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칼럼]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질문하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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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1.25 11:21:29
  • 최종수정 2022.01.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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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제도가 특정 정파 사유물 된 상황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 던져지는 시점
내부의 개선 노력에 기대하기 보다는 외부에 의한 개선 논의가 구체적으로 전개돼야
이인철 객원칼럼니스트

신년 첫달 부터 공영방송 MBC는 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사적 대화 방송으로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였다. 개인 유튜브 방송이 입수한 사적인 대화 녹취록을 받아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맥락을 생략한채 일부분을 발췌하여 공개하는 부적절한 처사로 논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이 이러한 행태를 보여도 되느냐는 질문으로 드러나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MBC의 정파적 태도는 여러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정권 친화적 방송이 되어 편파보도를 일삼아 온 MBC는 사내적으로 정상화의 미명하에 직원들에 대한 부당 징계를 감행하였고 여권 성향의 세력이 주도하는 친정권 매체로 전락하였으며, 작년에 소위 검언유착 보도를 내보냄으로써 권언유착 실태가 확인되었다.

정권수호 방송이 된 MBC의 상황은 그 대표자의 발언에서 드러나는데, 조국 사태 때에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의 참석 인원에 대해서 “딱 봐도 백만명”이라 묘사하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을 “맛이 간 사람들”로 표현한 바 있다. 정권 옹호에 앞장 서는 MBC를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고 부르기가 어렵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편파적인 태도로 보도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황이다.

공영방송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작년말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주도하여 공영방송 보도를 모니터하여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운동을 시작되었다. KBS 직원연대와 MBC노동조합(MBC제3노조)이 앞장을 서고 시민단체들과 힘을 모아서 대선 불공정 보도 국민감시단을 결성하고, 공영방송 KBS, MBC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연합뉴스, YTN, 교통방송등의 대선 관련 방송 내용을 모니터하여 공영방송의 선거 개입에 대한 공적인 감시 작업을 시작했다.

대선 불공정보도 국민감시단의 감시 작업은 모니터 보고서의 형태로 매주 간행되었는데,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7차에 걸친 모니터보고서가 작성되어 발표되었다. 국민감시단은 지난 1월 20일에 그동안 모니터한 내용을 종합하여 KBS 최경영, 주진우. MBC 김종배, YTN 이동형, TBS 김어준등 방송 진행자들의 편파적 진행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여당 선거 운동원인가? 공영방송 진행자인가?” 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기사는 펜앤드마이크 홈페이지(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5106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40여일이 남은 대선 기간에, 공영방송이 정권의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선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여 민주정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더 이상 묵과하기 힘들다. 방송의 정파적 운영이라는 비판을 넘어서 공영방송 제도가 특정 정파의 사유물이 된 상황이어서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이 던져지는 시점이다.

이같이 공정성 훼손으로 신뢰를 상실하여 공영방송의 기능을 상실한 것 외에 방송사업자로서 비효율적인 운영과 방송 시장에서의 경쟁력의 상실이 지상파 공영방송의 문제로서 제기되어 왔다. 공영방송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됨으로써 지상파 공영방송 체제의 재구조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공영방송의 제도개선 논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선출과 사장 선출 방식이라는 주제에 매달려 왔다. 실질적으로 기존의 지상파 공영방송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뉴미디어 등장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경영개선 등의 자구책 시도로도 나아가지 못하였고, KBS의 경우는 시청료 인상이라는 방법으로, 그밖에는 공적 재원 지원의 강구라는 방식으로의 논의만이 있어왔다.

공영방송제도의 구조개선 논의들이 이와 같이 지원을 추가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되는 것은 방송 종사자들에게 내부적인 노력에 의한 구조개선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방송 보도의 편파성이 한계를 넘어섰으며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던지게 되는 상황에서는 내부의 개선 노력에 기대하기 보다는 외부에 의한 개선 논의가 구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영국의 BBC의 경우에 있어서 영국 문화부는 BBC의 시청료를 2년간 동결하고 2028년부터 수신료를 폐지하는등 수신료제도의 재검토를 한다고 하여서 공영방송 제도 개선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미디어의 변화의 시대에 있어서 방송의 공영성의 근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이 무엇인지와 공영의 근거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라는 방송법 규정에 의해서, MBC는 80년대 방송통폐합 당시의 체제를 유지하여 오면서 공영방송으로 운영되어왔다. 보도를 포함한 방송 내용에 있어서 공적인 책무가 주어지는 것은 모든 방송의 공통적인 의무이므로 공적 성격은 공영방송만의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은 공적인 재원으로 운영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파적 운영으로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공적인 책무를 외면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다.

미디어의 정파적 운영이라는 상황이 공영방송에 있어서 특히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검토할 필요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지상파 공영방송 체제의 틀에 안주하면서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하여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선거에 개입하여 민주정을 파괴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아니된다. 공정성 논란과 함께 경쟁력 상실이라는 상황에 대해서 언제까지 공적 지원으로 운영되어야 하는지의 지속 가능성 문제와 관련하여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작년 한해 동안 논란이 있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시한 언론과 미디어 법안에 대하여 작년 11월부터 12월 말까지의 기간에 걸친 국회 언론 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의 공영방송에 대한 논의는 공영방송 이사 선출과 사장 선임 방식에 대한 주제로서 그동안의 방송법 개정안 내용에 대한 것이고, 공영방송 제도의 지속 가능 여부와 공영성의 근거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는 논의되지 못하였다. 특위는 공영방송 제도 개선에 대한 결론을 맺지 못하였다. 국회는 언론 미디어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5월 29일까지 연장하기로 하였는데, 이런 방식의 논의를 하는 특위가 대선 이후로 연장된 것은 대선 이후의 새정부의 방송제도 개혁에 대한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존속한다는 의미는 공적인 재원으로 운영되어야 할 콘텐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공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로서 무엇이 공적인 콘텐츠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한다. 누가 공영방송을 운영할 것인가에 그치는 공영방송 제도개선 논의는 문제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누가 운영하는가 이전에 어떤 콘텐츠가 공영방송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하는 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정파적으로 운영되어서 선거 개입으로 국가 질서를 흔드는 잘못된 상황은 특정한 정파가 공적인 자원을 사유화하는 것으로서 공영방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더 나아가서 지속가능하면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영방송인가라는 관점에서 공영방송 제도의 재검토와 재구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의 불공정 보도를 보면서 국민은 이런 행태의 공영방송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국민은 공영방송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前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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