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0대 총선의 그 아슬아슬한 1.1%p 차이 승부
요즘 나는 그때의 그 술렁거림을 다시 느낀다
민주당, 막강한 권력 최대한 활용해 표 박박 긁어모았는데도 패배
국민은 민주당의 집권 정당성 분명히 거부...민주당, 이런 변화 읽어내지 못해
이제 포스트1987 체제가 시작되고 있다...2030이 보수화되고 있다
한국, 여전히 근대 국민국가 건설 진행 중이고 내전 끝나지 않은 상태
0.7%p 차이의 패배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것

주동식 객원칼럼니스트

1978년 12월 12일에 치러진 10대 국회의원 선거는 대학 신입생이던 나에게 생애 첫 투표였다. 나는 당시 제1야당이던 신민당에게 한 표를 던졌다. 당시 내가 찍었던 신민당 후보가 누구였는지는 지금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당시 여당이던 공화당은 68석을 얻어 61석을 얻은 제1야당 신민당에 승리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였다. 신민당이 전체 득표율 32.8%로 절대권력 박정희의 위세를 등에 업은 민주공화당의 31.7%를 앞섰던 것이다.

총선에서 얻은 의석도 공화당이 더 많았고 이른바 유신헌법에 의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은 유정회에 미리 배분돼 있는 상태였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인 박정희의 절대권력을 위협할만한 요소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단 1.1%p의 미세한 우세 그 득표율의 역전이 불러온 어떤 술렁거림은 정치를 잘 모르던 나에게조차 피부로 와 닿았다. 그 술렁거림은 이후 단 1년만에 어마어마한 정치적 격변으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 16일 부마항쟁의 발생,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신군부의 쿠데타. 그리고 결국 1980년 서울의 봄과 5.18이 이어졌다.

그러한 정치적 격변의 결정적 전환점이 1987년의 민주화투쟁과 직선제 개헌, 그리고 6공화국의 탄생이었다. 1987체제 즉 6공화국은 직선제 개헌 쟁취를 통한 좌파의 정치적 승리에 따른 전리품이었다. 그 기본 설계는 좌우 누구도 장기집권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좌우가 사이좋게 권력을 나눠 갖자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승리자인 좌파 쪽으로 권력의 추는 계속 기울어져왔다.

5.18과 민주화운동은 좌파의 정치적 정당성과 도덕적 권위를 담보하는 상징이 됐고, 좌파 시민단체는 그 전위부대로 위세를 부렸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강화된 좌파 패권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으로까지 이어진 것이 문재인 정권 5년의 실태였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이 바로 1978년 10대 총선의 그 아슬아슬한 1.1%p 차이 승부였다고 생각한다.

10대 총선으로부터 44년이 지난 요즘 나는 그때의 그 술렁거림을 다시 느낀다. 바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 0.7%p 차이로 승리한 것을 보면서 받는 느낌이다. 이번 대선 결과를 거대한 시대적 조류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시그널로 본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대통령을 차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 의석도 3분의 2에 가깝고 서울시의회는 전체 110석 가운데 101석, 서울시 구청장은 25명 가운데 24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도 완벽하게 좌파 성향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권력 지형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 즉 언론계와 학계, 대중문화계 등 오피니언 리더의 성향도 좌파 우위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이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표를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은 민주당이 졌다. 이게 뭘 말할까?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역동성이다. 1978년 10대 총선에서 단 1.1%p 차이의 역전극이 겨우 1년도 지나기 전에 철옹성 같던 유신체제의 붕괴로 이어진 것처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의 122석보다 불과 1석 앞섰지만 그 결과는 불과 1년만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권력 구조의 우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세력의 집권 정당성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리고 20대 대선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정당성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기존 권력의 힘에 도취되어 안하무인으로 권력을 휘둘러온데다 겨우 0.7%p 차이라는 간발의 승부도 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40여년간 쌓아온 민주화운동의 상징자산도 아직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민주당 정치인들과 당직자들, 지지자들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윤석열 정부를 뒤집어엎거나 최소한 심각한 충격을 주어서 이른바 취임덕에 빠트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압도적인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을 취임 3개월만에 광우병 선동으로 조기 레임덕에 빠트렸던 기억도 이들의 자신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속셈은 이른바 ‘개딸’들의 기묘한 행태, 최강욱이나 최민희 등이 최소한의 허니문 기간조차 생략하고 보여주는 막말, 청와대 이전에 대한 반발 그리고 결정적으로 검수완박에서 보여주는 법치 파괴 책동 등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거대한 시대적 조류가 반대 방향으로 흐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1987년 체제의 최종 승리자이자 그 결론이었다. 결론이란 것은 1987년 체제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귀착점 즉 종결이라는 의미이다. 임기 내내 국정 파탄의 끝판왕이었던 문재인이 임기 말까지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1987년 체제의 최종 승리자라는 위상에서만 가능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막강한 지지율로도 정권을 연장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1987년 체제의 종결이라는 현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포스트1987 체제가 시작되고 있다. 1987체제는 아직 헌정적으로는 유효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미 종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포스트1987 체제는 좌파의 퇴조와 우파의 점진적인 우위로 특징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1978년 10대 총선의 1.1%p 차이 역전이 좌파의 거대한 우위를 예고했던 것처럼 20대 대선에서 우파가 0.7%p 차이로 승리한 것도 그러한 역전의 신호라고 본다.

좌파가 주류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우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주류 이념과 비주류 이념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현상이 있다. 주류 이념은 설명하는 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치 않다. 반면 비주류 이념은 그 정당성을 셜명하고 입증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1987년 이후 반미반일, 친북종중, 노동과 페미니즘 등의 목소리가 높아져왔고, 여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폐, 토착왜구, 친일파 등의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지만 그 흐름은 이제 바뀌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2030이 보수화되고 있다. 앞으로 좌파는 자기들 이념과 도그마를 설명하는 데에는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다시 세월이 지나면 좌파가 정치적인 정당성을 갖고 복원될 수 있을까? 지금 정권을 되찾은 국민의힘과 우파 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어떤 해답을 주느냐에 따라 국민의힘과 우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근대화에 대한 저항과 거부의 에너지가 집약된 정치 집단이다. 이 정당의 원래 뿌리가 보수 정당인 한민당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거쳐 문재인 정권에 이르면서 이 정당은 친북 종중 반대한민국 세력의 아성이 됐다. 좌파가 호남을 숙주로 삼아 대한민국의 해체를 본격화한 것이 지난 5년 문재인 정권의 실상이었다.

20대 대선 결과는 이들의 이런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확산되고, 거기에 대해 국민 대중이 분노와 공포를 갖게 된 결과였다고 봐야 한다.

좌파가 내세웠던 진보의 깃발은 퇴색한 지 오래다. 혁명의 주력군이라던 노동자 계급은 민주노총을 앞세워 노동 개혁에 극렬 저항하며 기득권 수호에 혈안이 됐다. 이들은 진보의 대전제인 생산력의 발달을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노동자 권익 보호는 공무원과 교사 등 고소득 상층 전문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옹호를 의미하게 됐다.

이들이 역사적 조류의 대세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언더도그마 집착에서 잘 드러난다. 원래 진보와 혁명의 본질은 마이너리티 추구가 아니다. 현재는 마이너리티지만 가까운 미래에 메이저리티가 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을 발굴해내 현실화하는 것이 혁명 운동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마르크스가 노동자 계급을 자본주의 타도 혁명의 주력으로 설정한 것은 이들이 대규모 공장 노동을 통해 엄격한 규율과 조직력을 갖추고 그에 합당한 수준의 도덕성과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약자라서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었다. 지금 한국의 노조들은 조직력 등 현실적 영향력에서는 승자지만, 도덕성과 지적 능력에서는 철저한 마이너리티라고 봐야 한다.

지금 민주당 등 좌파 세력은 마이너리티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다. 소수이고 약자이고 열세라는 것 자체가 도덕적인 우월과 역사적 정당성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실력대로 정당한 경쟁을 통해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근대화의 정신을 저주한다. 그 집약이 공짜 선호 심리이다.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을 포함해 좌파의 주력군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공짜가 선(善)’이라는 정신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근대화의 완성을 가로막는 암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가치관은 대한민국의 해체와 몰락을 추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전근대, 반동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정치세력이다.

근대화의 정치적 표현은 결국 국민국가(Nation State)의 건설로 완성된다. 대한민국은 이 국민국가 건설의 과제에서 북한 김씨조선과 경쟁하는 관계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적 격변의 근본 배경은 이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사실상 내전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니 실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교수대에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도 대한민국과 북한 김씨조선의 갈등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근대 국민국가 건설을 진행 중이고 내전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정체성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정권 바뀔 때의 후유증이 두려워 복지부동하고,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정책들이 손바닥 뒤집듯 엎어지며 우방국들이 대한민국의 외교적 연속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치적 내전을 지휘하는 사령부가 되어야 하고, 윤석열은 그 사령관이 되어야 한다. 정치보복 금지니, 국민 통합이니, 화합이니 하는 얄팍한 구도선은 잊어야 한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대한민국도 불행해진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근대화 투쟁의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우파의 건국과 산업화(正)를 거쳐 좌파가 주도하는 민주화와 언더도그마(反)의 과정을 거쳐왔다고 본다. 1987년 체제의 종언은 대한민국 역사가 근대화의 완성 즉 최종적 결론인 합(合)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역사적 과제를 수행해낸 공간에서 현재와 같은 좌파 민주당은 존재할 수 없다. 성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아야 한다. 북한 김씨조선도 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 통일에 따른 결과이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첨병으로서 중국 공산당의 저지라는 역사적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은 주사파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국 공산당과 절연해야 한다. 그런 정리 작업이 이루어진 뒤에야 비로소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한 몫을 담당하는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숙제를 해내려면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허접한 능력과 상상 초월하는 파렴치함에도 불구하고 1987년 체제의 정당성을 담지한 문재인에 대한 자체 정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민주당의 정상화와 대한민국 체제로의 복귀는 늦어진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지 못하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국민이 직접 주권자로서 응징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0.7%p 차이의 패배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민주당은 자기 혁신을 이룩할 내적 에너지와 능력, 도덕성이 실종된 상태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것을 입증하는 도정이 될 것이다. 그 현실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내전 상태인 대한민국 정치 특유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그렇다. 이것이 이번 대통령 선거 0.7%p 차이 승리가 갖는 진짜 의미이다.

주동식 객원칼럼니스트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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