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900명 반발 속 사퇴..."모든 것이 내 부덕에서 초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꼼수 임기 연장’ 논란 가운데 2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해주 상임위원은 전날(20일)만 하더라도 “공정은 제가 지난 35년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천해 온 최고의 가치”라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는데,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조 상임위원의 입장 변경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900명의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상임위원은 이날 〈후배님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먼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태가 자신의 뜻과 상관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사진=연합뉴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사진=연합뉴스)

앞서 조 상임위원은 오는 2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근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함에 따라 조 상임위원은 앞으로 3년간 비상임위원으로 선관위에서 재직하게 된 것이다. 상임위원의 임기 3년이 도래하면 상임위원은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는 게 관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친여 성향의 조 위원이 이번 대통령선거와 올해 6월 지방선거에도 관여하게 됐다”며 선거관리상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조 상임위원은 “작년 7월 상임위원 임기를 3개월 당겨 그만두고자 임명권자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며 “청와대에서도 후임 위원 내정을 위한인사검증 등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검증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위원회 내부에서 유출되었고, 투서와 언론 제보로 인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의 임기만료일이 임박하였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청문회가 초래할 혼선과 선관위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임명권자께서 사표를 반려하셨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상임위원은 “이에 대한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인 비난과 공격은 견딜 수 있으나 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님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32년간 위원회 직원으로서, 3년간 상임위원으로서 공정과 중립의 마음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여러분의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며 “위원회의 미래는 후배님들에게 맡기고 이제 정말 완벽하게 위원회를 떠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2월 조해주 당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를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는데, 당시 야당이 조 씨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의 특보로 임명된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 담당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여야간 협의가 불발되면서 선관위원 중 최초로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2019년 1월 조 씨는 선관위원으로 임명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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