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교무부장 아버지가 시험 전 딸들에게 정답 유출한 사건
쌍둥이 자매 아버지 현 모 씨, 선고 직후 "이게 나라냐"며 항의하다가 제지당해

같은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아버지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된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에게 항소심 법원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쌍둥이 자매의 범행을 직접 증명하는 물증은 없지만,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3부(부장 이관형 최병률 원정숙)는 21일 소위 ‘숙명여고 정답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A씨와 B씨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들 쌍둥이 자매는 입학 직후 치러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만 하더라도 교내 성적 하위권 수준이었지만 같은 학기 치러진 기말고사에서부터 갑자기 성적이 상승하더니 1학년 2학기에는 두 사람 모두 전교 최상위권으로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들 쌍둥이 자매가 당시 같은 고등학교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 현 모 씨로부터 사전에 정답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다면서 쌍둥이 자매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결이 옳게 됐다고 판결했다.

이들 부녀의 범행이 발각된 것은 쌍둥이 자매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이나 평소 수업 태도가 소위 ‘최상위권’과 거리가 있음에도 교내 시험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고 방학식에는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학업 관련 상장을 받게 된 것을 의심한 일부 학부모들이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민원을 내면서부터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와 특별감사가 이어졌고,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로 경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결국 교장실, 교무실, 그리고 쌍둥이 자매의 자택에 대한 경찰 압수 수색 결과 경찰은 시험지에 작게 적은 정답표와 암기장에 미리 적힌 정답표 등 쌍둥이 자매의 정답 사전 유출 정황을 입증할 물증들을 확보했고, 2018년 11월12일 쌍둥이 자매와 아버지 현 씨를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다.

결국 아버지 현 씨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3월12일 현 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현 씨는 지난해 5월 만기 출소했다.

쌍둥이 자매의 경우 2019년 8월23일 1심 첫 공판이 열렸는데, 쌍둥이 자매는 검찰의 기소가 “일부 간접사실에 기초한 무리한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20년 8월12일에 열린 쌍둥이 재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쌍둥이 자매는 1년 6개월간 5차례 정기 고사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이 사건 범행의 직접 실행자들이고, 성적 상승의 직접 수혜자인데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없고, 동생은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사 과정에서 성인 이상의 지능적인 수법으로 대응했다”며 쌍둥이 자매에게 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자매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험지에 미리 적힌 정답지,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힌 정답, 또 정답이 적힌 포스트잇 메모장 등을 모두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는 제출된 증거 역시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됐다는 쌍둥이 재매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메모장에 정답이 적힌 것에 대해 시험 끝나는 날에 한번에 채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해명을 믿기 어렵고 오히려 메모장과 포스트잇은 미리 유출된 답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아버지 현 씨는 “이게 나라냐”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한다”는 표현으로 재판부를 향해 고함을 치다가 제지당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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