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국내 유입 8주 만에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26일 0시 기준 일일 확진자가 1만3천명을 넘어서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 기준으로 전날에 비해 4400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가검사키트인 신속항원검사 29일 전면 도입...광주 등 4개 지역은 26일부터 시행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뚜렷한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은 26일부터 대응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오늘부터 동네 병·의원 중심의 검사·치료 체계 전환이 시작된다"며 "오미크론 확산세가 뚜렷한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의 43개 의료기관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특히 "29일부터는 이러한 체계 전환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우선 전국 256개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0시 기준 25일 확진자가 1만3000명을 넘기면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진=YTN 화면 캡처]
26일 0시 기준 25일 확진자가 1만3000명을 넘기면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진=YTN 화면 캡처]

대응단계의 핵심은 ‘PCR 검사가 고위험군 중심으로 바뀌고, 일반인은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받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나 무료로 받던 PCR 검사를, 이제부터는 코로나 증상이 있더라도 즉각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60세 이상 고령층,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반드시 권유한 경우,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등 ‘코로나 고위험군’만 보건소·임시선별검사소 등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확진자의 최대 83%를 ‘음성’ 판정...음성’ 판정받은 확진자 거리에 쏟아져 나올 듯

하지만 방역당국이 정한 이 규칙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는 최대 확진자의 83%를 ‘음성’으로 판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가 격리조치를 받지 않고 사무실과 거리를 활보하는 초유의 사태를 방치하겠다는 게 정부의 메시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신속항원검사를 전면 도입하면서 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되면 사실상 ‘감기’ 정도로 취급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기존의 엄격한 방역지침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코로나 확진자를 가려내지 않는 방역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것은 대혼란을 부추기는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의문 제기, PCR검사 역량 충분한데 왜 부정확한 신속항원진단검사로 전환?

게다가 아직까지는 PCR검사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항원진단검사로의 급작스런 전환이 효율적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24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 ‘PCR 검사역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민감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24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 ‘PCR 검사역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민감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24일 TBS의 ‘코로나특보’에서 “정부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PCR 검사 역량은 하루 85만명이다. 최근 PCR 검사가 30만건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70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왔다. 2만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와도 PCR 검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사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민감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특보에 출연하는 TBS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이에 대해 “현재는 하루에 85만명 정도 가능한 시스템이지만, 곧 현재의 2배에 해당하는 170만 건까지 검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검사의학회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현재보다는 민감도(정확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코 점막 대신 타액을 이용하는 검사 방법도 가능해지면, 굳이 신속항원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강 기자는 “PCR 검사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옵션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를 하게 되면, 감염자의 절반에서 3/4 정도는 놓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유행상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정부당국의 대응체계를 비판했다.

지난 24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한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신속항원검사를 하게 되면, 감염자의 절반에서 3/4 정도는 놓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유행상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당국의 대응체계를 비판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한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신속항원검사를 하게 되면, 감염자의 절반에서 3/4 정도는 놓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유행상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당국의 대응체계를 비판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일반인은 ‘자가검사 시스템’으로 전환돼...‘민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당국은 대응체계로 전환할 경우,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들은 자가검사를 하도록 방침을 정해두었다. 감염이 의심스러운 일반인들은 집 근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자가검사키트 코너에 가서 검사키트를 받은 뒤, 관리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콧속 1~2㎝ 깊이로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제품에 따라 짧게는 3분, 길어도 15~20분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비용은 무료이다. ‘음성’일 경우에는 추가 검사 없이 귀가하면 된다. ‘양성’일 경우에는 해당 선별진료소 내 패스트트랙(신속심사대상)으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호흡기 전담클리닉을 방문해 의사 진료 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양성’일 경우 해당 클리닉에서 PCR 검사가 이뤄진다. 검사 자체는 무료이지만, 진찰료 5000원(의원급 기준)을 지불해야 한다. 약국에서 8000원~1만6000원에 구매한 자가검사키트로 집에서 직접 검사한 후 양성이 나오면, 키트를 가지고 선별진료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자가검사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민감도와 특이도로 판단되는데, 특히 민감도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감도’는 감염된 환자를 양성이라고 판별하는 능력이고, ‘특이도’는 정상인 환자를 음성이라고 판별하는 능력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를 41.5%로 추정했다. 특이도는 100%에 가깝다. 콧속 깊숙하게 찌르는 비인두도말 검사로 실험한 결과였다.

서울대 연구팀 자가검사 ‘민감도’ 조사해보니, 확진자 100명 중 17명만 양성 판별

서울대 연구팀이 실제 현장에 적용해 실험한 결과, 민감도는 17%로 더 떨어졌다. 100명의 코로나 감염자를 검사하면 17명만 양성, 최대 83명은 음성으로 판별한다는 의미이다.

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검사를 할 경우, 검사자가 자기 콧구멍 주변을 긁어서 채취한 검체를 일반용 진단키트에 넣게 된다. 전문가가 콧속 깊숙한 곳까지 찌르는 비인두도말 방식보다 민감도가 더 떨어진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신속항원검사를 해서 음성인 경우는 정확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음성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짜 음성’ 나올 가능성 높아져, 증상 있으면 의료기관에서 별도 검사 받아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짜 음성(위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자가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마스크 쓰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은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 기관을 통해 별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에 반해 호흡기 전담클리닉에서는 의사 등 전문가가 검사자 콧속 깊은 곳까지 찔러 채취한 검체를 ‘전문가용 진단키트’에 넣어 검사한다. 선별진료소와 검사원리는 같지만, 검체 채취 방법과 진단키트 종류가 다르다. 전국의 호흡기 전담클리닉은 585곳이지만, 이 중에는 코로나 선별 검사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mohw.go.kr)에서 지역별 현황을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게 좋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