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에게 털린 한국케미호 선사 측, 침묵했던 文 정부 상대로 손배소송 제기
이란 정부에게 털린 한국케미호 선사 측, 침묵했던 文 정부 상대로 손배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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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이란 정부에 의해 나포됐던 한국선적 유조선 ‘한국케미’ 선사가 정부를 상대로 2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이 지난 27일 SBS의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긴밀하게 이란 정부와 소통했다고 밝혔지만, 회사 측의 주장은 정부의 발표와 너무 달랐다.

“정부가 한 게 없다”는 곽민욱 대표, “이란 강요대로 해양 오염 인정하고 거액 지불”

지난해 이란 정부에 의해 나포됐던 '한국케미호' 선사 측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2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지난해 이란 정부에 의해 나포됐던 '한국케미호' 선사 측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2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SBS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케미호 선사 대표 곽민욱 씨는 “정부가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선사 측은 이란의 강요대로 해양 오염을 인정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고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협상 과정은 전부 선사의 몫이었으며, 정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 동행만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나포된 지 한 달만에 19명의 선원이 풀려났지만, 선장과 선원은 95일만에 겨우 풀려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는 거의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선사 측의 주장이다.

당시 본지에서도 이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21년 1월 11일자 ‘문 대통령은 ‘모욕’당해야 한다는 이란 정부, 초유의 외교력 공백사태’ 제하 보도 참조.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꿀 먹은 벙어리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이란 외무부 차관을 만났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국케미호 나포 이후 외교부의 최종건 제1차관이 이란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귀국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한국케미호 나포 이후 외교부의 최종건 제1차관이 이란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귀국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한국케미호 풀려나자 생색냈던 文 정부...소송 당하고도 4개월간 무대응 일관

지난해 4월 9일 선장과 선박이 풀려나자, 외교부는 ‘긴밀한 외교 소통’ 등 3가지 이유로 석방됐다며 생색내기에 바빴다. 당시 꿀먹은 벙어리였던 강 장관은 이후 퇴임사에서 “한국케미(호) 문제가 잘 풀려 다행스럽다”며, 모든 일이 잘 해결된 듯한 취지의 발언으로 국민을 호도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한국케미호 선사는 95일간의 억류로 인해 2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해 9월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소송이 제기된 뒤 4개월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선고기일을 나흘 앞둔 올해 1월 10일에야 답변서를 제출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이에 대해 “답변서 초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이러는 데 시간이 지체돼 답변서가 늦게 나왔다”며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외교부 역시 SBS가 취재를 시작하자 재판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케미호가 석방될 당시, 호들갑을 떨며 석방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장기 억류에 합의금 부담으로 한국케미호는 결국 매각돼

작년 나포된 이후 선사가 입은 피해는 막심했다. 장기간 억류를 당한 데다 이란 측에 합의금까지 준 때문에, 지난해 한국케미호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케미호 선사 측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은 어떠한 환경 오염도 시킨 적이 없고, 이란의 영해를 침범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케미호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억류를 당했던 이유에 대해 선사 측은 ‘당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 정도가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제재 때문에 우리나라에 묶여 있었는데, 이 동결 자금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사 측이 소송낸 까닭, “국제 경제제재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국민 구호 책임 다투고 싶다”

 

한국케미호 선사 측은 ‘국가 간의 갈등 속에서 국민과 기업에 대한 우리 국가의 구호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이번 소송을 통해서 다투고 싶다’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사진=SBS 방송 화면]
한국케미호 선사 측은 ‘국민과 기업에 대한 국가의 구호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이번 소송을 통해서 다투고 싶다’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사진=SBS 방송 화면]

즉, 선사 측은 ‘국가 간의 갈등, 더 나아가서는 경제 제재, 국제 제재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민과 기업에 대한 우리 국가의 구호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이번 소송을 통해서 다투고 싶다’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케미호 선사 측의 소송으로 인해, 외교부의 행태가 실상을 드러내게 됐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외교부는 일관되게 "아무런 근거 없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우리 선박을 나포한 것의 부당함을 이란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고 국민들에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사가 (이란 측의 강요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배상금을 준 사실’은 일절 국민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한국케미호가 이란 정부에게 당하는 동안, 정부는 자리만 지켰다

한국케미호가 소장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국케미호가 이란 정부의 강요에 따라 선박의 해양 오염 사실을 인정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내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가 동석 정도만 했을 뿐,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제2, 제3의 나포사건이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발생한다면 그때도 우리 국민은 또다시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준 후에야 풀려날 수 있을지’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외교부와 정부 당국자는 국민의 이런 의구심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케미호 선사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에 의한 한국케미호 억류 사건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보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한국케미호 측과의 긴밀한 소통은 물론 대이란 교섭 및 여타 관련국과의 협의 등을 통해 사안의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소송 과정에서 상세히 다퉈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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