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유능한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능력차이를 강조한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특히 7일 역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이른바 좌파정부에서 장차관과 기관장 등을 맡았던 전 고위공직자 104명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박승 전 총재마저 "이재명 후보는 이념과 진영을 떠나서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노선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후배 경제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박 전 총재는 현 한국 상황을 '험난한 산비탈길을 달려가는 버스'에 비유하면서 승객들은 "운전대를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아마추어 기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과 경륜으로 입증된 프로 기사"인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는 보도다. '실적과 경륜'으로 입증된 것이 일반국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천문학적 이익을 특정인들에게 몰아준 대장통게이트인가. 좌파정부하에서 국정을 담당했던 고위 장차관들로서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날아가서 분배도 악화되어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때만 되면 이렇듯 모여서 지지선언이나 하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슬로건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 경제다. 경제는 경제 나름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1776년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간한 이후 250여년 동안 연구되고 축적되어온 경제학이다. 가설을 세우고 실증분석을 하고 학자들이 다시 검증을 하고 논문으로 유명 저널에 발표된 것들을 한 문단 한 문단 축약해서 나온 것이 경제학 교과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설 수준의 주장을 실험하다 대패한 것이 문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던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5대 국정과제 중 경제관련 국정과제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였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하며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믿고 '일자리상황판'까지 청와대에 설치하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면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가설 수준의 주장은 완전히 허구임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문재인정부가 만천하에 알려주었다. 임금이 급증하고 무리한 비탄력적인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중소영세기업 자영업들을 파국으로 몰고갔다. 설상가상 좌파정부의 끝없는 반기업 친노조 정책은 기업투자를 위축시켜 코로나가 오기전에 이미 한국경제를 불황수준으로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제로를 주장했던 문정부에서 단기알바 등 비정규직만 급증하며 청년들은 정규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집값은 급등해 이 생애에는 내집마련하기는 틀렸다는 의미의 ‘이생집망’이 청년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가만능주의는 국가재정을 황페화시켰다. '이제 작은 정부가 좋다라는 신화를 끝낼 때가 되었다'라고 하면서 마구 재정을 풀었다. 그 결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166조 181조 170조원 증가했던 국가채무가 문정부에서는 420여 조원이나 대폭 증가해 1000조원을 크게 넘어서면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온 40%선을 10%포인트 넘게 초과하고 있다. 그려면서도 한국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좁의 의미의 국가채무비율과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비율을 비교하면서 한국은 여전히 재정여건이 양호하다는 궤변을 지속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국정과제와 그 결과를 언급하는 것은 이재명 후보의 슬로건과 세부정책 공약들 간에 엇박자를 보이는 것이 벌써 그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슬로건은 '555정책'을 내세웠다. 국민소득5만달러 경제세계5위 코스피5천을 달성하겠다는 슬로건이다. 그런데 세부공약으로 들어가면 아주 딴 판이다. 국민소득5만달러 경제세계5위가 되려면 최소 실질경제성장률이 3~4%는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 중반 수준이다. 이를 3~4%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기업투자가 획기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고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야 한다. 경제성장률은 투자증가율 생산성증가율 인적자본증가율의 합인데 생산가능인구는 하락하고 있어 단기에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결국 투자증가율 생산성증가율을 높여야 한다. 

투자증가율 생산성증가율을 높이려면 문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반기업 친노조정책 등 수 많은 규제를 우선 혁파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인적자본 육성과 연구개발세액 공제 확대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후보는 규제혁파는 언급이 없고 오히려 재벌체제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임금지원 등 각종 지원을 받는 사회적경제 확산을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줄일 생각은 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차이를 공정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지원한다는 공약도 하고 있다. 각종 기본소득 공약도 하고 있다. 즐잡아 연간 400조원 내외의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2021년 국세수입이 323조원(11월 말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규제혁파는 하지 않고 사회적경제만 육성하고 국가채무만 증가하면 경제는 머지않아 위기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역외 원화시장 까지 개방하면 외환시장도 불안해 질 수 있다. 

슬로건만 보고 경제대통령이라느니 실적과 경륜이 입증된 프로라느니 하는 주장은 문대통령만으로도 족하다. 문정부 5년 동안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국가만능주의로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한국경제는 다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실험할 여유가 없다.

오정근(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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