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청년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정치·경제적 여건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청년의 정신이 깨어있으면 그 사회의 장래는 밝다.

청년의 특징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데 있다. 변화와 혁신을 좋아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위험도 무릅쓴다. 그게 바로 인류가 발전해온 힘이다.

일본의 식민통치 시기에도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서 유학생들이 앞장서서 2.8. 독립선언을 발표하였다. 조국의 3.1운동에 불을 지폈다. 건국 후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작도 1960년 4월 19일 학생혁명이었다.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학생들이 맨손으로 뛰쳐나와 정부와 맞섰다. 사회 정의를 되찾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맞선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 학생 수백 명이 경찰의 발포로 희생되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4.19 청년 학생들이 흘린 피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원점이 되었다.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은 3.1운동과 함께 한국 사회를 이끄는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사회가 변화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은 나라를 지키는 성채(城寨) 역할을 하였다. 어떠한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청년세대의 힘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폭발하였다. 대한민국은 본래 일제 식민통치와 6.25동란을 겪은 최빈국이었다. 72년까지는 북한보다도 못하였다. 북쪽에는 일본이 지어놓은 비료공장과 발전소시설도 남아 있고, 석탄, 철강 같은 지하자원도 풍부하였다. 한국은 인구의 6할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는 잠재실업 사회였고,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국의 청년세대라고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니다. 그러나 식민피지배 경험뿐인 기성세대의 패배주의를 거부하였다. 이어령의 1960년대 베스트셀러 ‘흙속에 저 바람 속에’서 진단 내린 고정관념 - ‘엽전(葉錢)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기비하 - 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의 객관적 현실은 선진국보다 까마득하게 뒤처졌지만, 청년 특유의 도전정신과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이러한 청년의 도전정신에 박정희 대통령이 불을 붙였다. 수출 입국과 산업화정책을 밀어붙였다. 청년들이 은자의 나라(Hermit Kingdom)에서 벗어나 넓은 바깥세상으로 나아갔다. 서독의 탄광과 병원에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중동의 사막에서, 알라스카의 설원에서, 5대양의 원양어장에서 굵은 땀을 흘렸다.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바로 이 젊은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었다.

제1차경제개발5개년계획 1차연도인 1962년 1년간 한국 외교부는 겨우 2,200건의 여권을 발급하였다. 그 후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2천6백만 명이 해외여행을 하였다. 우리 인구의 2.5배인 일본인 전체의 해외여행보다 800만 명이나 더 많다. 한국은 2명 중 1명이 해외 여행하는데 일본은 7.7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32번째 선진국으로 추가하였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것이다. 제2차대전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유일한 나라다. 해외원조기구인 KOICA의 봉사자들이 전 세계에서 땀 흘리고, 한류까지 전파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당당하게 현지의 또래들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청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과거 선진사회에 대한 열등의식에 주눅 들었던 필자 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은 산업화에 이어 87년 정치민주화를 이루었다. 넥타이부대로 상징되는 중산층과 민주화 세력이 힘을 합쳐 대통령 직선제의 6.29 선언을 성취했다. 마침 고르바초프 등장 후의 냉전체제 해체를 맞아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에 성공하고, 대내적으로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었다. 노태우, YS, DJ로 이어지는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전하였다.

청년운동가들도 대부분 제도권 정치로 들어왔다. 김문수, 손학규, 노무현, 장기표와 같은 체제비판 인사들도 정치권에 들어와 한국 민주주의는 풍성해졌다.

그러나 이념적으로 좌 편향된 운동권 세력은 민주화 이후에도 반정부, 반체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대표적이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구호로 시내 중심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근거 없는 선동으로 밝혀진 다음에도 운동권 세력은 반정부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촛불집회를 키워 박근혜 타도를 목표로 삼았다. 결국, 정권까지 차지하였다. 그 중심은 전교조, 민노총, 언노련, 민변 등 좌파 운동권이었고, 문재인 정권을 세운 후 임종석, 이인영 등 주사파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였다. 사법부, 입법부까지 장악하여 3권분립마저 파괴하고 있다.

386운동권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권위주의 타도를 내걸고 권력까지 장악하였는데 어느새 그들이 586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5.18 사태에 분개하여 민주화의 앞장에 섰던 그들 자신이 어느새 권위주의화 되어 자유의 적이 되어버렸다. 공정과 정의를 밖으로 내걸고는 속으로는 온갖 부정과 불법을 저지르는 조국 같은 인물을 법무장관에 임명하여 국가적 혼란을 부추겼다. 북한 독재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북한 동포의 인권문제는 모르는 체한다. 반미 종북의 길을 걷는다. 볼셰비키 공산혁명의 실패를 외면한다.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수천만 명을 학살한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을 존경한다고 한다.

그들은 전 국민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무작정 나랏빚을 내서 큰 정부를 만들려고 한다. 국민의 생활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저효율의 공무원 수를 늘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꿈은 국가부담을 무한정 늘려 파산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서서히 침몰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문정권과 586운동권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온 국민이 공짜에 함몰되는 세상을 만들려는 운동권의 시도에 MZ세대가 제동을 걸었다. 작년 11월 ‘전국민재난지원금’여론조사에서 2030의 반대 응답률은 73-74%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20대의 75%, 30대의 69%가 반대의견을 내었다.

2016년 스위스의 주민투표에서 전 국민에게 월 320만 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77% 반대로 부결되었다. 과연 선진국이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이제 한국의 2030세대가 스위스 같은 선진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공짜 퍼주기로 쌓이는 나랏빚 더미가 곧장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용기 있게 거부하는 젊은이들이야말로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믿음직한 주인이다.

2030 MZ세대가 권위주의화된 586운동권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망국으로 가는 길을 막을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은 청년의 활기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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