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특강…"헌법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돼야"...法인식 논란
"선거연령 낮추자는 과거 소수의견, 여전히 실현 안 돼"
"평창서 만난 北김영철, 이정미 전 소장대행 안부 물어"

2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연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2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연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앞으로 헌재나 사법부의 판단은 자유권의 확대보다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소장이 자유보다 평등을 중요한 가치라고 해석한 '사회주의적 법(法)인식'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힌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소장은 2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에서 '헌법재판은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법치주의를 통해 사회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법률가들이 추구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헌재나 사법부의 판단은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자유권의 확대에 중점을 둬왔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자유권 확대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해석하고,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날 이 외에도 '소수의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사회 환경이 바뀌면 소수의견이 언제든 다수 의견이 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민주사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자신이 과거 2013년, 헌재가 선거권자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내놨던 소수의견을 소개하며 "어릴 때부터 타협과 갈등조정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자는 의미에서 낮추자는 의견을 냈는데 아직도 안 낮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열린 남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양측 지도자가 만나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반도가 비핵화되고 우리가 남과 북을 의식하지 않는 시대가 된다면, 북한도 우리가 누리는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나라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며 "한반도의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의 법치주의화도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부위원장에게 내가 헌재소장이라고 밝히자, '탄핵 재판할 때 여자 재판관(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금 뭐하느냐'고 물었다"며 "그분들도 TV로 봐서 다 알고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동료의 희생을 딛고 지명돼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먼저 지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희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헌재 중심적인 인식이라는 비판이었다.

1956년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소장은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2012년부터 헌법재판관으로 지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됐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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