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여파로 운전기사들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다.

1일 한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6월 중순까지 대표이사의 운전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 차량의 운전기사를 없애기로 했다. 필요시 대리운전 전문 회사와 계약해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운전직 대부분이 계약직이어서 계약을 해지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무기계약직은 다른 직종으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기계약직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숙련기술이 없어 자연스럽게 퇴직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운전기사나 수행비서는 임원의 출근에 앞서 미리 자택 등에서 대기하는 등 일찍 일을 시작하는 데다 퇴근한 뒤에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주당 3일 정도밖에 업무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를 위해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야간수당을 받지 못해 운전기사들을 투잡으로 내몰고 있다. 야간수당 수입이 없어져 운전기사들이 대리운전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 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내몰린 근로자들은 기존 일자리를 잠식해 들어가며 비숙련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서 내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근로자 소득이 월평균 37만7000원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소득이 낮는 계층은 소득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기존 일자리가 숙련된 사람들에 의해 잠식되기 때문이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반 근로자가 투잡에 나서면 결국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6월까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근로시간 단축 시행(7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허둥지둥 마련한 대책이 또 무슨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