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신문’ 독점 체제에서 자의적 일방적 뉴스 공급
뿌리 깊은 좌파 편향성으로 우파의 ‘악마의 편집’ 반발 이어져
같은 판단과 시각의 획일화는 민주주의의 적
선전선동의 대가인 현 정권과 권언(權言)유착 경계해야

홍찬식 객원칼럼니스트(언론인)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네이버가 뉴스 배치 조작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그동안 딱 한번 있었다. 지난해 10월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네이버 고위층 사이에 ‘검은 거래’가 오갔던 사실이 문자메시지로 드러나자 꼼짝 없이 한성숙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자세한 경위는 이렇다. K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에 비판적인 기사가 네이버에 게재되자 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네이버 고위층에게 청탁 전화를 한 다음 추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휴일에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K리그의 기사와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자를 보낸 뒤 2시간 여 지난 시점에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다시 문자를 보낸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이 문자메시지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은 그대로 묻혀 지나갔을 게 분명하다.

이 청탁 전화에 따라 관련 기사는 네이버에서 ‘잘 안 보이거나 사라지도록’ 처리됐고,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결과를 확인하고 감사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판명됐다. 아울러 이전에도 이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뤄져 왔음이 드러났다. 네이버 사과문은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는 ‘재배열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말로 점잖게 표현했지만 여론 조작과 왜곡의 측면에서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네이버에 부탁할 때 주문 사항은 두 가지였다. ‘기사를 잘 안 보이게 해주거나 사라지게 해 달라’는 것과, ‘연맹 측 입장을 강조하는 기사를 메인으로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어설픈 요구 같아도 ‘기사 넣고 빼기’는 여론 조작의 핵심이다. 네이버는 다른 뉴스에서도 이런 ‘재배열 거래’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사실 ‘공룡 포털’ 네이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가운데 한 측면만을 드러낸 것이다. 드루킹 사건이 댓글을 매개로 한 여론 조작의 문제를 보여준다면 프로축구연맹 사건은 일단 이뤄진 뉴스 배치를 외부 청탁을 받고 임의로 바꿔준 ‘내부 비리’에 해당한다. 또한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면서도 언론으로서 법적 규제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훨씬 근원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역시 네이버의 뉴스 편집 기능이다. 개인적으로 포털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기억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기존 언론을 적대시하며 기자실 폐쇄, 언론 보도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 등으로 임기 내내 ‘언론과의 전쟁’을 벌였던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취임 이후 기존 언론사 대표들을 일체 청와대로 부른 적이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유독 8개 포털사이트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2006년 6월 12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은 지금 보아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포털은 이제 미디어가 됐다”면서 “정보의 유통에는 반드시 편집이 들어간다. 수많은 세상의 현상 중에서 어느 것을 오늘 기사에 올릴 것이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언론 활동”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특유의 언변으로 “그렇다고 포털사이트가 정부를 잘 봐달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포털의 뉴스 배치와 편집 기능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포털 대표들에 대한 청와대 초청은 아마도 이들과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퍼포먼스였을지 모른다. 좌파 세력과 포털의 밀월 관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이 보내오는 수많은 기사 중에서 어떤 기사를 비중 있게 올릴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 네이버 담당자의 선택을 받고 맨 위에 배치된 뉴스는 많게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주목받지만 그렇지 못한 기사는 구석에 방치되어 더 이상 뉴스도 아닌 것으로 취급된다. 이런 네이버 활동은 뉴스 유통의 무대가 인터넷으로 옮아간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권력’이다.

특히 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에서 기사 표현 하나에 명암이 엇갈리는 뉴스의 경우 네이버가 어떤 기사를 올리느냐에 따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배치된 기사를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는 ‘재배열’ 정도는 여기에 비하면 권력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우파 세력이 네이버의 좌파 편향성을 따지고 들면 네이버는 “공정하게 배치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뉴스 화면을 상당 기간 모니터해서 우파에 불리하게 다뤘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해도 잡아떼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네이버 독점 체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뉴스 독자들은 77%가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읽는다. 네이버의 포털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반면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독자들이 포털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들어가 기사를 읽는 비율은 불과 4%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최하위다. 최상위인 핀란드가 64%, 영국은 58%, 미국은 28%다. 네이버라는 하나의 포털사이트에서 국민 대부분이 뉴스를 소비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 이용자들은 71.5%가 포털의 메인 화면에서 뉴스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클릭해 읽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모바일 뉴스 이용자의 69.2%는 자신이 읽은 뉴스가 어느 언론사의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하철이나 집안, 혹은 사무실에서 휴대폰으로 네이버를 열어 그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에는 별 관심 없이 읽고 있는 게 현실이다.

네이버가 콕 찝어 보내는 기사만 보고, 다수 국민들이 은연중 그 기사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소통 차원에서 중대한 위협이다. 요즘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갈라져 있는가. 뉴스를 읽으면서 매체에 따라 어쩌면 이렇게 다르게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놀란 적이 여러 번이다. 그나마 ‘살아 있는 권력’에 곧은 소리를 내는 언론도 많지 않다. 언론의 다양한 의견 제시 기능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구나 현 정권과 주변 세력은 선전선동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가들이다. 혹시라도 이들과 네이버 사이에 새로운 권언(權言)유착이 이뤄질 때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부디 깨어 있는 국민들이 많기를 바라는 것 이외에 다른 출구는 없는 걸까.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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