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8개월, 한국 어디로 가나① 불안한 안보, 국제왕따 외교
文정부 8개월, 한국 어디로 가나① 불안한 안보, 국제왕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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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시뿐인 안보위협, 살얼음판 한미동맹, 바닥모를 국격추락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이달 10일 출범 8개월을 맞는다. 새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사이에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 정권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국민도 여전히 적지 않지만 정치 안보 외교 경제 법조 교육 분야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진좌파적 반(反)자유민주주의, 또는 비(非)자유민주주의적 국정 운영의 그늘과 국가정체성 혼란에 불안감을 느끼는 한국인과 해외동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8개월,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강한 안보로 튼튼한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 안보는 정말로 튼튼한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열강국들과의 외교를 주도하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은 아직 유효할까. '탄핵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 직후 "갑자기 강대국이 돼버렸다"던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즐거운 비명은 여전히 들을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상 초유',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안보·외교 노선은 흔들리고 무너져 왔다. 세계 최악의 전체주의 독재 정권인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시험이라는 6차 핵실험에 미국 수도인 워싱턴까지 타격 가능한 ICBM급 '화성-15형' 발사까지 마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핵이라는 비대칭 전력 대응 수단을 강구하기는커녕 미 전술핵 재배치도 일축했다. 방어용 무기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도입조차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 바빴다. 걸핏하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북핵·미사일 위협 평가절하에 앞장서고, 사드 운용과 같은 안보 주권에 집요하게 간섭하는 중국의 '상국(上國) 행세'에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이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협박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바라봐야 했던 게 그 결과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과감‘했다.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초래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종용하는가 하면, 위험수위를 넘어선 북한의 도발에도 '선제타격을 고려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 정책 결정 공식라인이 아닌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나라 안팎에서 한미동맹 균열 조장 발언을 쏟아내고, 국방부 장관의 원칙적 대북 언급에 면박주기를 반복했다. 청와대는 특보의 손을 들어주며 친북·친중으로 기울었고, 현 정권의 외곽 지지세력에서 나타난 노골적 반미 움직임은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다. 한국의 달라진 움직임에 실망한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 정부를 건너뛰고 의사 결정을 하는 '코리아 패싱' 징후가 잇따랐다.

유력 국가들과의 각종 정상외교에서도 대통령·외교부 장관을 불문하고 푸대접을 당하는 풍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6·25 혈맹인 미국 대통령이 25년 만의 국빈 방한을 했지만 동시에 순방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기간이 짧았다. 북한의 후원자였던 중국은 자국을 방문한 한국 정상에게 유례없는 외교적 홀대로 '이름뿐인 국빈방문'이라는 오명과 '취재진 폭행 파문'의 충격을 남겼다.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대한민국의 국격은 추락했고 국민의 안보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보도했다. 사진은 11월30일 공개된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보도했다. 사진은 11월30일 공개된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핵·ICBM 완성까지 '좌시 정부'…안보 혼선도 심각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과 8개월도 안된 시점에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총 11번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규모 5.7의 대규모 인공지진을 일으킨 제6차 핵실험(9월3일)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런 군사 행동이 있을 때마다 "좌시하지 않겠다"거나,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 "실효적인 대응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 등의 언급으로 '도발 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은 더욱 바짝 다가왔다. 북한의 잇단 군사 행동은 이른바 수소탄 핵탄두와 미국 본토 전역에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모두 보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음에도 '일회성 도발'로 치부하는 자체가 번지수가 틀린 대응이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저지한 건 없었다.

지난해 11월29일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이 좌시 않겠다던 무력 도발의 '레드라인'은 알 수 없었다.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의 반복은 '여전히 대책이 없음'의 다른 말이었다. 현무-2 등 탄도미사일 응징사격 훈련이나, 탄두중량제한 해제 등을 갖고 비대칭 전력인 핵폭탄에 "압도적인 힘의 우위"라며 과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측의 군사행동 때마다 대화·협상을 입에 올린 것도 '강한 안보'라는 구호를 퇴색시켰다. 9월15일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당시 "이런 상황에선 대화도 불가능하다"던 대통령은 11월 29일 미사일 발사에도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말을 거듭했다.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등의 이른바 4대 원칙 합의로 다시 대화 기조로 회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5월21일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발사에도 휴가를 취소하지 않고 NSC 소집 '원격 지시'에 그쳤고, 7월28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틀 만에 6박7일 여름휴가를 떠나 북핵 대응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북핵 위기의 근간인 비대칭 전력 대응을 위한 핵무장론(論)과 북한 지도부 제거 목적의 '참수부대'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했다. 야권에서 자유한국당이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더욱 강화하고, 바른정당도 동의를 촉구했지만 청와대는 무시로 일관했다.

이 와중에 9월14일에는 통일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약 87억원)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친북 논란을 키웠다. 이런 와중에 무슨 대북 지원이냐는 여론의 비판이 거셌지만 통일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방침이라 강변하며, 북한의 화성-12형 및 화성-15형 발사 이후까지도 공여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12월1일 육군에서 출범시킨 특수임무여단의 '김정은 참수(斬首)부대' 별칭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도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참수부대 명칭을 그대로 받아들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시비를 붙였고 양측 설전 끝에 청와대가 송 장관에게 "엄중 주의"를 준 것이다. 이는 현 정권이 스스로 임명한 첫 국방 수장을 억누르는 수많은 '안보 혼선' 표면화 사건 중 대표적 사례였다.

앞서 송 장관은 6차 핵실험 직후인 9월4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한미 연합전력으로 북한 전쟁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금년 12월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말 정도에는 참수작전 능력을 구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문 특보는 9월15일 "부적절한 표현이다. 장관은 용어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9월17일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제 삼았다.

9월18일 국방위에서 문 특보 발언에 대한 야권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송 장관은 "문정인 교수(특보)는 본래 제가 입각하기 전 한두 번 뵌 적이 있지만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하고는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라며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의 참수 작전 언급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즉각 '비상임 별정직' 문 특보가 아닌 송 장관을 두고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했다"며 "엄중 주의"를 줬다. 한술 더 떠 문 특보는 10월30일 일본 교토대에서 가진 강연 직후 "송 장관은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방향을 간다. 박근혜 정부 때나 나온 참수작전을 운운하는 건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특보는 이전에도 '사드 때문에 한미동맹 깨지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 '북한은 엄청난 적응력을 갖고 있다', '핵무장에 정부가 반대하는 게 맞다' 등의 반미·친북성 발언을 쏟아낸 전력이 있다.

사드·전술핵·대북 해상봉쇄 등 안보 현안을 놓고도 송 장관은 청와대의 외압에 시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술핵에 관해서는 9월4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가 안보실 1차장이 공식 반대한 12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18일 국방위에서는 "재배치를 하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화성-15형 발사 계기 12월1일 국방위에서는 경대수 한국당 의원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막으려면 우리가 핵무장을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지향점이 저와 같다"고 동조하면서도 "그런 걸 자꾸 말씀해주시면…"이라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같은날 미국 측에서 거론한 "대북 해상봉쇄 조치" 동참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여당의 '면박'을 받기도 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해상봉쇄 참여 여부, NSC 등 범정부 차원의 결론 여부를 추궁하자 송 장관은 "그렇다"고 거듭 답했고, 이 의원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이 있었다. 청와대는 송 장관의 답변을 즉각 부인하며 "추후에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송 장관이 수장인 국방부는 그가 동의한 것이 북한으로의 모든 선박 출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해상봉쇄'가 아니라, 금수품 적재가 의심되는 선박을 식별·검색하는 '해상 차단' 훈련이라는 입장을 내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12월4일 송 장관을 지목해 "그 발언은 실수"라며 "(청와대와) 통일된 메시지를 내라"고 압박했고, 송 장관은 같은날 "대통령님과 청와대 모든 참모들과 저하고는 한 치의 빈틈도 없다"고 후퇴했다.

그는 임명 전부터도 사드와 관련해 현 여권과 상반되는 입장을 거듭 내놓은 바 있다. 6월26일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는 사드와 관련 국회 비준을 거치라는 주장에 대해 "별도의 조약 체결이 필요치 않다"고, 성능의 경우 "탄도미사일 요격에 최적화된 무기 체계로 군사적 효용성이 있다"고 각각 밝혔다. 민주당의 기존 국회 비준론·사드 무용론 입장과 전면 배치됐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틀 뒤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단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정확한 답변을 꺼렸다. 장관 임명 이후 화성-14형 2차 발사 계기 7월31일 국방위에서는 청와대의 사드 "임시 배치" 결정 사전에 전면 배치를 건의한 사실을 전했다.

송 장관은 10월21일~27일 약 7일간 북측에 나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각종 의혹을 낳은 '391 흥진호 피랍'에 관해 "(북한 27일 조선중앙통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측 발표 수일 전부터 피랍 사실을 알고도 함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청와대-정부 보고라인 내 '고의 누락' 의혹이 확산됐다. 송 장관은 북측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가장해 흥진호에 접근했다고 분석했으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를 전면 부인해 또 하나의 엇박자 사례를 남겼다.

집권 초부터 중국과 얽혀 계속돼온 사드 '수난사'도 안보 불안을 야기한 대표 사례다. 청와대는 5월30일 "문 대통령이 격노했다"며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을 겨냥한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을 일으켰다. 이미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1개 포대(6개 발사대로 구성)를 성주 부지에 배치키로 했음에도 발사대 4기를 국방부가 '추가 반입'했다는 구실이었다. 대통령 지시로 장관을 불러 진상조사까지 실시했다.

이는 중국 측의 즉각적인 내정 간섭마저 유발했다. 5월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관련 상황을 엄중히 우려한다"며 "다시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과정을 즉각 중지하고 취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브리핑한 것. '한국 군부의 고강도 인적 청산'까지 내다보는 현지 언론 보도마저 있었다.

다만 사드 1포대 배치를 허용해 놓고 부품 격인 발사대 반입을 문제 삼는 촌극이 길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내 청와대가 6월5일 사드 부지의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꼼수로 규정하고 새 방식으로 하라고 지시하며 잔여 발사대 배치는 거듭 지연됐다. 이후 7월28일이나 돼서야 통상 10~15개월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로 가닥을 잡으며 사드 가동은 더욱 멀어졌다. '부지 공여면적이 아닌 실제 사업면적으로 기준을 다시 잡으라'는 야권의 비판을 정부는 묵살했다. 불과 1주일 전 좌파 단체들의 등쌀을 못 이겨 국방부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 작업을 내려놓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달여 만에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발발하고서야 9월6일 국방부가 성주 부지에 잔여 발사대 4기 배치를 완료했고, 이후 문 대통령이 9월8일 관련 입장문을 내고서야 사드는 우여곡절 끝에 온전히 가동을 시작했다. 좌파진영에는 실질적 배치를, 우파진영에서는 주목도를 최소화하려는 듯한 한밤중 서면 입장문 발표라는 형식과 "임시배치"라는 용어 고집을 두고 불만을 쏟아냈다.

사드를 둘러싼 논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월 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3가지 모두 안 한다는 일명 '3불(不) 원칙'을 공언해 불씨를 재차 지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3불 약속"에 사드 운용마저 제한한다는 "1한(限)"까지 운운하며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강 장관이 '약속이 아닌 우리 측의 입장표명이었다'는 취지로 수습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중한 문 대통령에게 유례없는 홀대로 보복했다. 나아가 시 주석이 회담 중 "모두가 아는 이유"로 한중관계가 후퇴했다며 사드를 지목, 사드 철회 압박을 공공연하게 가하는 '굴욕 외교'로 비화했다.

●한미동맹 곳곳 균열 징후…친북·친중·반일 행보 결과는 '文정부 패싱'?

북핵 위협에 대한 무(無)대책, 안보라인 혼선 외에도 다가오는 실체적 위협으로 6·25 혈맹국인 미국과의 동맹의 균열을 거론할 수 있다. 실제로 집권 이래 미국 주도의 국제·정상외교에서나 군사적으로 '코리아 패싱'(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한반도 관련 결정을 내림)이 발생한다는,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對中) 종속의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빈발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북핵과 관련해 미국과 공동 입장 발표 자리에서 '대화'를 강조하며 엇나갔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북 군사행동 차단만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를 도외시한 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변했고, 한미일 군사동맹 원천 차단에 나섰다. 미국이나 일본 언론 등에서 비판적 분석을 제기하면 불쾌감을 드러내는 한편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간섭에는 맥을 못 췄다. 여기에 '조공 외교' 논란까지 불러온 작년 말 방중은 '중국과 반미(反美)동맹이라도 맺은 것이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취임 첫날 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라며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100% 함께'는 빈말로라도 들어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 집권 8개월 동안 미국 측에서는 ▲6월초 의회 핵심 인사의 사드 철회 가능성 거론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직간접적인 경제 압박 징후 ▲주류 언론의 한미일 공조 균열 우려 ▲9월 공군 편대의 북방한계선(NLL) 이북 독자 군사행동 ▲25년 만의 국빈 초청에도 1박2일에 불과했던 11월 트럼프 방한 ▲12월 중앙정보국(CIA)의 '북핵 3개월 데드라인' 분석 등 경고성 행보를 보여왔다. 6월3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에서부터 양국은 공감대 부재를 의심케 했다.

공동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6·25 남침 발발 67주년을 기리며 한미 참전 용사에 대해 연신 감사를 표명하는 한편 북한 김정은 정권에 "무모하고도 무자비하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 자체를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미사일에 "굉장히 확실한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 주민 수백만명의 아사와 '오토 웜비어 사망' 등 인권 문제를 역설하며 "북한과의 전략적 인내 시대는 실패했다"고 못박았다. 당시 미국은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6월13일 혼수 상태로 송환 엿새 뒤 사망하면서 반북(反北)감정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웜비어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가 책임을 시사했을 뿐 대북 규탄과는 거리를 뒀다. 북한 인권 증진 노력도 "국제사회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양국 공동성명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미 동맹을 "위대한 동맹"이라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정상간 "깊은 신뢰와 우의가 형성"됐다고 자평했으나, 안보 대책은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압도적인 억제력 강화"나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응" 등 포괄적 언급에 그쳤다.

오히려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면서 북한에 "'대화'의 테이블로 조속히 복귀하라"고 '대북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하루 전인 6월30일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는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거나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돌출 발언'도 했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미국 입장과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낸 셈이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예기치 못한 미국의 대한(對韓) 경제 압박 징후도 잇따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도중 한미 FTA를 거론,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혀 청와대를 당혹케 했다. 공동성명 내용 중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Free and Fair Trade)'에서 'Free'를 빼라는 지시를 내려 발표가 7시간 늦어졌다. 공동 언론발표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현 한미 FTA를 "결코 좋은 협상이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음을 고려하고도,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한 자신의 공약 관철에 나선 것이다.

회담 이후 한국에선 '한미 FTA 재협상 진행 사실을 숨겼다'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 한국 정부는 "재협상 합의가 있지 않았고 재협상이 시작된 것도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요구로 8월22일 서울에서 FTA 공동위 특별회기 회의가 개시됐고, 10월4일 미국에서 열린 2차 회의를 거쳐 12월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FTA 개정 협상 추진계획을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현 여권이 야당 시절 내내 주장하던 FTA 재협상으로 미국 측에 '되치기' 당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부담"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현행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제9차 협정 만료(2018년12월31일)에 앞선 방위비 협정 재협상도 문재인 정부의 숙제로 남아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2월5일(현지시간) 재정경제이사회를 열고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역외 17개국 중 하나로 선정한 것도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지정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국가의 근간인 안보 문제에 있어 한미 결속력 약화도 지속적으로 감지됐다. 본질적으로 주한미군 무기 도입·운용 사항인 사드를 둘러싼 논란을 키우는 한편 친북·친중적 행보가 계속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겨냥 "매우 충격적"이라는 언사까지 동원해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파문을 일으키고 진상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6개월 넘게 걸리는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도 반드시 거치라고 주문했다.

이는 5월31일 중국이 "사드 배치 중단"을 거듭 요구하고 나설 빌미도 제공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간사인 딕 더빈 민주당 원내총무가 같은날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1조300억원 상당의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빈 총무는 "자신이 한국에 산다면 국민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많은 사드를 원할 것 같다"며 국내 논란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예산을 다른 곳에 쓰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은 매번 허용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언급을 반복한 것도 사실상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대북 군사옵션 고려를 표명해온 반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린다"고 공언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많은 분들이 한미 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9월27일) 등 발언을 청와대가 부인한 적도 없다. 7월에는 남북 적십자 회담·군사 당국자 회담 개최를 고집했으나 북측에 무시당했고, 9월부터는 통일부가 '800만달러 대북지원'을 검토한다며 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파열음을 낸 것도 친북적 행보로 거론된다.

특히 유엔 총회(9월19일~22일) 기간 중 미국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20일 'South Korea's Leader Will Be Odd Man Out in Meeting With Trump and Shinzo Abe(한국 지도자는 트럼프와 아베 신조와의 만남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보도 중 'Odd Man Out'이란 표현으로 '문재인 왕따 논란'의 불을 지폈다. 총회 종료 직후인 23일 밤 미 공군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동해 NLL 북쪽 국제공역 최북단까지 전개하는 단독 군사작전을 전개했을 때 국내 여론은 술렁였다. '훈련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변이지만 군사적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로도 한미간 결속력 약화 징후가 빈발했다. 10월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 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검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 모두 불가능하다고 밝혀 '3불 약속을 지키라'는 중국의 간섭을 초래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한국, 베이징에 고개 숙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통령을 '못 믿을 친구(unreliable friend)'라고 지칭, "한미동맹 훼손"의 주체라고 비판했다. 11월2일 백악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11월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가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강 장관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자격임에도 방한 일정을 1박2일로 잡은 점 ▲앞서 일본의 환대를 받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의 방한이 취소된 점 ▲방일 기간 중 아베 총리와 골프 라운딩으로 친교를 과시한 점 등도 한국 홀대의 사례로 꼽힌다. 방한 전 주한미대사관 포위와 '트럼프 화형식' 시위, 방한 중 '물병·야광봉 투척' 등 물리력 행사, 대통령 숙소 난입 시도 등 반미·친북 단체의 활동을 적극 제지하지 않은 청와대의 외교 결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방한 중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FTA·방위비 분담 관련 언급이 빠진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이 호평을 받으면서 분위기 전환이 이는 듯 했다. 그러나 11월8일 공개된 공동언론발표문의 해석을 놓고 청와대가 논란 당사자가 됐다. 트럼프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본격 추진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을 공동발표문에 담고도 공개 직후 반기를 든 것이다.

당초 발표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강조했으나, 이튿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공동 발표문에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발표문상의 주어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발을 뺐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까지 "일본은 인도-퍼시픽 전략으로 외교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해, "우리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던 초기 외교부 입장과도 엇갈렸다.

같은달 말 북한의 화성-15형 발사가 북핵 문제를 미국이 '직접 대응'할 계기가 되면서 코리아 패싱 징후가 짙어졌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북 해상 봉쇄를 거론했으며, 그가 12월12일 제안한 '조건 없는 대북 대화' 제안은 백악관의 반대로 수일 만에 뒤집혔다. 청와대는 미국 상황에 호응하기는커녕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해상봉쇄 동조' 발언에 면박을 줬고, 한국을 배제한 북미 대화 가능성 고조에는 침묵하며 집권 초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과 한층 멀어진 모습을 보였다.

미국 측은 계속된 문재인 정부와의 입장차에 거의 대응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핵심 동맹국 지위를 잃고 있다고 볼 만한 조짐으로 돌려주고 있다. 12월18일 트럼프 행정부가 첫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수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대북 경고 수위를 높였다. 특히 동맹국들에 관해 "북한같은 위협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상호간 이익을 보존하는데 핵심적"이라면서도, 한국과는 "동맹과 우정"이 어느때보다도 강하다고 언급한 반면 일본·호주 등에는 "핵심 동맹국"이라며 "강력한 리더십 역할"을 당부하는 차이를 드러냈다.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여부를 놓고 불참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가 수일 만에 자체 진화해 문재인 정부를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올림픽 참여 여부를 놓고 작년 12월 6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는 "an open question(미결 문제)"라고 말했고, 7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힌 뒤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올림픽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유럽 동계스포츠 강국들에 이어 미국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국내는 사흘 넘도록 술렁였고,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평창올림픽 참가를 약속했다"고 진화에 진땀을 뺐다. 10일(현지 시간)에 이르러서야 헤일리 대사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평창 올림픽에 전체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미국이 평창 올림픽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는 징후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막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논란이 가라앉은 지 일주일여 만인 19일부터는, '외교적 홀대' 논란 속 중국에 한반도 군사행동 배제 등을 합의하고 국빈 방문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이 올해 2월 평창올림픽까지 북측이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겠다는 구상을 국내외 언론에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훈련 연기를 제안 받은 미국이 '검토 중'이라고도 했으나, 하루 만에 틸러슨 장관이 "훈련 연기 관련 계획을 알지 못한다"고 일축하면서 청와대를 거듭 당혹케 했다.

이내 문 대통령 대신 청와대 참모진이 나서서 '소통 채널은 군사당국'이라고 강변했으나, 이번에는 짐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지금으로서는 그런 일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올림픽 이후로의 훈련 연기 자체는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한국 측이 훈련 연기를 대북 협상수단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한미동맹을 파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권교체 직후부터 CIA 산하 코리아미션센터(KMC)를 운용, 국내 여론을 면밀히 파악 중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 이렇듯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안에서 공개 엇박자를 내는 건 의도적인 불신 표명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 서민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 서민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만두(샤오롱바오), 만둣국(훈둔), 꽈배기(요우티아오), 두유(도우지앙)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親中의 끝 文 방중은 '국격 참사' 수준…집권 초부터 외교망신 연속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실시한 중국 국빈 방문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일각에서는 '국격 참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방중 전후 중국의 한국 무시 행보를 놓고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문 대통령의 방중은 ▲당초 4박5일에서 3박4일로 축소 ▲공항에서의 외교부 '차관보급' 인사의 영접과 2016년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필리핀 대통령 영접 대조 ▲초청 주체인 시 주석이 난징 대학살 80주기 추도식 참여 등 이유로 공식행사·만찬 일정 연기 ▲관영매체 CCTV 기자의 사드 관련 추궁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오찬 취소와 총 10끼 중 8끼 '혼밥' 사건 ▲양국 정상 만찬 사진 공개 지연 등 숱한 홀대를 겪었다.

대통령을 수행취재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직원들이 문 대통령 취재 도중 중국측 경호 인력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데 대한 미온적 대처, 중국 측 책임 회피와 현지 언론의 조롱도 파문을 일으켰다. 방중 전부터도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중국 관영 CCTV 기자가 '사드 대책'을 추궁하듯 따졌고 3불 약속을 부인한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인터뷰 편집 과정에서 통째로 날아갔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13일, 시 주석은 난징 대학살 추도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없었다. 조선족 출신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가 공항 영접을 나왔다. 부장조리는 장관급인 부장, 차관급인 부부장보다도 아래 직책이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에는 수석차관급인 장예쑤이 상무부부장이 공항 영접을 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16년 10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 때 왕이 외교부장이 영접한 것이 함께 거론된다.

같은날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출입기자단이 루캉(陆慷) 대변인에게 던진 질문 중 문 대통령 방중에 관한 건 마지막 하나 뿐이었다.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화 제의 관련 중국 정부 입장 ▲난징 대학살 추모에 관한 미래의 중일관계 전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철수에 관한 중·러 협력 문제 등 굵직한 국제적 현안, ▲화교 출신 샌프란시스코 시장 리멍센(李孟贤) 부고 관련 정부 입장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괌·북한 간의 우호 농구시합 제의 등 가벼운 사안, ▲세계 인권감시조직의 중국 정부 위구르 주민 DNA채집 문제제기와 같은 국내 문제 질문이 먼저 나왔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문 대통령 방중과 사드 문제의 해결 전망을 묻는 등 국빈 방문 첫날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중국 인민일보, 환구시보, 신화통신 등 대형 뉴스 사이트 메인 화면에서도 방중 첫날과 둘째날 문 대통령 관련 소식은 찾아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특히 13일 3개 매체 인터넷판 메인화면은 난징 대학살 추도식으로 '도배'하다시피 했고, 문 대통령이 베이징 조어대에서 장가오리(张高麗) 국무원 상무부총리를 접견한 것이 그나마 다음날 오후나 돼서야 인민일보 보도로 나왔다. 환구시보가 청와대 기자 폭행 사건이 불거진 14일 오후 늦게 '문 대통령 방중에 한국 언론 자살골 넣지 마라'는 사설을 게재한 것이 그나마 방중 관련 보도였다.

중국을 찾은 문 대통령의 사진을 실어준 매체는 주로 '무겁지 않은' 소식을 다루는 봉황망(鳳凰罔)이었다. 14일 엔터테인먼트 섹션의 '송혜교 결혼 후 첫번째 공개 활동'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메인화면 한켠에 내걸었고, 문 대통령이 송혜교씨와 측면 얼굴만 노출된 채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중에 발생한 또 하나의 사건은 청와대 출입기자 폭행사건이다. 14일 오전, 코트라(KOTRA) 주최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하려던 청와대 출입기자 두 명이 중국측 경호인력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말리던 청와대 춘추관 직원들도 뒷덜미가 잡혀 내팽개쳐졌다.

대통령 수행취재에 나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가 중국 공안의 관리감독을 받는 용역 인원들에게 몰매를 맞은 것이다. 피해 기자 중 한명은 발로 얼굴을 가격당해 안구출혈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일명 '왕행정관' 탁현민 의전비서실 선임행정관도 있었으나 별 역할을 하지 못했고 불과 100m밖에 있었던 문 대통령으로부터의 조치 지시도 없었다. 한술 더 떠 청와대는 한중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초를 칠까 두려워해 기자단에 '엠바고(보도 자제)'까지 요청, 사태 발생 3시간여 만에야 국내 언론이 보도하는 일까지 있었다.

논란 직후 청와대는 외교라인을 통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건 당일 중국 외교부는 "관심 표시"에 그쳤고, 현지 관영매체들이 '경호인력을 고용한 코트라 책임'이라고 떠넘기거나 '한국 언론 자살골'을 운운했음에도 한국 정부의 추가 항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로 '외교 홀대'와 '혼밥(혼자 밥 먹기)'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방중 첫날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식사도 숙소에서 해결했다. 당초 '베이징을 비웠다'고 알려진 리커창 중국 총리는 당일 베이징에서 국무회의를 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국빈 방문의 관례인 이틀 뒤 총리 환영 오찬도 '오후 면담'으로 미뤄졌다.

이튿날인 14일 아침도 별다른 약속이 없어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인근 서민 식당에서 끼니를 때웠다. 당일 한중 경제무역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한 뒤 점심도 별다른 약속이 없어 숙소에서 혼자 먹었다. 무려 세 끼 연속 혼밥이었다. 함께 밥먹는 것을 예로서 중시하는 중국에서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틀차까지 고위급 인사가 아무도 식사에 함께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14일 저녁에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빈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첫 고위급 인사와의 식사를 가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자 출입을 불허한 채 사진 공개조차 이뤄지지 않아 '깜깜이 만찬' 논란을 초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식사를 함게 하긴 한 것이냐' 등 온갖 논란과 미확인 보도를 할 수 없다는 언론계의 불만이 잇따르자 15일 아침에서야 청와대는 중국에 요청해 겨우 확보한 만찬 사진을 공개했다.

15일 아침과 점심도 특별한 약속이 없어 또 혼자 밥을 먹었다. 저녁은 충칭(重慶)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내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에야 문 대통령은 충칭시 유주빈관에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와 오찬을 가졌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는 근거로 문 대통령에 대한 외교 홀대론을 불식시키려는 일부 친정부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지만, 3박4일 일정 열 끼 중 두 끼만 중국 측과 식사를 했다는 실상을 두고 혼밥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는 이른바 '4대 원칙'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핵과 관련해 ▲한반도 전쟁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확고한 견지 ▲모든 문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의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그 내용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에서는 "별로 신선하지도 않은 단골메뉴 '한반도 평화 4대원칙 합의는 중하고 수행기자는 얻어터져도 되는 거냐"며 "이미 핵 보유 수준인 북한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핵 보유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국민의당에서는 "공동성명도 공동기자회견도 없는 정상회담은 사드 봉인이나 북핵 해법의 진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정부의 무리한 연내 방중과 정상회담이 자초한 결과"라고 혹평을 가했다.

문 대통령의 15일 베이징대 연설 내용은 사실상 중국은 높이고 우리나라를 "주변국" "작은 나라"라고 자칭해 국격 실추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국의 대통령이 한 것이다. 중국언론은 이를 "한국은 소국(小國)"으로 번역해 재빠르게 타전했다.

각종 홀대나 국격실추 논란에도 청와대는 한중 관계를 회복시키고 사드 경제보복 철회를 이끌었다며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귀국 후 이틀도 안 된 18일 오전 10시경, 중국 군용기 5대가 사전 예고없이 이어도 서남방에서 우리측 방공식별구역(KADIZ: 카디즈)을 침범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경계선으로,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군용기 등이 진입하려면 상대국에 24시간 전 비행 계획을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다. 20일부터는 베이징과 산둥성 등에서 한국행 단체관광을 한 달도 안 돼 도로 금지한 것으로 밝혀져 '성과 제로'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국격 실추 논란은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있어왔다. 5월 하순 미국·중국·일본 등으로 특사를 파견했다가 각국 수뇌부에게 홀대를 받았다는 논란이 대표격이다. 외교 관례상 특사가 대통령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 사진으로 미루어 격 떨어지는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적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으로 파견된 7선 '친노계 좌장' 이해찬 의원은 5월19일 시 주석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40여분간 접견했는데 당시 좌석배치가 외교적 결례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시 주석은 회의실 가운데 상석에 앉았고 이 전 총리는 그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오른쪽에 비껴 앉았다. 친서를 전달할 때 공손히 허리를 굽혀 시 주석에게 전한 것, 일개 부하 장관 정도로 보일 법한 좌석 배치 등이 특사 답지 않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같은달 16일 일본 특사로 파견된 5선 문희상 의원은 아베 신조 총리와 환담하면서 마주앉은 의자의 높이가 낮아 전임 박근혜 정부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보다도 낮은 예우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특사로 간 홍석현 전 JTBC·중앙일보 회장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 당시 1대 1 환담조차 없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책상 가운데 홀로 앉고, 홍 특사가 백악관 보좌진과 함께 맞은 편에 앉아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행보가 지속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소외됐다'는 의혹을 자아낸 점도 있다. 9월 유엔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미·일·중·러 등 북핵 관련 주요국과 1대 1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유엔 총회 기간인 9월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진 후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발표문이 '외교 결례' 논란을 낳았다. 발표문에 "한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며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킬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것이 논란이 되자,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만 강조했다'고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나아가 22일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일본·인도와 별도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한데다, 24일 강 장관이 우사이누 다르보 감비아 외교 장관을 만나 북핵문제 등 협조를 약속했다는 외교부발 보도는 조롱거리가 됐다.

한달여 지난 10월 22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있었고, 31일 양국 정부가 사드 관련 한중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강 장관의 외교력을 거듭 의심케 했다. 정상화 선언과 함께 중국 매체는 한국이 이른바 '3불1한(3不1限)'을 약속했다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놓아 한국 측 논란을 조장했다.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3불 입장을 그대로 표명했던 강 장관은 이를 문제 삼자 "약속을 한 적이 없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한편 중국 측에 항의했다. 미국 백악관으로부터는 '3불은 주권 포기'임을 시사하는 간접적 비판을 받았다.

강 장관은 11월말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 성공 관련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완전히 습득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청와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CNN기자는 북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모두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각한 북핵 위협 속에서도 자신들만 모르는 체 하는 한국 정부의 안보 불감증을 비꼬는 말이었다.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새 대북제재안을 논의하는 12월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특별회의는 강 장관이 빠진 채 진행됐다. 같은 기간 문 대통령 방중 수행을 이유로 강 장관은 조현 외교부 2차관을 대신 보냈다. 이날 회의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이 참석했는데 정작 북핵 위협의 1차 당사국인 한국 외교부 장관이 배제된 것은 문재인 정부 외교력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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