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1.27(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1.27(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27일 발언이 '지역 갈등 조장 논란'의 불씨로 작용한 모양새다. 같은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그의 발언에 대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민주당의 가스라이팅"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그의 이날 '지역 갈등 유발 발언 사태'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

우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만난 문제의 발언을 쏟아낸다. 다음은 그의 발언.

▶ "제가 13살 때 공장을 갔는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저는 경북 안동 사람으로, 성남 공장에 초등학교 마친 후 바로 취직을 했는데, 공장에 가보니 관리자는 전부 경상도 사람이고,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면서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킨 결과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서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국민을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누어보는 관점이 가득한가"라며 "이재명 후보의 저런 무책임한 지역갈등 조장 발언을 배척해 달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지역 갈등 조장 발언'은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23일 '백제 불가론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호남지역)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는데, 호남 출신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발끈한 것.

이낙연 의원은 "지역주의를 소환하는 것이라면 아예 언급을 하지 말라"고 말했고, 정세균 전 총리 또한 "지금이 삼국시대냐.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지역 이기주의적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영호남 지역 갈등론'이다.

기자는 최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87년 11월15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자격으로 참가했던 영호남 시민결의대회 선언문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2021.07.2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87년 11월15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자격으로 참가했던 영호남 시민결의대회 선언문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2021.07.27(사진=조주형 기자)

#1. 35년 전 86세대 강성 운동권과도 다른 與 이재명의 '지역 갈등 인식'···어떻게 다른가

그런데, 대표되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들고 나왔다가 지역감정 기반론이라며 역풍을 일으킨 영호남 지역갈등론은 현재의 민주당을 장악한 일명 86세대의 35년 전 인식과 맞닿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6세대의 대표자격 인물로 알려진 이는 우상호·이인영 의원(현 통일부장관) 등이다.

그중에서 이인영 의원은 지난 1987년 11월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지역감정 해소'를 언급한 바 있다. 기자는 당시 그의 영호남 시민결의대회 선언문 사본 일부를 입수해 보도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민족통일의 함성으로···우리 영·호남인들은 대동단결의 장을 마련했다.···구국민주쟁취 투쟁에 함께 해온 영·호남인들의 의지는 분명 하나의 뿌리다. 지역감정의 원천은 분단지배를 통한 정권 연장을 위한 조장의···"

전대협의 결의대회 선언문에는 '지역감정 해소'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삐뚤어진 통일관(統一觀)이 스며들어 있는데, 비록 목적불명의 대(對)정부투쟁용이라 하더라도 영호남 지역갈등 극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35년이 지난 오늘날 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킨 결과"라고 단정적으로 유권자들 앞에서 외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86세대 간 관계는 어떠할까.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 이재명 대선 후보, 이인영 통일부장관.(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 이재명 대선 후보, 이인영 통일부장관.(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2. '86세대 용퇴론' 등장했지만···실질적 구현 가능성은 '글쎄'

최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86세대 용퇴론에 힘입어 그의 주변에서부터 쇄신론에 불을 붙인 상태다.

그 첫 시작은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다. 그는 지난 25일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제 광야로 나설 때"라고 말했는데, 정작 86세대 대표격 인사들은 침묵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오히려 86세대의 대표격 인사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27일 나선 상황이다.

박광온 의원에 따르면, 우상호 의원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86세대 용퇴론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차기 총선은 지금으로부터 2년 그 이상 후의 시점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재집권했을 시 그에 따른 논공행상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장관직 혹은 국무총리직을 보장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 이미 여러번의 선거 등을 통해 국회의원을 경험한 만큼 그 이상의 고위공직자로의 진출 의도를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그 후폭풍을 맞게 될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당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86용퇴론이 아니라 86재등판론의 불씨를 살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가 말한 차기 총선 불출마는 지금 대선을 앞둔 상황과는 시기적 차이가 무려 2년 씩이나 될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이를 뒤집을 수 있을만한 명분과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구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풀이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26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저 이재명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단 하루만에 '전라도 근로자-경상도 노동자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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