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들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9(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들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9(사진=연합뉴스)

1. 대선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변화와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정부에 대한 실망이 우려로 남는 것이다. 더욱이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지칭되며, 최선의 선택보다는 최악의 선택을 피해야 한다는 제20대 대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려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의 차이, 역대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차이로 모든 국민들이 만족하는 정부는 존재하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의 30여 년 경험을 통해서도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가 국민들 간에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그러나 유독 이번 대선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력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의 영향,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점으로 인한 불안감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자신을 지지한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5년의 임기 동안 민주화 이후의 어떤 정부보다도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이 극심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진정한 통합을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려웠고, 이같은 갈등과 반목이 앞으로 다시 5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대다수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국민 개개인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공통분모로 추출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으며, 이런 국민들의 기대가 최대한 반영될 때, 대한민국에 대해 ”이게 나라냐?“, ”헬 조선“ 등의 자조적인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2. 비판 세력과도 소통하고 통합하는 정부

쉽고도 어려운 것이 소통이다. 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소통이지만,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 필요해지면서도 오히려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소통이다. 가까운 사람과는 언제라도 기쁜 마음으로 하지만, 불편한 사람과는 가급적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소통이다.

야당의 위치에 있을 때는 정부-여당에 대해 소통의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하지만, 여당이 되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다분히 형식적으로 보여주기를 위한 소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통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주로 지지세력과의 소통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고, 비판세력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반대할 수 있는 자유인 것처럼, 진정한 소통은 비판세력과의 소통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이 반대와 비판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결집되고 융합될 수 있다는 것에 있으며, 이를 통해 일사불란한 조직을 갖춘 전체주의에 비해 오히려 중장기적인 결속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었다는 점은 역사를 통해 확인된다.

그러므로 반대를 외면하고, 억압하거나 비판을 무시하는 정부는 민주주의의 본질에서 그만큼 더 멀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결국 민주적 자유를 약화시키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우게 된다. 국민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서로 용인되고, 존중되지 않은 채 극단적인 진영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게 될 때, 민주주의는 쇠퇴한다.

새 정부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국가임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새 대통령이 자세를 낮추고 비판적인 국민들과의 소통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판적인 국민들의 의견을 모두 국정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이다.

때로는 비판을 수용하는 것도 필요하고, 때로는 비판을 정면에서 논박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나쁜 것은 비판을 무시하는 것이다. 소통의 목적이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통합된 국가의사, 국민의사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다양한 의견 및 비판들을 하나로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판을 무시, 방치할 경우에는 이들은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망국적 진영갈등의 극복이며, 이를 위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연출된 소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2.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2.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3. 21세기 미래 전략에 앞장서는 정부

21세기는 격변의 시대이다. 대한민국의 지난 70여 년 역사가 해마다 격변의 연속이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을 맞는 글로벌 무한경쟁과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격변을 생각하면, 6⋅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이 위기를 경쟁국들보다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선진국으로 안착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이 경제적⋅사회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 정보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서구의 선진국들에 비해 결코 유리한 조건은 아니므로 대한민국의 역량을 합리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1960~70년대의 개발독재의 망령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의해 정부의 주도 하에 한정된 자본과 인력을 특정 분양에 집중하여 경제를 부흥시켰던 경험이 당시에는 나름의 합리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정부의 경제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규제보다는 설득에, 강제력의 행사보다는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의 제시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기업이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정부는 기업들의 역량, 경쟁국가들의 상황, 글로벌 경제상황의 분석 등을 기반으로 거시적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필수적 전제조건은 정부가 그러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역량이 부족한 정부가 의욕만 앞설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다만, 개별 기업의 전문분야에 대한 역량에서는 정부가 이를 앞서려 할 필요가 없고, 경제 전반, 사회 전반의 거시적 관점에서 각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2020.11.2(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2020.11.2(사진=연합뉴스)

4.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정부!

국민들이 새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정부이다. 약속을 믿을 수 있는 정부, 능력을 믿을 수 있는 정부, 국민의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의욕만 앞서서 될 일은 아니다. 차분하게 정부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국민들에게 약속을 남발하기보다는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당장은 하기 힘든 일에 대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언제까지 어떻게 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가 축적될 때,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힘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국민들의 기대치가 상승하는 것에 비해 변화의 속도, 변화의 양과 질이 뒤따르지 못해서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 5년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가운데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대되었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능력의 부족보다는 권력을 쥔 이후의 부패와 타락,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고, 진정 새로운 정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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