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객원칼럼니스트
여명 객원칼럼니스트

민주당이 다시 ‘뭘 해도 안 되는 당’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형수욕설에서 유래된 멸칭인 ‘찢재명’으로 대표되는 이재명 후보의 인성 논란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코믹하게 포장해도 이미 강을 건넌 듯 하다. 윤석열 후보를 ‘주술에 경도된 후보’로 프레임 씌우려는 시도는 시도하는 족족 ‘그 행사에 민주당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던 팩트나,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관상학자에게 ‘제가 영부인이 될 관상인가요?’라는 증언이 나오며 좌절된다. 윤 후보의 토론실력을 폄훼하며 민주당이 고대하던 방송토론은 정작 이 후보의 밑천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고민정 의원·추미애 전 장관 등 ‘어둠의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불리는 민주당 인사들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슬슬 민주당 당원 사이에서 이런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불과 4년 전만해도 보수진영이 입에 달고 살던 소리다. 잘 안 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전매특허였던 민주화 업적 자랑 마저 5.18유공자 자녀 가산점 혜택 논란이 불러일으킨 공정성 논란, 민주당 386 인사들의 위선, 그들의 친위부대였던 시민단체들의 세금·후원금 유용 등이 드러나 속된말로 장사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윤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단어였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의 칼끝은 이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남) 리스크로 향했다.

그래서일까. 국회 179석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자당 출신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말에도 47%로 여전히 고공행진중이지만, 선거운동에 임하는 민주당의 표정이 대체로 어둡다. 이미 패배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듯 하다. 또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선거 벌써 이겼나’ 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양쪽 다 각 당의 지지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징조다.

벌써 몇 달 째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치킨게임’을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게임이론을 말한다. 실제로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표가 분산, 보수야권이 패배할 경우 국민은 민주당 치하 5년을 더 견뎌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일 양측 단일화 협상 결렬 직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에는 결렬 책임을 서로 미루는 공방을 이어갔을 뿐이다. 이 공방에는 안 후보와 사감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당 대표까지 가세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안 후보가 얄미운 것은 사실이다. 안 후보는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 조건인 ‘승패와 상관없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이미 어겼다. 또한, 당 외부인사인 윤석열·최재형 당시 경선후보들이 국민의힘 빅텐트로 들어와 기라성 같은 당내 후보들과 치열할 경선을 치를 동안엔 외곽에서 관망만 하다가 본선에 들어와서야 경선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안 후보가 정치권에 존재하는 한 국민의힘 주자들은 경선을 두 번씩 치러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안 후보의 입장이 아주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철수’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라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며, 불과 1달 여 전만 해도 단일화 시 이재명 후보에게 이길수 있는 후보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여론조사들이 다수 있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각자가 치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에게는 ‘누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정권교체 그 자체이다. 여론조사 세부 지표를 보면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정권교체의 적임자라서 였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李, 尹후보 중 누구도 지지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경제를 살릴 것 같아서’ 였다. 또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차곡차곡 완만하게 상승해온 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특정 사인에 따라 출렁이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로 미뤄볼 때 민주 진영에서 막판 지지세 결집이 일어나면 단일화 없이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사자도 토끼를 잡는 순간에는 전력을 다한다.’라는 경구를 부디 되새기기 바란다. 더군다나 박빙의 선거판이다. 안 후보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하든, 국민의힘 당원들을 믿고 전격 여론조사 경선을 받든 윤 후보의 결단이 남았다. 저대로 안 후보를 당 밖에 뒀다가는 대선 세 달 후 치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격전 지역 곳곳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사태까지 봐야 한다. 또다시 지방의회가 민주당 독식에 준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과 이 후보는 보수야권의 단일화 결렬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며 정한수 떠놓고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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