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산업계는 해당 법안에 모호한 규정들이 많은 탓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노동인력이 많은 특성을 지닌 조선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6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된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긴장감 속에 내부 회의를 열어 준비 상황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살피고 있다.

38명이 숨진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 창고 화재 등을 계기로 제정된 이 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는 크게 중대산업재해(산업재해 사망이나 복수의 중상,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사안)과 중대시민재해(특정 원료나 제조물 등 설계·제조·설치·관리 결함으로 생긴 사고)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노동부,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 수사한다. 검찰은 중대재해 사건을 넘겨받아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을 기소한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자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사업주·경영책임자는 ▲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 재해 발생 시 재해방지 대책의 수립·이행 ▲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크게 4가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이에 경영계는 법 규정에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애매하며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같은 기업의 의무 사항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건설업계에서는 '1호 처벌'만은 피하자는 모습이 역력하다. 29일 시작되는 설 연휴를 법 시행일인 27일로 앞당겨 휴무에 들어가는 건설업체도 있다.

조선업계도 혹시 모를 사고 위험에 초긴장 상태다. 각종 중장비가 즐비한데다 많은 작업자가 여러 공정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되는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안전 조직인 'HSE(건강·안전·환경) 추진 담당'을 'HSE경HSE경영실'로 격상했으며, 최고경영자(CEO)에게 안전 업무 보고를 하도록 보고체계를 상향했다.

경영진과 고용노동부, 협회, 노동계 등 분야별 10명 내외 안전 경영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삼삼성중공도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 등에 최종 의사 결정권과 권한이 있는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직책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4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조선업 산재 사망 노동자는 모두 88명이다. 2018년을 제외하면 매년 10명 이상이 숨졌다.

한편 학교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또한 처벌 범위 내에 있다.

교육기관은 중대산업재해를 적용받기 때문이 도 교육청 직속 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 종사자가 1명 이상 사망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 동일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육감이, 사립은 법인 이사장이 경영책임자로, 처벌 대상이 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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