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인물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 신중해야"

허위 사실을 적시해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펜앤드마이크 소속 박순종 기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공인에 대한 표현과 관련해 ‘암시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평가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법리가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적극 적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박연욱 박원철 이희준)는 7일 박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불복한 사건(서울고등법원 2021노2040) 선고 공판에서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기로 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1
서울고등법원.(사진=박순종 기자)

◇“공적 인물에 관한 표현,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 신중해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 기자는 지난 2020년 1월30일 〈조국 추정 ID 과거 게시물, 인터넷서 ‘시끌’…모델 바바라 팔빈 상반신 누드 사진 등 업로드〉라는 제목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MmYy’로 좌파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남성 잡지인 ‘맥심’(MAXIM)의 표지 사진인 모델 바바라 팔빈의 상반신 누드 사진 등이 업로드 됐는데, 이 게시물이 업로드될 당시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라는 취지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19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부장 오원철)는 6대 1로 박 기자에게 무죄를 평결한 국민배심원단의 평의 결과를 존중해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기자가 비방할 목적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박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의 어의, 시기와 상황, 전체적인 취지, 수신자의 입장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소문’ 또는 ‘제3자의 말’이나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을 ‘빙자’하여 허위사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사실 자체를 알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부연 설명하거나 덧붙이는 부분이 있는지, 소문이나 의혹 등이 진실한 것이거나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처럼 언급된 부분이 있는지, 기사 내용의 중점이 소문이나 의혹 등이 있다는 것에 있는지 아니면 그와 같은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에 중점이 있는지 여부 등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될 당시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 누드 사진 등을 업로드한 이 사건 아이디가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시한 상태였고, 실제 인터넷에서도 ‘조국 추정 클리앙 아이디 화제’, ‘클리앙 조국 추정 계정 글모음’과 같은 제목으로 이 사건 이이디의 사용자가 피해자인 것이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이 사건 이이디의 과거 게시물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며 “피고인은 과거 게시물 부분이나 댓글 부분을 소개하면서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였고, 피해자가 과거 게시물을 작성하였다는 부가적인 설명이나 댓글 부분을 이용한 글의 내용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처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1
월간지 ‘맥심’ 2017년 2월호(왼쪽, 모델 바바라 팔빈) 및 2017년 1월호(오른쪽, 걸그룹 ‘라붐’의 멤버 솔빈)의 표지 디자인.(출처=맥심코리아)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면서 피해자가 이 사건 아이디의 소유자라거나 또는 피해자가 누드 사진을 올렸다는 단정적 표현이나 그 사실이 진실일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는 없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게시물의 제목, 문구,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여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이 사건 기사의 표현이나 전체적인 글의 내용, 공적 인물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 신중해야 하는 점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기사는 이 사건 아이디로 게시된 과거 게시물이 인터넷상 화제라는 데에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해당 과거 게시물을 피해자가 게시한 것이라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비방할 목적’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 없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기사를 게시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도 이유 없다”

이밖에 이 사건 원심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무죄 심증’을 드러내는 등 국민참여재판 진행상 절차 위반의 위법을 범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원심 재판장은 변론이 종결된 후에 국민참여재판법 제46조 제1항에 따라 공소사실의 요지, 적용법조 등을 설명하면서 명예훼손죄의 ‘사실의 적시’에 관한 법리가 설시된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등이 담긴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바, 이는 적용법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관련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이를 두고 설명이 미흡하다든가 특정 결론을 암시하듯이 설명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달리 배심원의 평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받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검사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25일 대법원은 지난 2015년 6월 경찰의 4·16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박 전 대통령이)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한번 확인했으면 좋겠다. (보톡스 주사를 맞고) 7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의혹도 있다. 청와대 곳곳을 뒤져서 마약이 있는지 없는지, 보톡스를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등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4·16 약속 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래군 씨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공적 인물은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자유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기자의 이번 사건에서도 박 씨 사건에 적용된 공적 인물에 관한 명예훼손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해당 법리가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