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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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의 대선이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다 3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3%의 지지율을 기록한 와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7%의 무시 못 할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조사는 1월 18일~1월 20일까지 사흘간 시행했다고 한다. 

한 달 전,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윤 후보는 비대한 선대위와 구식 여의도 성공공식에 매몰된 인사 참사, 여기에 더해 집 나간 당 대표로 인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었다.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안 후보였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입니다.’의 허경영 후보에게조차 밀리는 고전을 면치 못한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서 이탈한 중도·2030 표를 빠르게 흡수하며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조사가 쏟아져 나왔다. 

만시지탄이지만 윤 후보의 결단으로 좌성향 인사·페미니스트 영입은 철회됐고 공룡 선대위도 해산됐다. 기자들조차 읽기 힘겨워하던 윤 후보 페이스북의 장문 메시지는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 줄 메시지로 대체됐다. 이준석 대표 역시 재신임을 받아 표면적인 갈등이 봉합됐다. 일주일 전 엄청난 핵폭탄이 될 줄 알았던 윤 후보 부인 7시간 녹취록은 오히려 국민의힘에는 순풍이 됐다. 사적 통화이기에 다소 거친 표현이 있기는 했지만, 김건희 대표의 발언은 보수 핵심 지지층이 답답해하던 부분들에 대한 판단이 정확했고,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김 대표에 대한 흉흉한 소문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됐다. 오죽하면 좌파 진영의 행동대장들이 “MBC가 이적질을 했다.”하며 분통을 터뜨렸겠나.

윤 후보의 지지세는 다시 회복됐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 안팎에서 답보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간의 국민 갈라치기의 정치, 소득주도성장·탈원전·북한에 대한 일방적 구애 등 이념 일변도의 정책, 부동산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과 세금 폭탄, 진보 정권의 위선에 등 돌린 국민은 이재명 후보가 어떤 포퓰리즘을 하든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 측에서는 슬슬 안 후보와의 단일화도, 홍준표 의원의 지원도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의원과 이준석 대표만의 전유물인 것 같았던 20대 남성의 표가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해체’ SNS 메시지 한 줄로 윤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고 있고, 안 후보를 포함한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가 1위로 나오는 여론조사가 자주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지난 19일 윤 후보와 홍 의원 간의 깜짝 비공개 회동이 성사됐다. 회동 직후 홍 의원이 <청년의 꿈>에 낸 메시지는 ‘윤 후보가 국가 경영 능력을 보다 입증하고, 처갓집 비리를 엄단할 것을 발표하면 상임고문으로 중앙 선대본부에 합류할 것’ 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 대변인은 ‘제안은 고맙지만 이미 윤 후보는 그렇게 하고 있다.’며 홍 의원의 공개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한 술 더 떠 권영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공개석상에서 홍 의원이 윤 후보와의 회동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과 곽상도 의원의 사퇴로 보궐이 된 대구 지역에 홍 의원 측근 공천을 요구했다며 윤 후보와 홍 의원 간 회동을 ‘공천 장사 구태’로 변질시켜버렸다. 

정치부 기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대본부가 이미 선거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고 누가 ‘권력의 핵심’ 인수위원회에 들어갈 것인지 내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홍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를 내부에서 비토하는 분위기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당 대표와 선대위 간 갈등이 봉합된 지 채 3주도 안 지나 또다시 선대본부가 내홍의 기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당내의 안 후보와의 단일화 반대 의견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당장 눈앞의 선거가 아닌 그다음의 논공행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편 CBS가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찬성 여론은 50.6%로, 반대인 39.2%보다 11%가량 높다. 이것이 국민 여론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넘어서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대선 세 달 직후 치러질 지방선거를 임하는 필수 조건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국민의당 전신인 바른미래당이 전국에 후보를 내 보수표가 갈라졌고, 끝내 보수 야당 의석이 전국 각 지방의회에서 1/10으로 줄어든 바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회의 경우 전체 110석 의석 중 101석이 민주당 의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 정례회 도중 홀로 싸우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요로결석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까지 있었다. 민주당 독식의 전국 지방의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지금의 상황은 보수 야권이 민주 진영을 압도하고 있지도, 유리하지도 않다. 더군다나 전통적으로 선거 결과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답변한 수치보다 7% 정도 민주당에 높게 선거 결과가 나왔다. 한 달 반 전, 이재명 후보가 문 정권과 거리를 둔다며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다닐 당시 여론조사가 주목할 만하다. 12월 8일 자 YTN-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조국 사과’ 찬성 여론이 46.6%, 반대 여론이 42.1%였다. 이 수치가 말하고 있는 것은 민주 진영의 핵심 지지자들이 결집했을 때의 최소치가 42%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그리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국민의힘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홍 의원 역시 ‘보수 통합’ 차원에서 삼고초려해 모셔야 할 당의 어른이다. ‘이대남’의 표가 국민의힘에 왔으니 필요없다는 다분히 속보이는 판단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지금도 국민의힘 선대본부 밖 국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다며 오리무중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느 진영에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일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다시 한 번 정권교체가 당내 소수의 권력자들만의 염원이 아닌 국민의 엄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 명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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