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의 진흥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화, 공ㆍ민영 영역 분리, 콘텐츠ㆍ플랫폼 경쟁력 확보 등 낡은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법체계 정비하겠다는 구상에 동의한다. 그러나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대통령 선거 캠페인과 함께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새로운 미디어 거번넌스 시스템은 우리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합 관리주체로서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권한과 책임 그리고 견제와 균형의 운영원리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제4차 산업혁명 흐름 속 양자 정보통신시대에 미디어 산업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OTT(인터넷 동영상)와 GAFA(Google, Facebook, Amazon, Apple)로 대표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미디어 환경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발전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반영하여 글로벌 미디어 환경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양자 정보통신은 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이다. 따라서 양자 정보통신시대 초연결 사회에서 미디어 거버넌스가 우리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미디어 거버넌스를 시급하게 개편해야

현재의 미디어 거버넌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의 정책ㆍ규제의 이원적 체제와 2000년 방송법 체제의 연장선에 있어 낡은 제도를 발전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런칭되어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넷플릭스가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흥행에 따른 수익을 독점하고,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기반이 글로벌 OTT에 종속되는 우려 등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글로벌 OTT와 GAFA로 대표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의 미디어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미디어의 사회적 가치는 명확히 부각되지 않고 관할권 확보를 위한 충돌이 일어나고, 플랫폼ㆍOTT는 진흥이 우선되어야 하나 규제가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글로벌 OTT 서비스에 의한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인 1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2단계는 물류 유통 금융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3단계는 무인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개화기에 일어났던 강화도 침투, 제물포 공략에 이어 경성이 함락되는 양상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디어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새 정부는 미디어 거버넌스를 시급하게 개편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미디어 전문가와 수용자를 돕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되어야

새로운 미디어 거버넌스 시스템은 양자 정보통신시대에 걸맞게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와 국민의 미디어 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 산업의 진흥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화, 공ㆍ민영 영역 분리, 콘텐츠ㆍ플랫폼 경쟁력 확보 등 낡은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법체계 정비하겠다는 구상에 동의한다. 그러나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미디어 전문가를 돕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문제는 결국 미디어인들이 풀어야 한다. 필자는 오늘날 우리 미디어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미디어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종사자들의 사회적 책무성, 소명의식,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문직주의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수용자를 돕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에서 중요성이 간과된 영역이 수용자이다. 미디어의 두 축인 송신자와 수용자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미디어의 사회적 가치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용자인 국민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국민들이 능동적인 수용자(active audience)가 될 수 있도록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시 수용자를 돕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미디어공정재판소’ 운영을 검토할 만하다.

공정성은 미디어의 존재이유와 연결되어 있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공론장 기능의 으뜸가는 원칙이다. 그렇지만 송신자와 수용자 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공정성 분쟁은 가칭 ‘미디어공정재판소(Media Fairness Court)’에서 총괄하게 하자는 최창섭 교수의 제안을 경청할 만하다. 정치나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니라 철학적 논리에 근거해 공정성 분쟁을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미디어공정재판소는 기존의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도를 개선하고, 헌법재판소와 연계하여 미디어 공정성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향은 기존의 정부를 위시한 타율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송신 주체인 미디어 전문인의 전문성 강화와 수용 주체인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율규제가 확대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 국가안보와 연결되어야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논의는 국가안보와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3월 발표된 미국 NSCAI(The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I) 보고서를 참고할 만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몇 세대를 거쳐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고, 국가안보 경제운용 기술정책 등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한 부처가 이들을 아우르는 디지털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운용하기는 너무 복잡해서 백악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미국이 인공지능 정책을 주도할 것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투자, 교육제도, 국제협력체 구축 등 각 부문별로 행동지침과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충격(Sputnik crisis)에 물리교육 혁신으로 대처했듯이 인공지능 기술이 타국에 추월당한 사실을 국가위기로 규정하고, NSCAI 보고서로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발상을 배워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국방과 안보의 핵심기술이라는 점 외에 국제질서와 외교도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필요한 경우 다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우리의 미디어 거버넌스가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개편되어 국가안보 즉, ‘인공지능시대에 대한민국 방어하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 국가융성에 기여할 수 있어야

글로벌 OTT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미디어 질서 재편에 대응하는 문제는 미디어 차원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및 경제주권 차원에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나아가 미디어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영역의 혁신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 거버넌스는 미디어 산업을 넘어 국가ㆍ시장ㆍ사회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범사회적 협의기구 ‘미디어거버넌스혁신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미디어 거버넌스의 다양한 주체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ICT 발전과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 우리의 국가 시스템 작동의 적절성을 총점검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혁신된 미디어 거버넌스가 미디어와 연결된 여러 문제점과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여 국가융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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