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기자.

퇴역군인들의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달 27일 회원들을 대거 동원해 판문점으로 향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했다. 

6000명 이상의 향군 회원들은 자신들이 평생 싸워왔던 주적(主敵)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을 살뜰히 챙기는 문 대통령을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나와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1.2km에 달하는 행렬을 만들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우파 단체로 이름난 향군이 문 대통령을 위해 태극기를 흔들자 좌파 언론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국민 전체가 지지한다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향군은 정치적인 단체가 아니라 안보를 위한 단체로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담이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한 친북정권과 북한의 대미전략회의에 불과했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향군은 침묵하고 있다.

향군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던 노무현 정부에 강력히 저항했던 단체다. 당시 정부는 향군에 줬던 각종 혜택을 거둬 갔지만 향군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흔들리지 않았다.

강력했던 향군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에는 마지막 남은 정부의 세제(稅制)혜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군 역시 '변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향군 관계자는 "향군은 자체 사업을 통해 매년 200억 원 상당의 돈을 벌고 있고 이 돈을 국가보훈처에 기부한 뒤 다시 돌려받는다"며 "향군은 이 과정에서 세금 면제라는 세제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에 저항하다 모든 이권 사업에서 배제됐고 빚이 산더미"라며 "일각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환영한다는 향군의 입장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가난했던 나라였지만 군대는 미국의 각종 선진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군인들은 국가의 엘리트로 성장했었다.

향군의 주축은 그 누구보다 더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반미주의자들에게 호통치지 못하는 향군은 어쩌면 최근 한국 사회를 덮친 '좌익 정변'의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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