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상에 '한국이 준 최고의 선물' '28개 역사 만든 사나이' 등 별칭도
태권도로 美주류사회에 한국 알려…美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에 선정

미국인들에게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이준구(미국명 준 리)씨가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7세.

`태권 대부' 이준구, 美의회서 80회 생일상(워싱턴=연합뉴스) 태권도 대부 이준구씨가 2010년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캐넌빌딩에서 자신의 80회 생일 축하파티에서 머리에 물잔을 올리고 송판격파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고인은 1956년 미국에 건너가 태권도 클럽을 결성, 사범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에 태권도를 알리고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고인 이씨는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체육·교육특별고문위원을 거쳐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자문위원에 이르기까지 3대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위원직을 임명받아 미국 발전에 기여했다. 태권도를 전파한 지 40년을 넘긴 2003년 6월 28일, 이러한 공로를 기려 워싱턴DC는 동양인 최초로 미국 의회의원들의 추천을 받아 3만 명이 운집한 축구장에서 '준 리 데이'(이준구의 날)를 선포하기도 했다.

그가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것은 유명하다. 이 일은 추후 미 전역에 태권도 바람을 일으킨 효시가 됐다. 명성을 얻은 그는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그의 제자다.

보브 리빙스턴 전 하원의장은 생전에 이러한 업적을 이룬 이 사범을 '28가지 역사를 만든 사나이'로 불렀고, 실제 같은 제목의 영문 히스토리를 출간해 배포하기도 했다.

1975년에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 태권도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으며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일에는 스포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금세기 최고의 무술인'상을 수상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0년 미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으로 선정돼 미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는 등 많은 태권도인들과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생전에 "그는 진실하고 위대한 봉사자로, 우리 미국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인사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나는 그를 존경하며 그에게 제721호 '오늘의 등불상'을 증정함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추앙했으며 일레인 차오 전 노동부 장관도 "이준구 사범은 한국이 미국에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존경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격투기의 전설로 불리는 이소룡(브루스 리)의 태권도 스승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다. 이씨는 생전에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소룡한테는 족기(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에게서 수기(손기술)를 배웠다. 알리에게는 태권도를 가르쳤다"며 말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천 개를 하고 송판을 격파하던 그는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5월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 처치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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