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 8일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 8일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주식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이재명 수혜주’로 꼽혔다.

수소차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연장선에서 탄소중립, 수소경제를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8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기업 총수로는 처음 안철수 위원장을 만나 현대차가 지향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비전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정 회장과 안 위원장의 주된 대화도 로봇, 자율주행,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정 회장과 안 위원장은 현대차 자율주행차인 쏠라티 로보셔틀에 탑승하기도 했다. 쏠라티 로보셔틀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적용한 차량이다.

현대차는 4족 보행로봇 '스팟(Spot)'을 앞세워 안 위원장을 안내하기도 했는데, 스팟은 현대차가 로봇산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한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이다.

정 회장은 스팟을 올해 초 세계 ‘CES 2022’ 연설에 직접 데리고 나올 정도로 로봇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시 “현대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수소 동행’을 윤석열 정부에서는 ‘모빌리티 동행’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인공지능(AI) 반도체·로봇 △ 양자 △탄소중립 △항공우주 △바이오헬스를 ‘5대 메가테크’로 규정, 집중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정 회장은 안철수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자동차산업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수소연료전지 등 첨단 미래기술과 융합하고 서비스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국가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혁신 선도국가로 전환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의선 회장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직접 운전해 보이기도 했지만, 막상 안철수 위원장은 수소차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차는 문재인 정부의 ‘수소 동맹’ 기업이었다. 2020년 수소경제위원회에 기업 총수로는 홀로 참석한 이도 정 회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대통령 전용차로 수소차를 채택했고, 같은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구상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앞으로 30년 정도 지나면 수소가 전체 에너지의 1/4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정부가 청정수소의 생산·확보·유통보다 유독 수소차 보급에만 집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면서 수소차를 지원해왔다. 수소차 시승(2018년 2월), 프랑스 수소 택시 충전소 방문(2018년 10월), 연료전지 공장 기공식 참석(작년 10월)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8월, 정부내 수소경제 주무 조직인 수소경제정책관(국장) 자리를 신설했는데, 여기서 2022년 수소의 생산·유통·저장·충전·안전 등 10개 기술 개발에 책정한 예산은 79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환경부가 수소차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에 쓰는 예산은 8900억원에 이른다.

전기차는 정부·지자체 구매 보조금이 900만~1500만원인데 수소차는 3250만~4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 1~2월 수소차 보급 대수는 1900대에 머물러 연간 보급 목표(2만8000대)에 한참 못 미친다. 작년 연말 기준. 국내 수소차는 1만9000대 정도, 대부분은 관용차다.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혼다 등은 최근 1~2년에 사이 수소차를 포기하는 양상이다.

‘미라이’ 모델로 현대차 ‘넥쏘’와 경쟁했던 도요타도 수소차를 접었다는 소식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11월, 수소차의 심장격인 3세대 연료전지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주행 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이 짧은 반면, 현재 에너지 효율은 전기차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 연료전지)를 ‘바보 전지(fool cell)’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과의 ‘수소동행’이 추후 윤석열 정권의 탈원전비리 수사나 에너지정책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나 정의선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의선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선 것은 2019년 3월,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다. 이후 현대차는 세계적인 코로나 19사태의 와중에서도 눈부신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한해동안 북미와 유럽의 주요 자동차 단체 등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이 국가 및 지역단위 5개 시상식과 자동차 전문 미디어가 선정하는 5개 시상식 등 모두 10개 시상식을 분석한 결과 모두 6곳에서 최고 상인 ‘올해의 차’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북미지역 올해의 차에는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가 선정됐고, 캐나다의 올해의 유틸리티에는 제네시스의 GV80이, 독일 올해의 차에는 아이오닉5가 선정됐다. 유럽 자동차 전문매체가 발표하는 시상식 5곳 가운데 3곳에서 현대차그룹의 차종이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1년 동안 현대차에서 3890981대, 기아에서 277만7056대 등 모두 666만8037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20년보다 4.9%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3분기 판매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폴크스바겐그룹(695만 대), 도요타그룹(632만대) 다음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연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직을 사실상 없애면서 직할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2017년 말 현대차그룹에서 부회장은 9명이었지만 2021년 말에는 1명으로 줄었다.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만61세인 1999년에 현대차 회장에 오른 뒤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한 이후 부회장들에게 경영을 많이 의지했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2000년 말 1명이었던 부회장이 2010년에는 8명, 그룹 전체로 보면 2010년 부회장이 14명에 이르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의 전동화가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경영 또한 직할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구개발(R&D) 조직도 엔진에서 전동화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사진=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사진=연합뉴스

 

현재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에는 3세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두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상법상 경영승계, 그리고 노조문제다.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권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본인이 다량 보유한 주식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정의선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거나 지분율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그룹 지배구조와 연결되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외 계열사까지 합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로 추산된다.

노조문제와 관련,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이상수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등 정주영, 정몽구 회장과 비교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미국에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면서 노조가 크게 반발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인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과 정부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여기에 사무직 및 연구원 노조의 출범, 법원에서 패소를 거듭하고 있는 비정규직 파견문제 또한 작지않은 고민거리다.

정의선 회장은 2015년 11월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이날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면서도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주하는 것은 현대차 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역사를 자동차 브랜드와 연결시켜 창업주 정주영은 포니, 2대 정몽구 회장은 에쿠스, 정의선 회장은 제네시스로 표현하기도 한다. 정주영의 도전과 창의력이 정몽구의 뚝심을 거쳐, 정의선 시대에 이르러 글로벌 경쟁력에 도달했다는 것이다.<펜앤 특별취재반>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