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권 바뀌자 5년 전 사건 다시 꺼내들며 '윗선 지시' 의혹 제기
채동욱 전 총장, 당시 '혼외자' 의혹 강하게 부인했으나 사실로 드러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파악을 위해 정보 조회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구청 중간간부가 1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위증 혐의로 서울 서초구청 임모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임 과장은 서초구청 감사담당관이던 2013년 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에게 채 전 총장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게 한 뒤 이를 국가정보원 직원 송모씨에게 전화로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과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정식 공문을 받아 정보를 열람했다"고 해명해 처벌을 면했다. 조이제 전 서초구 행정지원국장,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기소돼 700만~1000만원의 벌금형 판결을 받았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9월께 '혼외자' 의혹이 터지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검찰총장직에 취임한지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채 총장은  퇴임식에서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혼외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검찰의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5월 수사 결과 "혼외자 의혹이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채 군의 어머니 임모씨가 채 군을 임신한 2001년 산부인과 진료기록과 채 군의 초등학교 학적부, 2013년 작성된 채 군의 유학 신청 서류 등을 혼외 아들의 근거로 들었다. 이들 서류의 '남편' 도는 '아버지' 항목에 '채동욱' 또는 '검사'라고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채 군의 돌 무렵인 2003년 7월께 세 사람이 찍은 가족 사진도 제시했다.

채 전 검사를 둘러싼 혼외자 논란은 정권이 바뀌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7년 10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채 전 총장 혼외자 사건이 국정원 직원의 단독 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크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부터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당초 '국정원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정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임모 과장 구속을 계기로 이 사건 수사가 '청와대 개입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수사를 두고 '정치 보복성'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임모 과장을 구속하는 것이 불구속 수사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수사가 재개된 시점이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고 재수사가 부쩍 많아졌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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