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지난 9일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아졌다는 발표를 해 주목받았다.

사적모임 인원 최대 6명·영업시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1일 이후 거리두기 조치는 최소 현행을 유지하거나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적모임 인원 최대 6명·영업시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1일 이후 거리두기 조치는 최소 현행을 유지하거나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방역 완화’ 메시지, 질병관리청은 ‘위중증 경고’ 메시지로 엇갈려

방역정책과 관련해 메시지를 주로 내는 곳은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지속적으로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반면 질병관리청은 2월말 신규 확진자 규모가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2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고 있어 대비된다.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방역당국 간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를 접한 국민들이 자칫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 간 메시지 조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부겸 총리, 거리두기 완화 임박 시사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급증하더라도 위중증,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고 의료체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가 '언제라도'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한 만큼 거리두기 조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거리두기로 인해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을 위해 우선 영업시간 제한 완화 등 일부 조치를 먼저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브리핑에서 "(현행 거리두기 종료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이에 불구하고 (조정을)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바뀐 방역 정책들과 유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는 전제 조건이지만, 거리두기 조정을 예정보다 앞당겨 다음 주에 할 수도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사적모임 인원 최대 6명·영업시간 오후 9시로 제한'을 골자로 하는 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조치는 지난 6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2주간 연장 시행을 결정했다. 정부는 "가급적 추가 거리두기 강화 없이 유행에 대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1일 이후 거리두기 조치는 최소 현행을 유지하거나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성급한 방역 완화 위험성 지적

반면 성급한 방역 완화는 위험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오미크론은) 계절독감보다는 전파력이 훨씬 높고 치명률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계절독감처럼 관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당시 정 청장의 발언에 ‘정부와 질병관리청 간의 의견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중대본은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으로 취급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반면, 질병관리청장은 계절독감처럼 취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연령을 표준화한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최근 2주일 사이에 델타 변이와 비교해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24일 정부가 발표한 오미크론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 5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7일 발표한 치명률은 0.21%로, 2주일 전에 비해 0.05% 포인트(p) 증가했다는 것을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위중증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치명률도 증가한 것이라는 것이 방대본의 설명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오미크론 대응 방역·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이 계절독감보다는 전파력이 훨씬 높고 치명률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계절독감처럼 관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오미크론 대응 방역·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이 계절독감보다는 전파력이 훨씬 높고 치명률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계절독감처럼 관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하며 오미크론 치명률을 확인해야 한다"며 "치명률이 증가한 것은 60대 이상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한 게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대우 중대 교수, “방역당국의 공포분위기 조성은 도움 안돼”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보건복지부 중대본과 질병관리청 방대본의 입장 차이도 선명하다. 중대본은 거리두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방대본은 치명률이 높아져서 위험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방역당국 간 서로 다른 목소리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에 대해 CBS 코로나특보에 출연 중인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방역당국이 엄한 아빠와 인자한 엄마 역할을 나누어서 하는 게 아닐까?”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자한 엄마 역할을 하는 쪽은 보건복지부 중대본이고, 질병관리청 방대본은 엄한 아빠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1,2주간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대본의 메시지에 대해서 강 기자는 “경기도 일부와 전남의 일부에서 오미크론이 유행한 초기에는 젊은 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미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고위험군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치명률이 올라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방역당국을 강하게 질타했다. “방역당국이 이렇게 치명률이 올라갔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코로나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당국은 오미크론을 연착륙시키면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쪽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교수는 연이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아간다는 방대본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총리는 방역완화 조치로 간다고 하는데 이게 앞뒤가 안맞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방역당국 간 엇박자가 나는 듯한 느낌이라고 직격했다.

방역당국 엇박자 이유는?...김부겸 총리의 리더십 부재와 공무원의 ‘보신주의’ 겹쳐

이처럼 방역당국 간 엇박자가 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방역을 최전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에게 너무 급격한 완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에 대해 조금씩 제동을 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이나 외국의 사례를 참고로 방역완화 기조로 나가려고 하는데, 만의 하나 그런 선택이 잘못되었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올 경우,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설 교수는 김부겸 총리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설 교수는 “방역과 관련해 권한을 위임받은 총리가 콘트롤 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 혼란이다”고 짚으면서, 총리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로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총리 옆에서 방역정책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큰 변화를 주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체적으로 방역 정책이 유행 확산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서 의료체계가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거리두기의 가치는 작아질 수 있다며 "의료·사회 혼란이 감소한다면 완화를 이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2∼3주 안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특정 시점을 정하기보다는 유행의 정점에서도 버틴다는 확신이 있다면 완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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