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제 정신인가...히틀러 열광 독일인처럼 역사는 반복되나"
박정자 교수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분노"...이병태 교수 "이 국민의 바닥은 어디까지냐"
"北 김정은이 귀엽다는 당신은 다시는 인권 입에 올리지 마라" 박성은 前한대포 회장의 비판글 화제
"김정은은 범죄자란 사실을 알아야" 탈북 여대생 박연미씨 발언도 재조명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에 대한 한국사회의 여론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일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김정은을 다시 봤다'며 김정은 옆에서 '손가락 하트'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면 '지구상 최악의 독재자인 김정은에게 귀엽다는 게 말이되냐'며 우리 사회 일각의 잘못된 광풍(狂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 =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 올려진 북한 김정은과의 '하트' 인증샷 캡쳐
사진 =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 올려진 북한 김정은과의 '하트' 인증샷 캡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해당 사진은, 4월 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한남동 '콘크리트 스튜디오'에서 열린 '조안 코넬라' 전시회에 걸린 그림이 배경이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작가 조안 코넬라가 그린 작품이다. 콘크리트 스튜디오는 배우 유아인 씨가 운영하고 있다.

작가 코넬라는 그림 속 주인공인 김정은의 폭력성을 코믹한 모습으로 그려 그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증샷은 김정은에 대한 호의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일부 관람객은 '새로운 모습으로 감동을 준 원수님' 이라는 글과 함께 해당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관람객들도 '정은이랑', '나도 평양냉면 먹으러 가야지' 등의 반응을 남겼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1일 "역사는 반복된다"는 문구와 함께 김정은 옆에서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웃어보이는 여성들을 과거 수백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여성들과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젊은 여자들이 예쁜 색깔 김정은 그림 앞에서 '하트 인증샷'을 찌고 애정이 듬뿍 어린 텍스트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한 것들을 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썼다. 박 교수는 또 "고모부를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복 형을 외국 공항에서 독살한 독재자인데, 그 뉴스를 본 지 불과 2.3년밖에 안 됐는데,어떻게 하룻동안 TV화면에서 본 인상만으로 그 인물이 그토록 친근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아무래도 두뇌가 저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 있는 히틀러를 TV에서 보았다면 이런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술 담배도 안하고 건강하고 진실되다. 정치인 답지 않게 그림을 사랑하고 예술적을 이해하는 지성인이다. 인종적으로 열등한 유태인을 청소하는 우생학을 이해하는 과학적 식견도 뛰어나서 미래 과학을 크게 진흥시킬 것이다. 거기에 연설도 잘하고 결단력있고 매력적이다. 시대가 낳은 영웅이다. 콧수염도 멋있고 섹시하다. 빨리 저런 지도자 밑에서 살아야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이 국민의 바닥은 어디까지냐"고 탄식했다.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지낸 박성은씨(이화여대 학생)가 지난달 27일 '김정은이 귀엽다는 당신은 평양냉면에 양심을 팔아먹은 것'이라는 요지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일 현재 '좋아요' 약 2만1000개를 받고 4,831회 공유되며 계속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씨는 해당 글에서 "김정은이 귀엽냐, 알고보니 호감이냐"며 "그런 말하는 당신은 앞으로 인권같은 소리는 꺼내지도 말고 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신매매, 강제 낙태 등 지상 최악의 인권 유린이 밥 먹듯 일어나는 북한의 독재자를 보고 '귀엽다'고 하는 사람에겐 '인권'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다.

'김정은을 농담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호소한 탈북 여대생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탈북해 2009년 남한 정착에 성공한 뒤 현재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박연미씨는 지난 2015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속의 여성' 행사에서 "나는 김정은이 북한에서 2500만 명을 죽이고 있는 범죄자라는 사실을 당신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김정은을 농담거리고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나에게 김정은은 농담거리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의 헤어스타일과 둥뚱한 외모가 왜 재미있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다음은 박성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全文).

뭐 김정은이 귀여워? 알고 보니 호감이야? 눈빛이 여린 것 같아? #역사적인날 이라며 인스타에 해쉬태그 달고 평양 냉면 인증하니까 막 평화가 온 것 같고? 산통 깨서 미안하지만, 니들이 여태까지 공짜로 누리던 게 진짜 평화야. 선대들이 피 흘리며 지켜낸 자유를 대가 없이 누렸으면서도 고마움을 모르는 너희 같은 애들은 딱 그 평양냉면 수준인거야. 문재인이랑 손 잡고 있는 거 보니 김정은이 이제 니 친구같고 친근해? 다 좋은데,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양심 챙기고 입 다물고 살아라.

니들은 앞으로 인권 같은 소리는 꺼내지도 말고 살아. 인신매매, 강제낙태 같은 지상 최악의 인권 유린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곳이 북한이야. 인구 대비 강제노역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비율은 전세계에서 1위라지? 게다가 제 친형은 독극물로, 고모부는 고사포를 쏴서 형체도 남기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 죽인 놈이 김정은이야. 뭐 다시, 김정은이 귀여워? 응, 대신 넌 앞으로 절대 ...인권 같은 말은 입에 담지도 마. 동성애자 인권이 다 무슨 말이야. 지구 상에서 동성애자를 가장 잔혹하게 탄압하는 게 공산주의 정권이란다.

넌 최순실, 정유라 욕하면서 상대적 박탈감 타령할 자격도 없어. 김일성 대학 들어가려면 얼마 줘야 하는지 알고 욕하는 거니? 못해도 1만 달러야. 그나마 그자리도 다 당 간부 자녀들 자리고. 수능만 잘 보면 흙수저도 서울대 들어가는 사회? 북한에 그딴 건 없어. 사회주의 국가에선 다 같이 잘살 것 같던? 평양이야말로 김정은 정권에 무한한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만 들어가 살 수 있는 상위 1%의 공간이야.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층은 먹고 살 게 없어서 쥐를 잡아먹다 못해 자기 자식까지 장마당에 내놓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대체 니가 촛불을 들었으면 뭘 어쩔건데. 방금 넌 잘난 평양냉면 한그릇이랑 니 양심을 바꿨어.

여성혐오? 페미니즘? 북한 여성인권의 실태 앞에서 누구보다도 분노해야 할 존재가 페미니스트야. 니가 뜨뜻한 방구석에서 아이유 노래가 여혐인지 아닌지 속 편하게 키배뜨고 있을 시간에 북한 여자들은 중국으로 팔려나가. 꼼짝없이 창녀로 혹사당하다가 혹여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마취도 없이 자궁을 도려내는 끔찍한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해. 그치만 넌 관심 없겠지. 알고 보니 김정은은 좋은 사람이니까.

잊지 않겠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쪽팔린 줄 알면 다시는 입에 담지 마. 제주 4.3사건, 한국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게 100년도 안 됐어. 천안함 피격으로 새파란 나이에 군인이 된 젊은이 46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불과 3년 전에는 지뢰를 터뜨려서 멀쩡한 청년들 발목을 날려먹었지. 그런데도 사과 한 번, 아니 사과 비슷한 거라도 있었나? 인간의 탈을 쓰고 감히 연평도 포격 희생자들을 입에 올린 그 후안무치함을 보고도 니가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소리가 나와? 아니, 넌 세월호도 잊고 위안부도 다 잊고도 잘 살 수 있을만큼 원래 정의감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인간에 불과했던 거야.

당연히 너는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에도 언제나 너그러웠던 사람이겠지? 3대째 최고 지도자 자리를 세습하는 건 물론 정치적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 어떤 형태의 자유도 보호되지 않는 곳이 북한이니까. 기독교 근처에 가기만 해도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곳. 매년 전체 주민의 절반을 먹여살릴 수 있는 돈으로 기념비와 동상을 세워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곳이 니가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그 김정은의 나라란다.

인스타에 올린 그 자랑스런 해쉬태그, 마음껏 거기에 취해서 즐겨. 그렇지만 현존하는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의 수장을 평화의 비둘기처럼 반긴 너는 다시는 부정의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는 거야. 너희 개돼지들은 왜 언제나 여전하니? 카메라 앞에선 사람 좋은 웃음을 짓지만 검은 뱃속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는 걸 언제쯤 알아차릴래? 평양 공연 보며 웃으니까 김여정이 인자해보여? 리설주가 좋은 사람 같아? 아니, 그들은 혹시라도 붙잡히면 그자리에서 자결하기 위해 입 안에는 독약을 머금을 만큼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굶기고, 처형하고, 그 가족들까지 싸그리 씨를 말려 잡아 족치는 악마들이야. 제발 있는 그대로 북한을 바라봐. 당장 눈앞에 있는 평양냉면에 취해서 네 양심을 팔아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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