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도 ‘거리두기 강화 없다’는 방역당국, 왜?
확진자 폭증에도 ‘거리두기 강화 없다’는 방역당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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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설 연휴 이후 현행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지금까지 거리두기 강화에 치우친 방역정책을 고집하던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감지된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27일 오전 인천지역 내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검사 대기 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27일 오전 인천지역 내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검사 대기 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영래 반장,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설 연휴 거쳐 확정”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7일 백브리핑에서 설 연휴 이후 거리두기 조정 방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가급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지 않는 쪽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는 고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조치”라며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만 보고 거리두기 강화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향후 거리두기를 더 강화하지 않는 선에서 오미크론 유행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손 반장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자 ‘오히려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면서 "방역 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럽다. 2∼3주 전에는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를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는데, 양쪽 다 조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위중증 환자 수, 의료체계 여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조정안 발표 시기는 연휴를 거쳐 확정되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총리, “방역의 최우선 목표는 위중증과 사망 줄이는 것”

중수본의 이러한 입장은 코로나 사령탑인 국무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6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이제부터는 방역의 최우선 목표는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는 데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확진자 수에만 집중되던 방역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이제부터는 방역의 최우선 목표는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는 데 두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이제부터는 방역의 최우선 목표는 위중증과 사망을 줄이는 데 두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 또한 "지금까지는 확진자 수를 중심으로 상황을 보고했지만 앞으로는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치명률, 연령별 구분 등으로 보고 체계에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6일 종료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낮아진 중증화율과 치명률 덕분에 완화될 가능성 높아

사적모임 인원을 최대 6명으로,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17일 시작됐으며, 다음 달 6일 종료된다. 정부는 주말을 포함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는 설 연휴가 지나면, 내달 6일 이후 거리두기를 어떻게 조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전례 없이 폭증하는 가운데, 거리두기의 효과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게다가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거리두기 조정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8일 확진자는 1만7542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확진자 수치를 제외한 다른 지표는 모두 개선된 상황을 보여주었다. 위중증환자는 전날에 비해 28명이나 줄어들어, 288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지난 30일간 위중증환자는 계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 역시 34명을 기록하면서, 누적 치명률이 급속하게 떨어져 0.83%를 기록했다. 다음주에는 0.7%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미크론 치명률 0.16%, 독감 치명률 0.1%보다 약간 높은 정도

실제로 방역당국은 지난 27일 ‘오미크론 특집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델타보다 안전하고 독감보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김민경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보다 먼저 유행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나 영국 등 데이터를 보면 입원율이 적게는 3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로 낮다고 보여진다"며 "최근 질병청에서 나온 국내 치명률 데이터도 오미크론에 비해 5분의 1로 낮은 수준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증도는 델타보다 확실히 낮고, 계절독감보다는 전파력과 중증도가 조금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특성 대응 방안 등 전문가 초청 특집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경 국립중앙의료원 교수, 정은경 청장,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특성 대응 방안 등 전문가 초청 특집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경 국립중앙의료원 교수, 정은경 청장,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역당국이 간과한 것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이 최근 공개한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로, 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인 0.1%와 비교하면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은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한 결과까지 감안한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먹는 치료제로 오미크론 치명률 더 낮아진다면, 새로운 방역지침 필요해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지난 28일 TBS ‘코로나 특보’에 출연, “현재 먹는 치료제가 적극 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쓰게 되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독감의 치명률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이 오미크론의 확산 가운데에서도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과 먹는 치료제’ 덕분에 방역정책에 확신을 얻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설 교수는 방역당국이 좀더 강한 확신을 가지고 현재의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자체를 감기로 인식하고, 감염이 되어도 심지어 재택하지 않아도 되고 일상생활해도 된다고 한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완전히 완화된 영업활동을 보장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 교수는 방역당국이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고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겠다”라는 표현 자체가, 상당히 ‘완화 기조’로 가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방역당국 내에서도 지금의 거리두기를 좀더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에 몇만명씩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지금보다 거리두기 단계를 더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이동량이 많은 설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오미크론 변이가 60대 이상의 고위험군의 위중증화율을 높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방역당국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설 이후에도 안정적인 위증증화율이 확인된다면, 그 자체가 거리두기 완화의 시그널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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