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먼저 ‘여사’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노여워 마시기 바랍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함부로 부르고, 심지어 조롱의 의미로 ‘씨’라는 호칭을 붙이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더욱이 여사라는 뜻은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표준대국어사전)이니 당신을 부를 때 사용할 호칭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도 저에게는 몸서리치도록 잊히지 않는 표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20년 3월 28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었지요. 그곳에 참석했던 당신의 얼굴은 어떠했습니까. 세상에 그토록 표독스러운 표정이 또 있을까 할 정도였습니다.

‘천안함 46용사’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를 왜 그렇게 바라보셨습니까? 그때 당신의 모습을 스스로 되돌아본 적이 있는지요. ‘표정의 심리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표정은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도 자식을 둔 어미이지요.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딸을 두셨겠습니까. 하지만 그날 당신이 보여준 그 모습에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미의 절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를 무섭게 쏘아보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 (사진=KTV 방송화면 캡처)

당신이 그토록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 윤청자 여사는 어떤 분이십니까? 아들의 목숨값으로 받은 보상금 1억 원은 총알 하나 더 사라고, 그래서 다시는 또 다른 아들을 잃는 고통이 없게 해달라며 기부하신 분이십니다. 어미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하루하루를 겨우 견디며 살아내고 계신 분이지요.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 달라며 지금도 절규하고 계십니다. 천안함이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치 않다며 그 희생을 모욕하는 억울함에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겨우 한마디 물으셨지요. “대통령님,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주세요”라구요. 아들의 숭고한 희생을 폄하하는 세상에서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똑같이 자식 둔 어미의 심정이라면 그리하면 아니 될 일이었습니다. 국모라 불리는 대통령의 아내라면 더더욱 당신의 그 행동은 지탄 받아 마땅합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꼬옥 안아주실 마음은 없었는지요?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그 아들의 희생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겠다며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없었는지요. 자식 위해 평생 궂은 자리 마다치 않고 거칠해진 두 손을 잡아 줄 수는 없었는지요. 눈앞에서 절규하는 그 한 맺힌 어머니의 마음을 왜 그리도 헤아리지 못했던가요? 늙으신 어미의 눈물 앞에서 왜 그리도 냉담했던가요.

당신이 평양에서 리설주와 포옹하며 파안대소하던 그 모습이 겹쳐집니다. 리설주 여사로 꼬박꼬박 존칭어까지 써가며 극진한 예우를 갖추었지요. ‘사람이 먼저’라던 당신들에게 사람은 정치적 잇속으로 구분되는 기준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윤청자 여사께 사과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할 뜻은 없으신지요. 조국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영웅을 키워낸 어머니야말로 진정한 국모이지 않겠습니까.

그날 그 바다에서 조국의 이름으로 쓰러져간 우리의 아들들이 있습니다. 그 아들이 그리워 밤마다 눈물 흘리는 어머니들은 또 어떠하구요. 정녕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기에 이제는 보내주어야 한다면 기억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어머니들의 눈물을 우리가 닦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바람을 저버렸습니다. 권력의 그늘에서 온갖 호사를 다 누리며 국모라는 이름을 더럽혔습니다.

항간에 당신의 옷값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지요. 청와대 특활비가 아닌 사비로 샀다는 어이없는 해명까지 나오더군요. 제복은 그 사람의 신분을 말해 줍니다. 당신이 입은 옷은 대한민국의 품격이자, 우리네 어머니들을 대표하는 옷입니다.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과 금붙이를 주렁주렁 달고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이 결코 국모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내돈내산’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하신지요?

기존의 권위의식과 특권을 깨부수고 서민의 아픔을 대변한다는 당신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온갖 특권은 다 누리고는 지금에서야 청와대 특활비는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니요? 그보다 더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런 관행과 전례, 특권을 없애겠다고 개혁을 부르짖은 거 아닌가요? 물론 당신이 대통령이 아니라 단지 아내일 뿐이니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은 영부인이라는 자격으로 인도에 단독 순방까지 다녀올 정도였으니 누군가의 아내로만 지난 5년을 보낸 건 아니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그 표독스러웠던 표정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굳건한 결의를 다져봅니다 다시는 그런 표정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 있게 하지 않겠노라고.

굳이 사족을 하나 달면, 퇴임 이후 양산에 가신다지요. 제발 그곳에서 서민 코스프레 따위는 안 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그곳은 서민들의 삶과는 분리된 아방궁이니까요.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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