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올들어 7번째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서자, 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그동안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원회 회의로 대응해오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훈 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 회의에서 북한에 ‘유감’을 표한 것만으로는 흐름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정부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발사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고 규정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가 문 대통령의 굴욕적 대북정책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여야 대선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대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드라인’ 언급한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구상’ 위기를 사실상 인정

정치권에서는 취임 이후 계속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중대한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 말기까지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행태를 보였으나 돌아온 것은 거듭된 미사일 도발이었다. 특히 북한이 도발한 지 1시간 여만에 NSC 전체회의가 소집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새해 들어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30일 발사된 미사일은 그동안 사용된 단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 이후 4년 2개월 여만이다.

30일 북한은 올들어 7번째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30일 북한은 올들어 7번째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무엇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레드라인'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100일 회견에서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도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지(모라토리엄)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지켜오고 있다. 이는 북미 간 신뢰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치로 평가받았다.

올들어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규정할 경우 한반도 안보정세가 급속하게 냉각될 수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 내 최대 성과라 자평하고 있는 ‘한반도 프로세스’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바, 관련 사항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추가적인 무력시위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막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안보리 결의 위반’ 지적한 청와대, ‘도발’이란 단어는 끝내 못써

특히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이 국민의 안전은 물론 국내 정세에도 예민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정한 대선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진행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우려가 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에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왔던 청와대가 이전과는 달리 긴박하고 강력하게 대응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발’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그만큼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NSC는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지만, 이후 발사부터는 '도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여전히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중거리는 처음으로, 4년 만에 최대 수위의 도발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중거리는 처음으로, 4년 만에 최대 수위의 도발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 대통령의 굴욕적인 대북관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한 점에서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NSC 회의 참석자들에게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국민의힘은 30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굴욕적 대북정책이 파탄나는 순간으로, 북한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영일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도 청와대는 우려와 유감만을 반복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층간소음의 불편함 정도로만 여기니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안 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 부대변인은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도발이라 말도 못 한다"고 비판했다. 연이어 정부·여당을 향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의 불법적이고 위험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기 바란다"며 "이 후보와 문재인 정권이 서야 할 자리는 북한 편이 아니라 국민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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