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급 불일치 때문이라면서 이에 따른 비정상적 가격 형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지난해 반도체 칩 평균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보다 17% 더 많았다면서 "반도체 공급망이 취약하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른다"고 했다. 2019년엔 40일 치였던 반도체 칩 평균 재고량은 지난해 5일 치 미만으로 떨어졌고, 핵심 산업의 재고량은 훨씬 더 줄었다. 만약 전 세계의 반도체 제조 시설 몇몇이 2~3주 가량 파업 등으로 문을 닫는다면, 해외 교란 요인 발생으로 미국 내 제조 시설도 멈추게 되고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
상무부는 수급 문제가 향후 6개월 이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다.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공급난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150여 곳의 반도체 제조 및 수요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자료를 제출했다. 상무부는 이 자료들을 분석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로 수급 불일치가 특히 심각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찾았다면서 이 공정에서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향후 몇 주 내에 반도체 제조공정에 특화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업계와 접촉할 것"이라며 "이런 공정들에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주장에 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상무부는 중개상을 거치며 반도체 칩 가격이 높아지는 점 등도 조사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까지 특정 품목의 반도체 부족이 계속될 것이고 지금과 같은 반도체 칩 수요 붐이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는 위기 해결 근처에도 있지 못하다.좋은 뉴스가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520억 달러의 반도체산업 자금 지원안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한편 상무부가 파악한 수급 불일치 분야는 거의 비메모리 쪽에 국한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기업은 이번 반도체 수급난 논란에서 비켜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