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틀려, 남북회담 '後 비판'이 '前 여론조사' 영향 줬다는 모순도
한국당, '지지율 반토막 조사' 한국갤럽 '인기기사 선정' 네이버까지 싸잡아 비판

(왼쪽부터) 4월28일 네이버 홈페이지 국민일보 기사 캡처, 4월27일 발표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304호(2018년 4월 4주).
(왼쪽부터) 4월28일 네이버 홈페이지 국민일보 기사 캡처, 4월27일 발표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304호(2018년 4월 4주) 일부 캡처.

국민일보에서 정당 지지율 관련 허위·날조 보도를 했다가, 비하 대상으로 삼았던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당대표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30일 오전 기준 이 신문은 문제의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일보는 지난 28일 '위장평화쇼 홍준표 역풍, 한국당 지지율 12% 추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 도출된 직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남북 정권의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다음날 발표된 한국갤럽 4월4주차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대거 추락했다는 논조였다. 이 기사는 포털 네이버에서 인기기사를 뜻하는 'PICK'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한국갤럽 주간 여론조사는 매주 금요일 발표된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은 금요일이었고, 한국갤럽은 이보다 앞선 화·수·목요일(24일~26일) 집계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는 당일 오전 중 공개됐고, 판문점선언 발표는 늦은 오후에 이뤄졌다. 홍 대표의 비판은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 간 합의 사항이 공개된 뒤 나왔다.

무엇보다 한국갤럽의 최근 3주간 조사는 한국당 지지율이 12%로 일정했고, 한국갤럽은 통상 한국당의 지지율을 20% 초반대로 집계하는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절반 안팎 수준으로 집계해 왔다. 리얼미터는 매주 월·화·수요일 집계를 거쳐 목요일 발표하는 '주중집계'와, 목·금요일까지 집계해 주5일 평균을 아우르는 '주간집계'를 두 번에 걸쳐 발표한다.

매 주차마다 리얼미터의 목요일 주중집계, 한국갤럽의 금요일 정례 여론조사 발표에서는 한국당 지지율이 큰 차이를 보여왔다. 각 업체의 조사 방법론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게 주된 해석이지만, 국민일보는 28일 구태여 26~27일 연일 발표된 두 업체의 여론조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한국당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냈다.

이는 지지율 추이 비교대상은 같은 회사의 이전 조사 결과가 돼야 한다는 '상식'도 파괴했고, 홍 대표의 정상회담 비판에 대해 '비판하기 전' 지지율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사실관계와 논리 모두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29일 이를 겨냥한 듯 페이스북에 "가짜여론조사, 가짜 댓글조작, 판사 파면도 청원하는 좌파들의 놀이터가 된 청와대 청원게시판, 하루종일 편파방송하는 종편과 방송, 이에 덩달아 날뛰는 '가짜 언론'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가히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됐다"고 지적하는 글을 남겼다.

홍 대표 측 비서실장인 강효상 한국당 의원도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일보는 한국당 지지율이 추락했다며 마치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한 것에 국민들이 나쁜 평가를 내린 것처럼 악의적으로 거짓보도했다"며 "더 큰 문제는 네이버가 아무런 체크나 필터링 없이 가짜뉴스를 메인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것"이라고 네이버까지 겨냥 비판했다.

강효상 비서실장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포털뉴스의 댓글 공간이 정치 작전 세력의 앞마당이었다는 사실에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는데도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가짜뉴스까지 올리며 한국당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고의적으로 방치해 돈을 버는 유해사이트 네이버는 사회에서 추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같은날 오후 허성우 수석부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국민일보는 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추락했다며, 마치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한 것 때문에 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처럼 허위사실을 날조 보도했다"며 "기사가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조사시기가 4월 24일~26일로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루어졌으며 한국당 지지율은 4월 13일, 20일, 27일 3주 연속 변동이 없었다"고 국민일보를 질타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니 오죽하겠나"라고 덧붙인 뒤 "명백하게 악의적 의도를 가진 허위사실 유포이자, 자극적인 '낚시 성'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인해 포털의 메인 화면을 차지하려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댓글장사이자 추잡한 뉴스 장사"라고 비난했다.

허성우 부대변인은 "부도덕한 목적을 가지고 찌라시를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는 드루킹의 '느릅나무' 출판사와 다를 바 없으며, 사기뉴스도 기사라고 쓰고 있는 기자는 허접한 댓글을 달고 있는 댓글조작꾼과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이러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사와 기자는 언론중재위 제소 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 개인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며 부추긴 언론사까지 손해배상 및 명예 훼손 등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을 밝힌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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