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이제 투표만 남았다. 길게는 2년여 짧게는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된 3개월 남짓 그야말로 ‘드릴과 샤쓰빤쓰(thrill & suspence,?)’가 넘치는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100년 집권을 호언장담하며 승승장구했던 문재인 정권 추락의 시작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조국 법무장관 임명이었다. 근세 유럽 절대 왕조를 방불케 했던 정권이 자신들의 정적에게 씌웠던 적폐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그 균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총선 완패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야당이 아니고 권력 내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잘생긴 외모와 언변으로 웬만한 톱스타를 능가했던 셀럽 조국 장관과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던 검찰총장이 충돌한 것이다. 독재 권력은 내부 분열로 붕괴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재삼 상기시켜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조국 사태를 통해 문재인 정권 핵심층과 지지자들의 반민주적 행태들이 만천하에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후안무치한 집권 여당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검찰총장은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월성 원전 1호기 불법 중단’ 같은 권력형 비리들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였다. 이로써 패거리 정권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급기야 정권의 윤석열 쫓아내기 압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석열 쫓아내기는 게임의 끝이 아니었다. 그는 졸지에 부패 정권과 대결하다 박해받은 민주투사가 되었고 결국 야당의 정권 탈환 선봉에 섰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패가망신하는 마치 봉건시대 권력투쟁 양상이 된 이유다. 그러므로 조금 거창하게 보면 반민주적 패거리 정권과 민주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국민과의 결전인 셈이다.

해당 일러스트 사진의 본래 저작권은 '시사저널(일러스트 신춘성)'에 있음을 밝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시사저널 일러스트.2021.11.07.(사진=시사저널, 편집=펜앤드마이크)
해당 일러스트 사진의 본래 저작권은 '시사저널(일러스트 신춘성)'에 있음을 밝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시사저널 일러스트.2021.11.07.(사진=시사저널, 편집=펜앤드마이크)

반민주 대 민주의 대결 양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시종일관 정책과 비전이 실종된 저질 난투극이었다. 말이 좋아 네거티브 캠페인이지 온통 거짓과 선동으로 도배된 퇴행적 선거행태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한 것은 여당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파면 공작 때부터 반복해 온 윤석열 후보와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들을 연일 폭로하면서 이른바 ‘비호감 선거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는 정권 내내 공들여 만들어 놓은 친여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공명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이처럼 여권이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린 이유는 아마 비리와 의혹 덩어리인 여당 후보를 크게 인식한 것이 원인인 듯 싶다. 전략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야당 후보를 흠집 냄으로써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 泥棒です)’ 즉,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조폭, 형수 욕설, 성남FC, 소고기·초밥 법인카드 같은 비리·불법 의혹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은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쥴리, 장모 불법 같은 것 정도로는 이재명 후보의 부패·불법 시리즈와 게임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선거 말미에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이판사판식 마타도어와 폭로전까지 벌였다. 누가 봐도 뻔한 대장동 비리 몸통이 윤석열 후보라는 20년 전 김대업 냄새가 펄펄나는 녹취록 공개까지 이어졌다.

투표권 행사.PG(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투표권 행사.PG(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여기서 이번 선거가 ‘반민주 대 민주’ 대결이라는 점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제도보다 나은 이유는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치권력에 복종하는 안정적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 이 점이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선거행태가 중요한 이유다.

대중들의 말초적 감성에 의존하게 되면 우중정치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우중정치는 정치인과 정치권력의 도덕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실종시키고 결국 민주주의를 붕괴시킨다. 결국은 대중의 집단감성과 맹목적 충성에 의존하는 반민주 아니 전체주의 국가체제로 변질되게 된다. 그러므로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으로 승리해 집권한 정치권력은 필연코 반민주적 정치에 매몰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문재인 정권은 그런 열광적인 지지자들의 집단감성이 집권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한다면 이 같은 반민주적 정치행태들이 더욱 악성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야당이 이긴다면 퇴행적이고 반민주적 정치문화를 척결하고 합리적 대의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황근 교수.(사진=황근 교수)
황근 교수.(사진=황근 교수)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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