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1월 14일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최근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팍스로비드 도입 물량은 20만 7000명분, 2주 내 소진 전망

정부가 화이자와 선계약한 팍스로비드 도입량은 100만 4000명분이다. 지난 22일 국내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16만 3000명분으로, 재고량은 6만 1000명분이다. 4만 4000명분의 추가 물량이 지난 24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추가물량을 포함한 국내 도입 물량은 20만 7000명분으로, 계약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국가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한 탓에, 나머지 물량 도입 시기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2일까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누적 10만 2000여명이다. 3월 셋째주에만 하루 평균 5600명에게 처방됐다. 최근의 처방속도를 감안하면 팍스로비드 물량은 2주 이내에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에 급증하는 확진자를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팍스로비드 공급 부족으로 궁여지책, 머크사의 라게브리오 긴급사용 승인 결정

24일 팍스로비드 추가물량이 도입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위험군의 위중증화를 막기 위해 ‘먹는 치료제’ 도입은 필수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 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최근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먹는 치료제 처방 수요도 크게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머크사(社)의 먹는 치료제를 금주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팍스로비드 재고량을 감안하면, 정부가 미국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도입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응이 ‘먹는 치료제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백신 잔여량은 1647만회분, 상당수 폐기 처분될 듯

반면 백신 접종률 증가세가 지지부진하면서 상당수의 백신이 폐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은 화이자 755만9000회분, 모더나 420만7000회분 등 총 1543만1000회분이다. 여기에 개별 계약된 화이자 백신 104만1000회분도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따라서 총 백신 잔여량은 1647만 2000회분에 달한다. 이미 접종할 사람은 대부분 접종을 한 상황에서 요양병원·시설 등에 4차 접종을 목적으로 공급된 백신은 유효기간이 임박해 폐기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다.

라게브리오는 암과 기형아 가능성 배제 못해, 사망 예방효과는 30% 수준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K방역의 현실이다. 당장 필요한 먹는 치료제가 부족해 효과가 낮고 암이나 기형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몰누피라비르가 도입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라게브리오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되는 먹는 치료제이다. 하루에 800㎎(200㎎ 4캡슐)씩 12시간마다 2회, 총 5일간 복용하며,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투여 대상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성인 환자로, 팍스로비드 투여 대상과 대체로 겹친다. 임상시험 최종 결과에서 입원과 사망 예방효과는 30%로, 팍스로비드(효과 88%)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팍스로비드는 현재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40세 이상 기저질환자에게 쓰이고 있으나 병용금기 의약품이 많고 신장·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 반면 라게브리오는 이같은 환자들에게도 투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긴급사용승인으로 치료 옵션이 일부 확대됐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임부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라게브리오를 투여할 수 없다. 동물실험에서 태아 발달 영향 우려와 뼈와 연골의 이상이 관찰된 점, 청소년에 대한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서다.

수유부와 가임기 여성 및 남성은 복용 주의해야

수유부와 가임기 여성 및 남성은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수유부는 약 투여 중 및 마지막 투여 후 4일간은 수유가 권장되지 않으며, 가임기 여성은 마지막 투여 후 4일간, 남성은 3개월간 피임이 필요하다. 암과 선천성 유전질환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 등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병리학과 교수는 "유전독성 시험에서 일부 양성이 관찰됐으나, 시험결과 하나만으로 유전독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사용 제한을 하는 방법으로 위해성을 피하는 방법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머크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사진=연합뉴스]
머크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사진=연합뉴스]

설대우 교수, 약효는 낮고 안전성은 우려되는 라게브리오 복용에 대해 우려 표명

하지만 24일 CBS 코로나 특보에 출연한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해 머크사의 라게브리오는 효과가 너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설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효과가 거의 90%인 반면, 라게브리오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안전성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 약을 처방받은 분들이 과연 복용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팍스로비드를 더 빨리 도입하려고 애써야 한다. 방역당국이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1월 17일 식약처에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했고, 식약처는 이 약의 비임상·임상시험 결과와 품질자료를 검토했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수입자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는 제도이다.

식약처는 라게브리오가 실제 사용된 후 부작용 정보 수집과 추가적인 안전사용 조치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수입사인 한국엠에스디에 국내외 안전성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보고하도록 하고, 의약 전문가와 환자들도 전화나 온라인으로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만약 중대한 부작용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인과성을 평가해 보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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