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역준비는 폭증하는 환자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진자가 위중증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신속한 검사와 조치가 오미크론 대응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못한 채 미적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6일 ‘PCR 검사’에 대해 “전국적으로 2월 3일부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거나 고위험군만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동네 병·의원도 코로나 검사와 치료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많은 동네 의원이 참여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동네 진료가 이뤄질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동네 병·의원 투입한다던 정부는 돌연 ‘꿀먹은 벙어리’ ...대한의협이 27일 세부지침 발표

오미크론 대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대응기능이 마비되자 대한의사협회이 나서 국민적 궁금증과 혼란을 해소해주고 있다.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원급 진료에 대한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의료체계 과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료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내놓지 못하는 세부지침을, 의협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의협은 현재 시행 중인 재택치료 모델과 다른 '코로나19 진료의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료의원 운영방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료의원 운영방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훈 의협 부회장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진료의원 운영방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동네 의원에 방문해 우선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를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시행한 후 검사를 받은 의원에서 재택진료,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평소 자주가던 동네 의원에서 야간에서도 진료를 받으면 환자 입장에서도 좋고 의사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이 16개 시·도의사회별로 신청받아...“최소 1000개 의료기관 참여가 목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은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코로나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야 한다. 또 모든 직원은 개인보호장비를 사용하고 감염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진료를 원하는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신청하면 된다. 의협은 16개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최소 1000개의 의료기관이 참여해 전국의 국민이 병의원을 찾아가는 데 거리상으로 힘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환자가 2~10배 증가하면 선별진료소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동네 의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26일 현재 코로나 검사·진료를 자청한 동네 병·의원은 전체의 0.3% 수준인 30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환자가 감기인지 오미크론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선 병·의원 입장에서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 검체 채취에 사용된 의료폐기물 별도 관리 지침도 없어

정부가 오미크론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진료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혼란인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동네 의원에 왔을 때 의료진이나 일반 환자들을 감염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지 등을 다들 궁금해하는데 정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검체 채취에 사용된 면봉 등 의료폐기물은 별도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침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일 오미크론 최초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되도록 정부가 변변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가진단키트’는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제공...약국에선 이미 동나서 구하기 어려워

정부가 오미크론 대응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고위험군 중심의 PCR 검사’에 대해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0세 이상만 PCR 검사가 가능하다는 조치가 발표된 이후, “제 때에 검사와 진단 및 조치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선별진료소에 가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까지 약국에서는 동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는 고위험군에게만 PCR 검사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는 고위험군에게만 PCR 검사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을 하고, 음성이면 음성 판정을 하는 것은 유행이 매우 잘 억제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이라며 “유행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양성이 거의 확실하지만, 감염됐더라도 종종 ‘음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의협,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라도 담당의사 판단으로 PCR 검사 할 것”

현장과 국민들의 불안감에 대해 의협은 일종의 중재안을 내놓았다. 양성인데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으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진료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현미 의협 총무이사는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라 하더라도 기저질환자나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PCR 검사를 받거나 입원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는 PCR보다 현저히 떨어지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확진자를 빠르게 분류해 진료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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