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북한 관련 발언을 동시에 내놓아 주목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킬체인 구축’을 통한 ‘선제타격’을 주장한 이후 일관되게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안 후보는 과거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의 현실적인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꿀먹은 벙어리’, 북한의 4차례 미사일 도발 앞에 비판 성명도 못내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뚜렷한 대북관을 내놓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자세이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4차례나 자행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꿀먹은 벙어리로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야당을 배제한 채 ‘저자세 독주’로 일관해온 문 정부의 대북정책은 ‘안보 위협’만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지, 북한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은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보이고 있는 세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교해본다.

① ‘선제타격’ 주장한 윤석열, ‘힘을 통한 평화 구축’ 내걸어 북한과 민주당 비난 잠재우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는 24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자신이 킬체인 구축을 통한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과 관련, "핵무기를 탑재시켜서 남한을 상대로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벌써 그 이전에 전쟁상태에 돌입한다는 것"이라며 "선제타격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 이후 질의응답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기지뿐 아니라 발사를 명령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갖고 의지를 보여줘야만 그걸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선제타격론이 한반도에 비극적인 전쟁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 정면반박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에 앞서 지난 23일에도 “북한과 민주당은 '원팀'이 되어 저를 '전쟁광'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저는 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의 선전 매체인 '통일의 메아리'가 전날(22일) '윤석열은 조용히 후보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제 살길을 찾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 "북한의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위권적 조치"라며 결코 우리 국민이 희생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저는 5년 동안 무너져 내린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가 확실히 작동하도록 하겠다"며 "한국형 3중 체계를 복원하고, 정보 감시정찰(ISR) 능력과 '한국형 아이언돔'을 조기에 전력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압도적인 능력과 의지를 모아 북한 위협을 억제하겠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최우선이고 북한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 저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 문재인 정권보다 한술 더 뜨는 이재명, 선(先) 제재완화-후(後) 비핵화 제안...미국보다 북한 입장에 가까워

지난 23일 이 후보는 수원 오산 평택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안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며 윤 후보를 겨냥해 “이 멀쩡한 시기에 선제타격 얘기하면 그 사람들(북한을 지칭)이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불신이 쌓여서 나중에 사소한 일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3일 '선제 타격' 발언을 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 "안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며 "다 부서지고 죽은 다음에 이기면 뭐 할 겁니까"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23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이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3일 '선제 타격' 발언을 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 "안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며 "다 부서지고 죽은 다음에 이기면 뭐 할 겁니까"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23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이 후보. [사진=연합뉴스]

북으로부터 ‘삶을 소대가리’라는 험담을 듣고도 입도 벙긋 못하는 문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신랄한 평가를 하면서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면서도 "무력 시위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 후보는 대북 정책으로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내걸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단계적으로 실행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를 동시추진하자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선(先) 제재완화-후(後) 비핵화 제안’이나 다름없다. 제재를 완화한 다음에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다시 제재를 가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명확하게 상충된다. 북한의 주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올들어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논평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선후보가 더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장영일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북한'을 만들었지만, 이 후보가 만들 북한은 우리에겐 공포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시즌2'를 선언한 이 후보가 '종전선언에 반대하면 친일이자 반역'이라며 한술 더 뜨고 있다"고 비판했다.

③ 사실상 김정은 공식 비판한 안철수,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대화 재개 선언할 것 요청

안 후보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대화 재개를 선언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북한이 원하는 새 판은 무력도발로는 결코 짜질 수 없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와 실천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북한이 원하는 새 판은 무력도발로는 결코 짜질 수 없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와 실천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안 후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드리는 공개 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겠다'는 발표를 보고 공개 서신을 띄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조치 해제'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는 좋은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통한 강경 조치로 내부를 단속하고, 미국의 관심과 주목도를 높이는 새 판을 깔아 다시 협상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의 계산법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과격한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김정은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공식 비판의 성격을 띤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자기를 잊지 말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안 후보의 대북관은 ‘대북 실용주의’ 입장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에서 한발 나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후보는 지난해 5월에는 “북한은 이 정권이 '가만히' 있으니까 대한민국을 '가마니' 취급하고 모욕에 침묵하니까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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