기, 민정수석 없앤다지만 두 달이 못 돼 후회할 것이라는 얘기, 소통 중시하다가는 경호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얘기 등은 입에 담기도 두려운 얘기들이다.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어떻게 세운 대통령인데” 하는 마음과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면 김정은에게 나라 넘겨주게 된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취임 초에 너무 과욕 않으시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는 미래 청사진 못지 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 좁은 틈새를 송곳 같이 파고들어 이용하려는 능수능란한 선동 세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염돈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국정원 1차장,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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