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로스 사무총장 “세계 각국이 자국 법정에서 북한정권의 반인륜적 범죄 기소해야...”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VOA)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VOA)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정권과 관여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대화와 맞바꾸려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단체는 북한정권의 인권탄압을 국제사법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을 채택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RW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25일 공개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인 만큼 북한인권 증진에 더 단호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슬프게도 그는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연방 검사 출신으로 국제 사법정의 분야의 전문가다.

로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북한당국과 모종의 대화를 구축하는데만 전념하고 있다”며 “이것은 너무 편협한 관점”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을 더욱 존중할 경우 통치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발언권이 커진다”며 “그 경우 북한정권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자금을 줄이고, 긴급히 필요로 하는 식량과 의료, 주거에 더 투자하게 된다”고 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인권 증진이 평화 의제와 상반된다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만일 한국정부가 좌우 논리를 떠나 북한인권 문제를 한결같이 우선순위에 뒀다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의 상황은 후퇴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1990년대 대기근으로 생존을 위해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공식 시장들이 생겼고, 거래하고 이동하는데 있어 약간의 자유를 느리게 되는 등 전체주의 체제의 제한이 약간 풀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1~2년간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핑계로 이런 작은 자유의 공간도 닫혔다는 것”이라며 “장마당을 폐쇄하라는 압박이 있었고, 중국 방문을 비롯한 여행의 기회가 줄어들었으며 영상물의 유통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고 했다. 그는 “북한당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산 영상이 가장 위험하다”며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훨씬 잘 사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 북한이 ‘지상 낙원’이라는 당국의 선전이 약화된다”고 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전체주의 정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삶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몇 안 되는 전체주의 정부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라고 했다. 그는 “전제주의는 독재정치를 펼치면서도 인정 부분 대중의 동의를 구하며, 선거를 조작하면서도 일정 부분 선거제도의 자유를 남겨둔다”며 “그러나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은 노골적인 독재를 펼치며 주민들이 발언권이 있는 것처럼, 정부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것처럼 굳이 가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당국이 자행하는 일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이 같은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정의를 묻는 것은 전 세계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정권의 저지를 심각한 규모의 범죄는 보통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지만 북한은 ICC 회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법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ICC에 회부하는 것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엔총회가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조사단을 만들고 관련 기소가 여러 차례 이뤄진 것을 예로 들었다. 이달 초에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서 고문을 저지른 정보 요원이 독일 법정에서 반인도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인정됐으며, 독일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인권 유린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이렇게 증거를 수집하고 가능할 때 재판해야 한다”며 “시리아의 선례를 따라 앞으로 여러 국가들에서 북한의 가해자들이 기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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