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강길부 의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강길부 의원.

울주군수 후보 공천 문제로 당 지도부와 갈등해 온 강길부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울주군·4선)이 3일 돌연 홍준표 당대표의 남북정상회담 강경 비판을 문제삼으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공개 설전(舌戰)'을 벌였다.

강길부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서 바라던 당 혁신, 인적쇄신, 정책혁신은 온데 간데 없고 당대표의 품격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과연 이것이 공당인가 의문이 든다"고 홍준표 대표를 비난했다.

통상 옛 나치 독일의 괴벨스는 '거짓선동의 대가'로서 비유대상이 돼 왔지만, 북한의 '핵 폐기' 수용 흔적이 보이지 않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로 비판해온 홍 대표가 갑자기 뒤집어 쓴 것이다.

강 의원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당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산다"며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당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유세를 올까봐 걱정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지도부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나아가 북핵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것"이라며 '사후 대응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홍 대표에게 "직에서 물러나 주시라. 당 운영과 선거대책은 선대위를 꾸려 맡기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가 이번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강 의원은 울주군수 공천이 지도부 방침에 의해 '경선'으로 치러진 데 대해 불만을 품었고, 논쟁이 이는 동안에도 탈당 또는 더불어민주당 이적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이에 홍 대표는 오후 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밀었던 군수가 공천되지 않았다고 탈당하겠다던 분이, 명분이 안 되니 남북관계를 명분으로 내걸고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강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울주군수는 모두가 합의해서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라며 "엉뚱한 명분 내걸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맞받았다. "탈당과 복당을 지금 몇 번째 하는 겁니까?"라고 공박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이었다가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으로 당적을 옮긴 뒤 보수계열 정당에 몸담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전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후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같은해 말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새누리당 탈당파에 합류해 바른정당의 일원이 됐다가, 지난해 복당해 울주군 당협위원장직을 다시 가져갔다.

이날 오후 강 의원은 다시 입장문을 내 홍 대표와 재차 기싸움을 벌였다. 탈·복당 경력이 도마 위에 오르자, 양측의 논쟁과 무관한 이인제 충청남도지사 후보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남북관계 명분이 아니라 홍 대표님의 품격 없는 언행이 대한민국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사퇴해달라고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홍 대표가 충남지사 후보에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공천한 것을 겨냥해 "당적을 무려 16번 변경한 분을 공천한 분은 홍준표 대표님이시지 않냐"고 비꼬았다. 이인제 후보는 6선 의원에 이은 7선 도전,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 수 차례 대선 출마 경력의 소유자로 실패와 부활을 반복해 '피닉제(불사조 + 이인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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